■ 윤분순 | 동서국제의료봉사단원(UN/DPI NGO)
수전증(手顫症)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손을 떠는 증상을 총칭하는 말이다. 여러 가지의 진전증(震顫症) 중에서 유독 수전증이 자주 거론되는 것은 손으로 할 수 있는 기능이 크게 제한받아 생활에 심한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이다. 수전증에는 여러 가지의 유형이 있다. 안정기 수전증은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손 떨림을 말한다. 운동성(본태성) 수전증은 물건을 잡거나 글을 쓸 때 또는 악수를 하거나 술잔을 받을 때 등 어떤 자세를 취하는 순간 나타나는 손 떨림이다. 의도성 수전증은 본인이 의도한 목표에 거의 다가갔을 때 손이 떨리는 것을 말한다. 이 중 한 가지만 나타날 수 있지만 서로 혼합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주위에서 많이 보이는 운동성 수전증은 원래 나이가 들었을 때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었다. 좁아진 혈관의 혈액순환 장애로 인해 말초신경에 이상이 생겨 손을 떨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젊은 사람 중에서도 종종 수전증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알코올중독자의 수전증으로서 술로 인하여 뇌나 신경계의 손상이나 심장기능의 약화로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게 되지 못하여 생긴다.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상식으로 술을 마시면 수전증이 완화된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심해지는 게 보통이다. 이 같은 사실은 연구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는데, 미국 컬럼비아대학 연구진이 3천3백 명을 대상으로 음주 습관과 신경 증상을 비교한 결과 하루에 3잔 이상 술을 계속 마시면 수전증 위험이 두 배로 높아졌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가 이 정도 음주를 계속하면 매년 수전증 위험이 23퍼센트씩 높아졌고, 적은 양이라도 정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서 수전증 위험이 높았다. 수전증은 또 스트레스·불안 등 정신적으로 긴장상태에 있는 경우, 커피나 홍차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를 너무 많이 마신 경우, 피곤한 경우에도 나타난다. 저혈당증·갑상선기능항진증 등 질병이 있는 경우와 화학 항우울제·화학 혈압강하제·부정맥 치료제 등을 복용할 때도 생긴다. 손 떨림 증세는 처음에 가운데 손가락에서 시작해서 손 전체로 옮겨지는데, 점차 위로 올라가 팔까지 떨리게 된다. 대부분 오른쪽이나 왼쪽 중 한쪽을 떨지만 드물게는 양쪽이 다 떠는 경우도 있다. 또 손뿐만 아니라 머리, 목소리, 다리, 턱 등 몸의 여러 부위에서 동반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손 떨림 증상이 지속될 때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질병은 파킨슨병이다. 흔히 수전증이 생기면 중풍으로 오인하고 잘못된 치료를 받기도 한다. 일반 수전증과 파킨슨병의 손 떨림은 다르다. 수전증은 뭔가 잡거나 잡으려고 움직일 때 떨리는 반면, 파킨슨병은 가만히 있을 때도 떨린다. 보편적으로 손을 떠는 사람은 성격이 급해서 조그만 문제에도 화를 잘 내고 모든 일에 신경질적이다. 무슨 일이든지 끝장을 보아야 직성이 풀리고 자기중심적이며, 고집이 세다. 육체적인 증세로는 항상 가슴이 뛰고, 잘 놀라며, 초조·불안·불면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안정을 취하고, 적당량의 운동이 필수적이다. 또 술을 반드시 금해야 하고, 돼지고기·닭고기·고등어·정어리·청어·커피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다음은 지금부터 30여 년 전 서울 종로에서 한약방을 운영하였던 할배가 일러준 수전증 처방인 ‘수정탕(手整湯)’이다. 할배의 말에 의하면 ‘수정탕’은 할배의 집안에서 전해지던 비방으로 환자들이 한 달 정도 복용하면 백발백중으로 완치되었다고 한다. 특히 알코올성 수전증에 효과가 탁월하고, 기타 중풍 후유증으로 인해 목이 강직된 증상에도 효과가 좋다고 하였다.
수정탕(手整湯)
▶ 처방 내용 : 압척초 12그램, 백출·창출·오가피·해동피·계지·의이인 각 8그램, 강활·방풍·진범·반하·진피·감초 각 1그램, 생강 3쪽 ▶ 복용법 : 상기 처방을 1첩씩 달여 하루 3번 식후 30분에 복용한다. ▶ 법제법 : 의이인은 볶고, 백출과 창출은 쌀뜨물에 한나절 담갔다가 말린다. 또 반하는 생강 달인 물에 한나절 담갔다가 말린다. ▶ 처방 풀이 :
정교한 손의 동작은 소뇌 등에서 하는 일이므로 치료의 근본은 뇌의 기능을 좋게 하는 것이다. 압척초는 닭의장풀 또는 달개비라고도 하는 풀로서 청열사화(淸熱瀉火) 작용으로 신경계의 안정을 촉진한다. 백출과 창출도 중추신경에 대하여 진정작용을 하고, 의이인은 골격근 수축을 억제한다. 오가피는 간과 신장의 기운을 보하여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므로 사지마비를 풀어 주고, 해동피는 풍사(風邪)와 습사(濕邪)를 몰아내 경락(經絡)을 통하게 하여 저리고 아픈 것을 치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