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症別 灸處方/근골격계

요통(腰痛)

초암 정만순 2015. 8. 16. 10:01

 

요통(腰痛)

 

인간이 곧은 자세로 서서 두발로 걷게 된 이후 허리는 발목의 아킬레스건에 비할 만큼 신체의 약점이 되었다. 그래서 허리는 자연스럽지 못한 자세나 부주의한 운동 등으로 걸핏하면 다치기 쉽다. 보통 때 허리가 아프지 않은 것은 등뼈나 그것을 받치고 있는 인대(靭帶), 추간판(椎間板), 관절포(關節包) 등의 근육이 균형을 유지하여 한 곳에만 힘이 걸리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등뼈를 옆으로 보면 S자형을 이루어 운동성이 좋고 충격에 잘 견디게 되어있다.

그러나 바르지 못한 자세나 다음의 원인으로 균형이 깨어지면 극히 작은 일로도 상하여 요통이 오고 만다.

 

원인(原因)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물건을 들어 올리다가 삐끗하여 돌발적으로 생기는 소위 돌발성 요통이다. 이것은 급성요통의 하나인데 젊은 사람 뿐 아니라 노인들에게도 나타난다. 그 원인으로는 추간판에 관계있는 것, 후방 소관절의 아탈구(亞脫臼)나 활액막(滑液膜)의 감돈(嵌頓 : 헤르니아), 극돌기 사이로 뻗어 나간 인대의 손상, 근·근막·지방조직의 손상, 신경염 등이다.

노인성 변형성척추증(變形性脊椎症)이나 오랫동안 부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하는 데서 오는 요통이 대부분이다. 노인성 변형성척추증은 처음 동작을 시작할 때나 저녁때 피로가 겹치는 시간에 통증이 생기는 것이 특정이다. 특히 노인인 경우는 이 외에 갱년기 이후 호르몬이나 기타 대사 불균형이 원인이 되어 뼈의 칼슘의 감소로 마치 무우 속에 바람이 든 것처럼 뼈 속이 비는 골조송증(骨組鬆症 : 골다공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엉덩방아, 교통사고 충격, 허리를 잘못 돌렸을 경우 등 사소한 일로 척추압박골절을 일으켜 요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 밖에 큰 상처로 인한 척추골절, 염증성인 결핵성척추염(結核性脊椎炎 : 카리에스), 척추의 선천적 또는 후천적인 기형으로 구축학적(構築學的)으로 약하게 생긴 것, 류마티스 등으로 인한 근·근막신경염 등이 원인이 된다.

부인의 경우는 자궁후굴 등의 내생식기(內生殖器), 신질환(賢疾患), 이동맹장(移動盲腸), 만성충수염 등에서 생기는 방산성(放散性) 요통도 있으나 보통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요통은 허리를 잘못하여 오는 것이 많다.

 

침뜸의학적으로 본 요통

황제내경 소문 중 요통에 관한 논술을 보면 요배통(腰背痛), 요각통(腰脚痛)은 풍한습(風寒濕)으로 인한 허실(虛實) 변화가 원인이 되어 온다고 하였다.

경락으로 볼 때 국소의 통증이 확실한 것은 양실증(陽實證)이고 아픈 곳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것은 음허증(陰虛證)이라고 하였다. 수태음폐경을 쓴 것은 현대 의학에서 말하는 결핵성카리에스를 말한 것이고 수양명대장경을 쓴 것은 충수염증을 말한 것이고 족소음신경과 족태양방광경을 쓴 것은 생식기 질환을 말한 것이며 족궐음간경과 족소양담경을 쓴 것은 등과 허리에서 통증이 있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아서도 현대의학보다 몇 천 년을 앞서서 요통을 체계적으로 치료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증상(症狀)

 

급성일 때는 조금도 움직이지 못한 채 돌아눕지도 못할 만큼 통증이 심해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거나 아랫배에 힘을 주게 되면 몹시 울리며 웃지도 못하고 말도 크게 못할 때가 있으며 심지어 치료하기 조차 곤란할 때도 있다.

이것이 며칠 지나면 만성으로 변한다. 그 후부터는 움직이면 시큰하며 큰 통증은 없지만 활동을 할 때 통증이 생긴다. 움직이는 데만 불편을 주는 것,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만 이상을 주는 것, 걸을 때만 아프고 꾸부릴 때만 아픈 것, 섰다가 앉을 때만 불편을 주는 것 등으로 다양하다. 이런 증상이 오래되어 만성이 되면 한 쪽으로만 이상이 있는데 이것이 다 낫기도 전에 재발되면 먼저보다 더 심한 급성 통증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요통이란 처음 왔을 때는 며칠에 낫고 말지만 두 번째 재발이 오면 몇 주에 이르고 세 번 재발이 되었을 때는 몇 개월을 치료해도 완치가 잘 안될 때가 있다.

 

치료(治療)

 

침뜸의 모든 치료법은 실(實)하면 사(瀉)하고 허(虛)하면 보(補)하여 균형을 바로 하여 주는 밸런스 요법으로서 차면 덥게 해주고 뜨거우면 차게 해서 조절하니 병균을 죽이는 것이 아니고 몰아내는 요법이다.

이러한 균형조절에 있어서 침에만 보사법이 있는 것이 아니고 뜸에도 분명히 중량이 있으므로 여기에 유의하면 병은 잘 낫게 되어 있건만 이것은 생각 안하고 병만 낫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량을 말한다면 어떠한 치료점에 있어서 쌀알 크기의 쑥으로 3장이 필요로 할 때가 있는가 하면 10장 이상 다장(多壯)을 요하는 것이 있으니 이것이 바로 뜸의 중량이다.

필자의 친 형님이신 김기수씨는 말씀하시기를 병중약경(病重藥輕)하면 효과 없다고 하셨다. 항상 그 생각을 하면서 뜸의 장수를 정하여 뜸을 뜨는데 다장하여야 할 곳에 3장만해서는 하나마나한 것 같을 때도 있다.

대개 과음 후 또는 방사 후 2~3일이 지나서 요통이 많이 생기는 것으로 보아 허하여 생기는 것이라고 보고 전체적으로 보하여 주어야 한다.

족삼리(足三里), 곡지(曲池), 중완(中脘), 천추(天樞), 신유(腎兪), 대장유(大腸兪), 요양관(腰陽關), 요유(腰兪)에 뜸뜬다. 때로는 폐유(肺兪)와 간유(肝兪), 상료(上), 차료(次), 삼음교(三陰交)를 더하기도 한다.

족삼리, 곡지, 중완으로 전신의 음양기혈의 균형을 맞추어 준다. 허리는 신(賢)의 집으로 신이 약하면 허리가 아픈 것은 당연하므로 신유로써 신기를 보한다. 국부 혈로 대장유, 천추, 요양관, 요유을 선혈한다.

요통이 심할 경우 호흡을 못할 정도로 근육이 땅기면서 아픈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폐유와 간유를 더한다. 선골부분이 시라고 아픈 경우는 상료와 차료를 선혈한다. 삼음교는 족삼음경이 교차하는 자리로 부인과질환에서 오는 요통에 선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