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낙산사
동해바다가 주는 에너지는 강하다. 그 인력(引力)은 주말마다 영동고속도로를 정체의 물결로 일상화시킨다. 발 하나 직접 담가볼 수 없는 겨울에도 예외는 아니다. 높은 곳에 앉아 짙푸른 바다빛깔을 한동안 보고 있노라면 마음은 넓어지고, 기분은 절로 숙연해진다. 그래서 깊은 산 속에 있는 절과는 다르게 바다를 바라보고 자리를 잡은 사찰은 또 다른 매력을 풍기는 것일까. 그 대표적인 절집 중에 하나가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로 꼽히는 양양의 낙산사(洛山寺)다.
낙산(洛山)이라는 이름은 산스크리트어로 ‘보타락가’라는 말에서 왔다. ‘대자대비한 관음보살이 항상 계신 곳’이라는 의미다. 관세음보살, 관자재보살 등으로도 불리는 관음보살은 아미타불의 왼편에서 교화를 도와 중생이 괴로울 때 그 이름을 부르면 곧 구제해준다는 보살로 잘 알려져 있다. 신라 문무왕 11년(671)에 의상스님이 동해의 낙산에 살고 있다는 관음보살을 천신만고 끝에 친견하고 창건한 절이 낙산사다. 지금도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을 만난 석굴 위에 만들어진 홍련암 불전 바닥에는 작은 구멍이 뚫어져 있다. 창건설화를 뒷받침해 주는 석굴을 내려다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하지만, 천년고찰 낙산사의 긴 역사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전쟁과 화마에 휩쓸리기를 수차례, 지금 남은 건물도 모두 한국전쟁 이후의 것들이니 안타까움은 더할 나위가 없다. 더군다나 2005년도에 양양일대를 잿더미로 만든 대형 산불에 여러 전각들이 사라져갔다. 아직도 보물급 문화재였던 조선 초기 동종이 불길에 휩싸였던 참담한 기억이 잊히질 않는다. 그래도 낙산사는 갈 때마다 복원의 손길이 느껴져 다행스럽다. 8년이 지난 지금, 예전만큼은 못하지만 주위 숲을 비롯하여 많은 곳들이 채워진 느낌이다.
거친 파도마저 평온한 듯 부드럽게 느껴져
나는 원통보전에서 해수관음상을 향해 가는 노송 가득했던 길을 따라 걸었다. 산불 이후 심은 크지 않은 소나무들이 길 옆으로 나란하다. 그 배경으로 늘 그대로인 모습의 바다가 보인다. 문득 바다의 영속성이 고맙기만 하다. 해수관음상이 서 있는 신선봉(神仙峰)의 정상에는 예의 거센 바람이 요란하다. 많은 이들이 한겨울의 칼바람에 옷을 여민다. 오로지 하얀 해수관음상의 미소만 담담한 듯하다. 짙은 바람에 거칠게 요동치던 파도도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평온한 듯 부드럽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 바다를 내려다보는 낙산사는 복원되었지만 늘 오랜 품을 지닌 절 같은 걸까. 동해 바다처럼 깊고 넓은 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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