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 遺跡 /山寺 情報

산사순례 - 금산 보광사

초암 정만순 2014. 2. 10. 14:49

산사순례 - 금산 보광사

 

사리탑 세워지던 날 말랐던 샘물이 솟아오르다

 

 


 

 

 

‘인삼의 본 고장’ 금산의 주산인 진악산은 수행자라면 한번은 꼭 들려서 기도하는 기도터다. 그 중에 빼놓지 않고 가봐야 하는 보광사는 흥미진진한 최근의 영험담까지 즐비해 발길을 잡는다. 나병을 낫게 한 약수, 송담스님이 수행당시 손수 깎아 모신 십일면관음상, 달라이라마의 환생 스승으로 알려진 링 린포체가 모셔온 진신사리를 봉안한 사리탑 회향이야기 등. 그래서 그런지 입춘기도 법회, 나뭇가지 새싹과 맑은 찻물, 마을이장과 삽살이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평범한 것까지도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강 처사의 어머니가 병을 얻었다. 백방으로 약을 썼으나 차도가 없었다. 강 처사는 마지막으로 관세음보살님께 매달리기로 했다. 예로부터 관세음보살님이 상주한다는 관음봉 관음굴로 갔다. 사력을 다해 관세음보살을 불렀다.

100일기도를 회향 하는 날, 관세음보살이 산신령으로 화현하여 비방을 알려주었다. 동쪽벼랑 끝 빨간 열매가 달린 약초를 캐서 어머니를 낫게 하라는 말을 듣고 가보니, 과연 빨간 열매를 단 약초가 있었다.

감사의 절을 올리고 약초를 잘 캐서 뿌리는 어머니를 위해 약을 쓰고 열매는 따로 심었더니 해마다 빨간 열매를 단 약초가 솟아났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을 위해 약을 쓰게 되니 그것이 인삼(人蔘)의 시초가 된다. 강 처사가 기도한 그곳이 인삼고장 금산의 주산 진악산 관음봉 관음굴이다.

1500여년의 역사를 이어서 해마다 군민들과 군수가 개삼(開蔘)터에서 재를 올리고, 이제는 인삼축제로 발전하여 많은 사람들이 금산 인삼을 찾는다. 진악산은 인삼을 비롯한 좋은 산약초들을 많이 내기로 유명한 산이다.

아무리 산이 높아도 신선이 살아야 하고, 아무리 물이 깊어도 용이 살아야 한다고 했다. 진악산은 수행자들이 한번은 꼭 들려서 기도하는 기도터이다. 그 중에 빼놓지 않고 가봐야 하는 곳이 보광사(普光寺)이다. 사찰치고 이야기가 없는 절은 없다. 영험담이나 전설이 있으면 더 좋다. 보광사에도 이야기가 많다. 그것도 근대에 일어난 일들이라 재미를 더한다.

보광사의 약수는 특별히 피부병을 낫게 하는 효험이 있었나 보다. 나병이 들어 죽을 날을 기다리던 환자가 마지막 희망을 갖고 보광사를 찾았다. 법당에는 들어오지도 못하고 언덕배기에 초막을 치고 밤낮으로 기도를 하면서 보광사 약수를 떠다가 먹기도 하고 바르기도 하였다.

어느 날 몸이 몹시 가렵고 뜨거워서 몸부림을 치다가 우연히 살펴보니 머리에는 새로운 털이 나있고, 새로운 눈썹도 나고 있었다.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마을로 내려갔다.

그 때부터 금산 보광사의 약수는 법주사 복천암의 약수와 함께 효험이 좋기로 소문난 약수터가 되었다. 그러나 인심이 흉흉해지고, 전쟁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샘이 마르고 말았다. 사람도 자연물에 감응하고 자연물도 사람에 감응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닐 것이다.

보광사에 부처님 진신사리탑이 세워지고 회향하던 날 말랐던 샘물이 다시 솟아 올라왔다. 회향식에 참석한 많은 대중들이 오색의 무지개를 뿜어내며 터져 나오는 샘물에 환희심이 나서 부처님을 향한 신심을 더욱 더 내었다고 한다. 부처님의 감로수를 맛보는, 일생에 한번 만나볼까 말까하는 영험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십수년 전 티베트 달라이라마의 스승이었던 링 린포체가 환생하여 우리나라를 찾았던 일이 있었다. 그 때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고 왔었는데, 그 사리의 일부가 보광사에 모셔지게 된다. 보광사 주지 보선스님은 언론을 통해 링 린포체가 한국에 들어온 것을 알았고, 멀고 먼 불교국에서 한국을 위해 오셨으니 한번 인사를 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찾아가 인사를 드렸다.

린포체는 보선스님을 여느 스님과는 다르게 제접했다고 한다. 지금의 일은 지금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과거 현재 미래가 이렇게 저렇게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봐야 한다.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는 일도 우주법계의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인연 속에서 이뤄지는 모양이다.

보선스님도 부처님 사리와 인연이 있었나 보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한국의 많은 스님들과 사찰이 인연을 맺었지만 링 린포체가 한국을 떠나면서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보선스님에게 사리를 잘 모시라는 말씀을 남겼단다. 결국 사리탑을 모시기 위한 100일 기도가 시작되었고 기도 중에 사리가 증과하고 방광하는 특별한 일까지 일어난 것이다.

보광사는 넓지 않은 마당에 천명 이상의 관중을 불러 모으는 산사음악회를 올해로 6번째를 하였다. 음악회를 풍류 피아니스트 임동창이 주도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동서양의 경계가 없는 음악, 설치미술, 예술가들의 퍼포먼스, 음식, 차, 기타 등등.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님과 뜻을 함께하는 마을이장과 주민들, 그리고 발 벗고 나서주는 지자체의 도움도 성공요인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음악회에서 주지 스님은 보광사 자랑이나 불교에 대한 얘기는 없이 오직 인삼축제를 홍보하는 일로 인사말을 대신한다.

마침 마을 이장님이 올라오셨다. 시간이 나면 으레 올라와 보신단다. 이장님은 당신의 삶에 중요한 부분이 보광사를 관리하는 일이라고 한다. 여름에는 풀치는 일, 겨울에는 눈 치우는 일, 심지어 스님이 멀리 출타하시면 삽살이 밥 주는 일도 이장님 소임이란다.

이장님께 물었다. “이장님,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주지 스님은 어떤 분이셔요?” 이장님 왈 “스님요? 스님은 한마디로 <화엄경>여요, 화엄경.” 더 이상 뭘 물어 보겠는가. 조용히 입을 닫을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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