賢者 殿閣/덕화만발

[스크랩] *덕화만발* 천 냥 빚

초암 정만순 2014. 4. 19. 17:57

 

 

*德華滿發*

 

천 냥 빚

 

도반 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언어(言語)는 품격(品格)입니다. 그 하는 말을 보고 그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하지요. 엊그제 선량(選良)들이 모인 국회에서 연설하는 야당당수에게 “너나 잘해!”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습니다. 물론 야당대표의 비판이 아팠겠지요. 그러나 거대여당의 원내대표라는 사람의 막말은 도저히 이해도 안가고 변명의 여지도 없어 보입니다. 아마 이게 바로 한국 정치판의 현주소와 정치인들의 품격을 나타낸 사건이 아닐 런지요.

 

언제나 생각 없이 내 뱉는 입이 문제지요. 그러니 어찌 입이 화(禍)의 근본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그 또한 잘 쓰면 얼마나 입이 복문(福門)되는지 알 수가 없죠. 그래서 말을 조심하여 하라는『구시화문(口是禍門)』에서 잘 쓰면 복이 온다는『구시화복문(口是禍福門)』으로 요즘엔 속담이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 아내가 있습니다. 우리 동네사람들에게 인기 ‘짱’입니다. “어제 자네가 없어서 아쉬웠어!” 말 한마디로 상대의 존재가치를 높여주는 아내, 그래서 동네에서 아내의 인기가 최고입니다. 그 아내가 지난 4년간 동네 통 통장(統統長)을 하다가 이번에 통장의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오뉴월의 화롯불도 쬐다 안 쬐면 아쉽다는데 얼마나 서운하겠습니까? 그래도 마지막 날 까지 인계인수를 깔끔하게 처리하고 미련 없이 물러서는 모습에선 그 동안 아내의 마음공부가 헛것이 아닌 것 같아 마음이 무척 흐뭇합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악한 말은 독사의 송곳니보다 강하다고 합니다. 독사는 누군가를 물 때 독침과 같을 역할을 하는 송곳니로 물죠. 이 ‘침’을 통해서 적의 몸에 치명적인 물질을 보내어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 뱀만이 그들의 입에서 독을 내뿜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조심하지 않고 내 뱉는 말이 바로 위험스런 독이 되는 것이죠.

 

옛날에 박상길이라는 나이 지긋한 백정이 장터에서 푸줏간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양반 두 사람이 고기를 사러 왔습니다. 첫 번째 양반이 “야! 상길아 고기 한 근 다오.”라고 했습니다. 박상길은 “예, 그러지오.” 대답하고는 고기를 떼어 주었습니다. 두 번째 양반은 상대가 비록 천한 백정이지만 나이든 사람에게 말을 함부로 하기가 거북했습니다. 그래서 “박서방, 여기 고기 한 근 주시게”라고 점잖게 부탁을 했죠. 박상길은 이 말에 “예, 고맙습니다.”하며 기분 좋게 대답을 하고 고기를 듬뿍 잘라 주었습니다.

 

첫 번째 고기를 산 양반이 보니, 같은 한 근인데도 자기가 받은 것보다는 갑절이나 더 많아 보였습니다. 그 양반이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며 따졌습니다. “야 이놈아! 같은 한 근인데 이 사람 것은 이렇게 많고, 내 것은 이렇게 적으냐?” 그러자 박상길은 침착하게 대답을 합니다. “네, 그거야 손님 고기는 상길이가 자른 것이고 이 어른 고기는 박서방이 자른 것이니까요.”

 

도반 동지 여러분!

이처럼 인간은 말을 할 수 있는 동물이기에 많은 문제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마는 천 사람의 귀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한 마디 말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지마는 한 마디 말로 사람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죠.

 

정말 우리는 말을 조심해야 합니다. 한 마디의 잘못된 말이 이간질이 되고, 한 마디의 잘못된 말이 일생 동안 키워온 우정을 순식간에 허물어뜨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 번 잘못된 말은 엎질러진 물과 같아서 다시 어찌해 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말은 될 수 있는 대로 신중히 생각해서 해야 되며 되도록 이면 말을 적게 하는 것이 실수를 하지 않는 길입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한 이발사가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젊은 도제(徒弟)를 한 명 들였습니다. 젊은 도제는 3개월 동안 열심히 이발 기술을 익혔고 드디어 첫 번째 손님을 맞이하게 되었죠. 그는 그 동안 배운 기술을 최대한 발휘하여 첫 번째 손님의 머리를 열심히 깎았습니다. 그러나 거울로 자신의 머리 모양을 확인한 손님은 투덜거립니다. “머리가 너무 길지 않나요?” 초보 이발사는 손님의 말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했죠. 그러자 그를 가르쳤던 이발사가 웃으면서 말합니다. “머리가 너무 짧으면 경박해 보인답니다. 손님에게는 긴 머리가 아주 잘 어울리는 걸요.” 그 말을 들은 손님은 금방 기분이 좋아져서 돌아갔습니다.

 

두 번째 손님이 들어왔습니다. 이발이 끝나고 거울을 본 손님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말했습니다. “너무 짧게 자른 것 아닌가요?” 초보 이발사는 이번에도 역시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했죠. 옆에 있던 이발사가 다시 거들며 말했습니다. “짧은 머리는 긴 머리보다 훨씬 경쾌하고 정직해 보인답니다.” 이번에도 손님은 매우 흡족한 기분으로 돌아갔습니다.

 

세 번째 손님이 왔습니다. 이발이 끝나고 거울을 본 손님은 머리 모양은 무척 마음에 들어 했지만, 막상 돈을 낼 때는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 것 같군.” 초보 이발사는 여전히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죠. 그러자 이번에도 이발사가 나섰습니다. “머리 모양은 사람의 인상을 좌우 한답니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은 머리 다듬는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요.” 그러자 세 번째 손님 역시 매우 밝은 표정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날 저녁에 초보 이발사는 자신을 가르쳐준 이발사에게 오늘 일에 대해서 여쭈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물에는 양면성이 있다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고, 얻는 것이 있으면 손해 보는 것도 있지. 또한 세상에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네. 나는 손님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자네에게 격려와 질책을 하고자 한 것뿐이라네.”

 

도반 동지 여러분!

어떻습니까?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습니다. 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말하는 기술입니다. 거대야당의 원내대표라는 분은 아마 인격수양을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비수를 들이 대듯한 그 야당당수도 마찬 가지이고요. ‘어떻게 말하는 가’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가’를 말해주는 척도가 됩니다. 독기 어린 욕설 보다는 부드러말 한마디에 인기 ‘짱’인 어느 평범한 아내의 인격이 더 빛나 보이지 않는가요?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냅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 것이지요!

 

원기 99년(2014) 4월 4일 덕 산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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