賢者 殿閣/덕화만발

[스크랩] *덕화만발* 호곡장

초암 정만순 2014. 4. 21. 09:45

 

 

*德華滿發*

 

호곡장(好哭場)

 

도반 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영웅선읍 미인다루(英雄善泣 美人多淚)’라는 말을 아시는지요? ‘영웅호걸은 잘 우는 사람들이고, 미인은 눈물이 많다는 뜻입니다. 여러분은 어떨 때 눈물이 나십니까? 실컷 목 놓아 울어 보신 적은 있으신지요? 저는 젊은 시절에 술만 취하면 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맺힌 것이 많았던 모양이죠. 또 그렇게 대성통곡(大聲痛哭)을 하고나면 속이 후련해지기 때문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남자든 여자든 다른 사람들 보는 곳에서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특히 남자들은 인생에 태어나서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는 금기(禁忌)에 쇠뇌당하여 남들에게 눈물을 보인다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말 어느 곳이든 목 놓아 울 수 있는 그런 곳이 있다거나 속에 쌓인 것이 많으신 분들은 한번 가서 실컷 울어보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을 지도 모릅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열하일기(熱河日記)’를 지은 박지원(朴趾源, 1737년~1805년)은 조선 후기의 문신, 실학자이자 사상가, 외교관 그리고 소설가이죠. 호는 연암(燕巖)입니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는 ‘목 놓아 실컷 울고 싶은 장소’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청나라 건륭제(乾隆帝)의 칠순 잔치를 위한 사절단을 따라 압록강(鴨綠江)을 건너 청나라로 들어갈 때 만주(滿洲)벌판을 처음 본 연암은 그 광활(廣闊)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소감을 이렇게 외쳤습니다. “참으로 울기 좋은 장소로다! 한번 이곳에서 실컷 울어보고 싶구나!(好哭場 可以哭矣)” 울기 좋은 장소 ‘호곡장(好哭場)’이란 여기서 나온 얘기입니다. 함께 갔던 정(鄭)진사라는 사람이 광활한 만주 벌판을 보고 외친 연암의 호곡 장에 대해 “이렇게 넓은 벌판을 보고 하필이면 ‘울기 좋은 터’라는 표현을 쓰느냐”고 묻습니다. 이때 연암은 그의 ‘울음 론’을 펼치죠. “슬퍼서만 우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감정인 칠정(七情 : 喜 怒 哀 樂 愛 惡 欲)이 극에 이르면 모두 울음이 되어 나오는 것이다.

 

즉,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 사랑과 증오, 그리고 욕심, 이 모든 감정은 모두 각각의 개별 상황에서 나오지만 이런 감정들이 극에 다다르면 결국 울음으로 변하는 것이다. 기쁨이 극에 다다르면 기쁨의 울음이 되고, 분노가 극에 다다르면 분노의 울음이 되고, 즐거움이 극에 다다르면 즐거움의 울음이 되고, 사랑이 극에 다다르면 애절함의 울음이 되고, 증오가 극에 다다르면 분노의 울음이 되고, 욕심이 극에 다다르면 탐욕의 울음이 된다.”

 

도반 동지 여러분!

‘영웅호걸은 잘 우는 사람들이고, 미인은 눈물이 많다.(英雄善泣 美人多淚)’고 했습니다. 연암은 진정한 영웅과 천하의 미인은 모두 잘 우는 사람이라며 지도자의 눈물을 긍정합니다. 그렇습니다. 진정한 사람은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차가운 가슴과 냉철한 이성(理性)만으로는 큰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주변의 불행을 보고 울 줄 알고, 목표를 달성하고 함께한 사람들과 기쁨의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이 아름답지 않으신가요?

 

도반 동지 여러분!

그럼 사람은 어느 때 울어야 하나요? 영웅(英雄)은 제 때 울 줄 압니다. 불보살은 눈물이 더 많습니다. 원주시 신림면 용암 2리 ‘구인 암’에는 눈물 흘리는 돌부처가 있다고 합니다. 구인 암의 스님들은 암자 뒤편에 모시고 있는 높이 1m가량의 ‘약사여래 좌불’이 눈물을 흘릴 때면 무슨 변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답니다.

 

2005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쓰나미로 수만 명이 사망했을 때도 돌부처는 40일간을 슬픈 표정으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하네요. 대구 지하철 참사 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처해 있을 때도 흘리던 약사여래불이 또다시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스님들의 걱정이 태산이라고 합니다. 한 스님은 “며칠 전부터 부처님이 너무 슬프게 눈물을 흘리고 계시다”며 혹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고 했습니다. 아마 어제 터진 진도앞바다의 여객선 침몰로 많은 어린 학생이 죽고 실종되었습니다. 혹 그때문은 아닐까요?

 

도반 동지 여러분!

이와 같이 부처님은 중생의 아픔을 보시면 눈물을 흘리십니다. 무엇이 그리 슬프실까요? 그건 요즘 세상이 너무 병이 들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병이 들었을까요?

 

첫째, 돈의 병입니다.

사람들이 인생의 온갖 향락(享樂)과 욕망을 달성하려 함에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은 의리나 염치(廉恥)보다 돈이 더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로 인하여 인간의 윤기(倫氣)가 쇠(衰)해지고, 정의(情誼)가 상하는 것이 어찌 슬프지 않겠습니까?

 

둘째, 원망의 병입니다.

개인 가정 나라가 서로 자기의 잘못은 알지 못하고 남의 잘못만 살핍니다. 남에게 은혜 입은 것은 알지 못하고 나의 은혜 입힌 것만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로 서로 원망함으로써 세상에 크고 작은 싸움이 그칠 날이 없으니 이 얼마나 슬픈 것입니까?

 

셋째, 의뢰(依賴)병입니다.

부유한 집안 자녀들은 하는 일 없이 놀고먹는 사람이 많습니다. 자기의 친척이나 벗 가운데 혹 잘 된 사람이 있으면 자립 노력은 하지 않고 거기에 의세(倚勢)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넷째, 배울 줄 모르고 가르칠 줄 모르는 병입니다.

공자께서는 셋이 걸어도 그 가운데 나의 스승이 있다 하셨습니다. 그런데 되지 못한 아만 심(我慢心)으로 배우기를 꺼려합니다. 조금 아는 것이 있다는 사람은 자만(自慢)하고 자긍(自矜)하여 모르는 사람들은 상대도 아니 하려 하네요.

 

다섯째, 공익 심(公益心)없는 병입니다.

개인주의가 굳어져서 남을 위해 일하려 하는 사람이 드뭅니다. 그리고 혹 어떠한 명예에 끌려서 공중 사를 표방하여 어떤 일을 하다가도 사심(私心)이 발동하여 개인의 이익을 취하다가 공익을 망칩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어떻습니까? 영웅호걸과 미인만 잘 우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눈물은 이렇게 세상이 병들어 갈 때 흘리는 것이지요. 우리가 눈물을 흘려 세상을 바로 세울 수만 있다면 저는 저 약사여래 상처럼 매일이라도 눈물을 흘리렵니다. 저 어린학생들의 원혼(冤魂)을 위해 눈물을 흘릴 호곡 장은 어디 없을까요!

 

원기 99년(2014) 4월 17일 덕 산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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