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 香氣/入門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24

초암 정만순 2021. 7. 24. 10:40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대인을 믿습니다만 진명이 그만한 중책을 감당해낼 수 있을까 염려가 되는군요"

"그건 염려 놓으셔도 됩니다 이 곳으로 오는 도중 제자분을 자세히 살펴 보았는데 사람됨이 신중하고 세심할 뿐만 아니라 성품이 곹은 겄이 제 마음에 쏙 들었읍니다

" 어흠 그래요 진명아 너 생각앤 어떠하냐"

"스승님의 마음은 잘 알고 있읍니다. 그러나 강호를 유람하며 천하의 산지식을 뱌우고 경험할 이런 기회가 흔한것도 아니니 이번 길에 동행하고 싶습니다"

"오호 너 뜻이 그러하다면 내 허락하마 다만 항상 몸가짐을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해야 하느니라"

"네 감사합니다 스승님"

이렇게 당사자들 간의 합의는 이루어 졌다

도장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신걸께서는 한 사나흘 선운산 일대를 유람하고 계시지요 그동안 제가 진명에게 속성으로 가르칠 무공이 있어서dy"

"아이구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이 아름다운 풍광을 구경도 하지 못하고 떠날려니 내심 섭섭하였는데 잘 되었sp요"

 

 

적막한 밤하늘에 어둠이 짙어지자 때 맞춰 상현달이 뜬 아름다운 달밤이다

도솔봉 정상은 암반위에 부셔지는 달빛으로 은쟁반처름 은은한데 고송 사이로 보이는 북두칠성이 신비롭기만 하다

그때 두 명의 인영이 바람처름 솟구쳐 도솔봉(兜率峰) 칠성평(七星坪) 위에 나타났다

함허도장과 진명이다

들 다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온 몸을 검은 도포로 감쌌는데 달빛이 밝아 의도한 바가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칠성평은 도솔봉 정상에서 북쪽으로 치우친 절벽위에 형성된 평평한 암반인데 이 때 쯤이면 달과 북극성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천혜의 장소이다

칠성검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월광과 북두칠성의 정기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결코 대성할 수 없는 데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청허상인이 등 뒤에 멘 칼집에서 칼을 뽑았다

 

 

'스르릉' 용이 우는듯한 검음(劍吟)을 토해내며 뽑혀나온 검은 달빛을 받아 푸르스르한 검신에서 가공할 경기(勁氣)를 뿜어 내는듯 한데 검병(劍柄)에 박힌 일곱개의 비취가 달빛을 튕겨내니 더욱 경이롭다

도장이 입을 열었다

"보아라 이 검이 바로 칠성보검이니라

내가 칠성검법을 거의 성취할 무렵 스승이신 운허상인(雲虛上人)께서 칠성검법(七星劍法)의 적전제자(適傳弟子)로 나를 지목하시면서 하사하신 검이다"

"참으로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검이군요"

"그렇다 이 검은 지리산 지맥인 둔철산의 묵철(墨鐵)을 정강(精鋼)하여 만든 검인(劍刃)인지라 보통의 검은 한번 부딭치면 잘리거나 부러져 나갈뿐만 아니리 손잡이에 박힌 일곱개의 비치옥은 일반 독을 피할수 있는 해독 능력이 있단다"

"참으로 대단한 검입니다 이 검이라야 칠성검법의 진수를 마음껏 펼칠 수 있겠군요 스승님"

"허허허 너가 이 검의 진면목을 단숨에 알아챘나 보구나

칠성검법의 구결을 너에게 일러주기 전 맛보기로 칠성검법 사십구로(四十九路) 중 몇 초식만 보여주마"

말을 마친 도장은 평보세(平步勢)에서 오른손으로 검을 잡고 하늘로 서서히 검을 찔러 올렸다

그러자 '우우웅' 검신에서 소리가 나며 반짝이는 빛이 비쳐나오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얍"

짧은 합기성(合氣聲)과 함께 전신을 우회전하며 등글게 검을 휘두르니 약 한자 가량의 검강(劍罡)이 별빛 고리처름 월광을 베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