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 香氣/入門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26

초암 정만순 2021. 7. 29. 10:56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다음 날 아침 묘시 경 길 떠나는 구지신걸과 진명 앞에 일주문 에서 기다리고 있던 초우가 나타났다

"구지노인 요 며칠 못 본 사이 신수가 훤해 졌읍니다 그려.  패랭이에 혁화를 신고 누비옷에 바랑이라니. 그런데 어찌하여 진명 형님과 같이 나셨읍니까"

진명이 말했다

"사실 구지노인과 나는 북향길에 동행할 예정이네 섭섭하지만 동생과 나는 여기서 해어져야 겠지.

확실한 겄은 모르지만 아마 내년 춘삼월 쯤이면 내가 청허궁으로 돌아와 있을테니 여가가 나면 한번 찿아오게나"

"그럼 여기서 작별 아니 나는 꼭 두분과 동행할 참이니 말리지 마소

행선지도 북방이라 하니 나와 행로가 같은데 굳이 나를 떼어놓으려 하는 까닭이 무었이요"

구지신걸이 참지 못하겠다는 듯 고함을 질렀다

"아니 어린 친구가 왜이리 앙탈이 심한가 우리는 우리대로 할일이 있다지 않은가

명산대천 유람은 더더구나 아닐 뿐만 아니라 그 일이 결코 싶지 않을 뿐더러 위험하기도 한데 꼭 이리 물귀신 처름 달라붙어 동행을 고집해야 하는가"

"헤헤 여행의 재미 중에 백미는 위험한 일을 경험해 보는데 있다고 들었거든요 모험을 즐기는 나에게는 딱이네요"

참으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

"사실 자네가 우리와 동행 하려면 어느 정도의 무공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네 그렇지 않으면 자네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할 뿐더러 쥐도 새도 모르게 비명횡사할 수도 있지

다시 말해 자넨 우리의 짐밖에 되지 않으니 이쯤에서 되도 않은 생각을 접게나"

초우가 잔뜩 볼멘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내가 무공을 할 줄 아는지 모르는지 노인네가 어찌 아슈

나도 노인네 무공 실력을 본 적이 없으니 이렇게 해보는게 어떻겠오

나와 노인네가 한번 겨루어 보고 그 때 동행을 허락하든지 말든지 하는게 공평할 것 같은데요"

그 말을 들은 신걸이 앙천대소했다

"우하하하 참으로 당돌하구나 그래 좋아 좋아 자네가 선공하여 삼초 안에 나를 한발자욱 이라도 물러나게 한다면  자네 말에 따라 동행을 허락함세 만일 그렇지 않으면 썩 꺼져주게" 

"좋아요 그럼 시작해 볼까요 심판은 형님이 보세요"

"그럼 무기를 들건 맨손으로 상대하든 그건 자네가 알아서 하게 나는 맨손으로 상대 하겠네"

 

 

 

신걸과 초우는 삼장 거리를 두고 마주 섯다

초우는 품속에서 벽옥소를 꺼네 들었는데 주막에서 연주하던 그 피리다

잔뜩 긴장된 얼굴로 품세를 가다듬던  초우가 신걸의 가슴을 향해 번개같이 옥소를 찔러댄다

그러자 신걸 또한 가볍게 한 손을 내밀었다

봄바람처름 부드러운 장풍이 살랑살랑 초우의 가슴을 향해 다가오더니 약 일장을 남겨 두고서는 갑자기 회오리 같은 잠력을 일으키며 거세게 닥쳐든다"

기겁을 한 초우가 잽싸게 옆으로 돌아 들어가며 횡소만산(橫掃萬山)의 초식으로 신걸의 옆구리를 후려쳐 간다

그러나 신걸은 코웃음을 치며 왼발로 소우의 공격을 막아내곤 오른발을 허공에서 휘둘러 초우의 머리를 찍어내린다

원앙각(鴛鴦脚) 기볍이다

삼초식 중 두 초식을 허비한 초우는 재빨리 잔머리를 굴린다

평범한 공격이나 공력으로는 도저히 이 노인네를 상대할 수가 없는 겄이다

신걸의 오른발이 머리를 내리 찍으러 오자 초우는 순간적으로 그대로 주저앉으며 대굴대둘 굴러 신걸의 앞다리를 두손으로 잡으려 든다

광구교골(狂狗嚙骨)의 신법인데 젊잖은 무림인은 결코 쓰지 않는 비루한 수법이었다

순간적으로 당황한 신걸이 자신도 모르게 그만 한 발을 뒤로 물리고는 아차했다

한 발이라도 물러나면 자신이 진다는 약조 때문이다

"어때요 제가 이겼죠 설마 약속을 파기할 생각은 마쇼"

"허어 이거참 노부가 이런 꼬맹이 한테 당하다니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니 만큼 지키겠네"

" 노인장 한 수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참으로 대단한 무공 실력을 지니셨군요 "

"자네의 실력도 쓸만 하구먼 어디 가서 호락호락 욕볼 정도는 아닌것 같으니 다 함께 가세"

이렇게 초우를 포함한 세 사람은 함께 북행 길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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