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 香氣/入門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23

초암 정만순 2021. 7. 23. 10:57

표풍만리행(飄風萬里行)

 

 

 

 

"백성이 곧 하늘이라 하였고 먹고 사는게 하늘이라 하였는데 굶주려 죽는 민초가 부지기수이니 참으로 통탄할 따름이요"

상인이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햤다

"출가인의 한 사람으로서 중생을 위해 무었을 해야 할까 늘 고심하고 있오만 천신께 기도만 드리고 앉아 있자니 참으로 갑갑한 노릇이외다" 

신걸이 목이 타는듯 표주병의 술을 한모금 마시더니 말했다

"저희 개방(丐幇)이 비록 거지 집단이긴 하나 의기 하나만은 어느 방파보다도 드높다고 자부하고 있오.

그래서 방주님과 상의 결과 흑백양도(黑白兩道)를 가리지 않고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있고 도울 의사가 있다면 천리를 마다않고 찿아가 그 방도를 모색코자 합니다"

상인이 거듭 감탄사를 발한다

"아아 참으로 드높은 기개 입니다.

당연히 저희 삼청궁도 참여해서 최대한 도와 드려야 도리가 아니겠읍니까

그런데 신걸께서는 앞으로 어떤 방도와 계획을 갖고 계신겁니까"

"근래 민심이 흉흉한 가운데 흑도와 사파의 결집이 눈에 띈다 합니다.

마땅히 이들의 동태를 면밀히 살펴본 후 이들의 흉심을 파악하여 대책을 세워야하지 않겠소"

"좋은 생각입니다

우선 세밀한 정보를 파악한 후 백도와 정파의 지도자들이 모여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운 후 다음 후속조치를 취해야 겠지요"

 

 

"그런데 이 모든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 본인 혼자 힘만으론 부족합니다.

그러니 삼청궁에서 사람 하나를 붙여 주었으면 합니다만"

"뭐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만 혹시 눈여겨 본 사람이라도 있으신지"

"정읍 저자거리에서 만난 진명이라는 친구와 이곳까지 동행하였는데 사람이 신실하고 꽤 쓸만 하더군요"

"아 그래요 진명이 폐관수련을 마치고 돌아왔구나.

잘되었네요 저와 함께 함허도장의 거처로 가보기로 합시다"

방문한다는 연통을 넣은 후 청허상인과 구지신걸은 연소굴로 향했다

 

연소굴 문 앞에서 두 사람을 맞이한 함허도장과 진명은 깍듯이 고개숙여 읍을한다

"어서 오십시요 궁주님"

" 예을 거두세요 사형"

사실 청허상인이 궁주 이기는 하나 삼청궁 입문은 함허도장이 먼저 한지라 도장이 상인의 사형(師兄)이 되는 겄이다 

삼청궁의 무공은 수십가지가 전래되어 내려오나 가장 중요한 무공으로 삼대진산절예(三大鎭山絶藝)가 있다

그 중 신보법(身步法)으로는 구궁연환보요 지장법(指掌法)으로는 천강지다

또 한 가지 진산절예는 칠성검법((七星劍法)이다

그런데 한사람의 스승으로 부터 상인과 도장이 무공을 교련하였으나 각자의 소질이 달라 구궁연환보와 도교의 교리 방면에는 상인이 뛰어났고 천강지와 칠성검의 습득은 도장이 앞섯다

당초 궁주였던 스승이 우화(羽化) 시에 함허도장에게 궁주의 자리를 전승하려 하였으나 명리에 뜻이 없고 무공에만 전념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도장은 끝내 스승의 의사에 반하여 궁주 보임을 거절했던 겄이다

이에 스승은 상인을 자신의 후임자로 정하고 우화승천 하였으니 청허상인은 도장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깍듯이 예를 갗추는 겄이다

 

 

연소굴에 들어온 후 진명이 상인에게 큰절을 올렸다

"궁주님 덕분에 무사히 소주천 수련을 이루고 귀궁하였나이다"

"허허 그래 장하다 본 궁에 든든한 인재가 생겼으니 참으로 기쁘구나"

뒤이어 상인이 손바닥으로 구지신걸을 가리키며 도장을 보고 말했다

"사형 이 분은 구지신걸 이라는 분으로 중대사 의논 차 본인을 방문했오이다

사형과 상의하여 결론을 내릴 일이 있어 이렇게 모시고 왔읍니다"

"아아 구지신걸이라면 개방의 대장로이신 그 분이 아니십니까 

오늘 이렇게 만나 뵙다니 큰 광영입니다"

"별말씀 이십니다

평소 도장의 높은 덕과 고강한 무공을 늘 흠모하던 바 오늘 이렇게 마주 앉으니 저로서도 일대 영광입니다"

서로 간의 겸사가 오고 간 뒤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무림 대소사에 관한 근황이며 조정과 백성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신걸이 장차 추진할 계획안에 대한 이야기가 끝날 때 쯤 신걸이 입을 열었다

"사실은 도장께 개인적으로 청드릴 일이 있읍니다"

"무슨 말씀인지 편히 말해 보세요"

"진명을 이번 북진(北進)길에 동행으로 삼을까 합니다만 도장의 의견은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