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한개마을
산들이 겹겹이 에워싼 藏風形 명당
▨ 한개마을=
경상북도 성주군 월항면 대산리에 있는 성산 이씨 집성촌,
중요민속자료 제255호다.
조선 세종 때 진주목사를 지낸 이우(李友)가 개척한 이후 마을의 역사가 600년에 가깝다.
한개는 대포(大浦)의 순 우리말 표현으로 '큰 나루터'를 뜻한다.
옛날 마을 앞을 흐르는 백천(白川)을 이용해 나룻배가 오르내렸던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됐다 한다.
한주종택(寒洲宗宅), 북비고택(北扉古宅), 교리댁(校理宅) 등 마을의 한옥들은 대부분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돌과 흙을 번갈아 얹어 쌓은 옛 담장은 등록문화재 제261호다.
인근에 세종대왕자태실이 있다.
▲ 마을 뒤에서 바라본 한개의 전경.
층층으로 보이는 기와집들의 용마루가 정겹다.
정면에 말안장처럼 보이는 산이 안산이다.
말은 일정한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 탄다.
따라서 이런 형태의 안산은 고귀한 인물이 난다고 본다.
▲ 한개마을의 주산인 영취산.
봉우리가 봉긋한 이러한 모양을 옥녀봉(玉女峰)이라 한다.
여기에서 지맥이 많이 뻗어 내리면 옥녀산발형(玉女散髮形)이 된다.
그래서 한개를 옥녀산발형 명당이라 보기도 한다.
우리 조상들의 주택입지 제1요건은 배산임수(背山臨水)라 했다.
뒤에 산을 두고 앞으로 물을 보는 곳이다.
한개는 완만한 경사지에 조성돼 있다.
마을 앞으로 낙동강의 지류인 백천이 흐른다.
또한 평야지임에도 앞이 확 트였다.
전저후고(前低後高)도 확실하다.
이래저래 한개는 풍수적 마을 입지로 제격이다.
한개마을의 주산은 영취산(靈鷲山)이다.
마을을 감싸는 청룡과 백호는 모두 이 영취산에서 직접 뻗어 내렸다.
풍수용어로 본신용호(本身龍虎)다.
이런 형태는 다른 산에서 내려와 감싸는 경우보다 그 기운이 훨씬 강한 것으로 본다.
그것도 겹겹이다.
청룡과 백호뿐 아니라, 마을 앞 안산과 조산도 두겹, 세겹으로 에워싸고 있다.
장풍의 역할을 착실히 수행한다.
전형적인 장풍형(藏風形) 명당이다.
더욱이 청룡과 백호는 거의 높낮이가 같다.
마을에서의 거리도 비슷하다.
좌우의 조화, 그래서 느끼는 분위기가 더욱 아늑한지도 모르겠다.
거기에다 적당한 높낮이에 마을을 향해 읍(揖)하는 안산의 아름다움은 주산의 배필로 그만이다.
한개마을은 서남향이다.
지세에 따른 자연스런 배치다.
주산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온 중심 맥은 좌선(左旋)이다.
산의 능선이 왼쪽으로 굽었다는 뜻이다.
그곳에 마을이 들어섰다.
좌우에 산들이 감싸 안고, 그 중심에 마을이 위치한다.
이를 문자에 대입시키면 야자(也字)와 비슷한 형태가 된다.
마을의 지맥은 야자의 가운데 획이다.
그래서 한개마을의 지형을 야자형 명당이라 보기도 한다.
물은 마을을 둥글게 감싸고 흐르는 형태가 좋다고 했다.
이른바 궁수(弓水)다.
하지만 백천은 마을을 환포하지 않는다.
외백호 끝자락서 외청룡으로 굴곡이 없이 곧장 흐른다.
다행히 외청룡이 직선으로 흐르는 물길을 막고 있다.
명당을 이루는 산과 물의 조화의 백미는 역수(逆水)다.
역수를 이루지 못하는 터는 명당을 이루지 못한다고 본다.
한개의 물이 역수다.
서쪽에서 이천과 합친 후 남동쪽으로 흐르는 백천은 마을 밖의 청룡에 부딪혀 곧바로 빠지지 못한다.
수구(水口)가 닫혀있다는 얘기도 된다.
물이 나가는 곳인 수구가 벌어져 있다면 생기를 저장하지 못한다.
물 따라 기운도 빠져나간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개마을에 들어서면 아늑한 분위기를 먼저 느낀다.
높지도 그렇다고 낮지도 않은 산들…, 그 산들이 엮어내는 맑은 기운 때문일 게다.
마을과 산의 조화가 이처럼 아름다운 곳도 흔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