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자미화(紫薇花). 백일홍(百日紅), 만당홍(滿堂紅)이라고도 한다.
중국이 원산지인 꽃나무라고 하며 겨울 추위에 약해서 경기도 이남의 지역에서만 자라고 있다.
흔히 정원이나 공원 등에 심어 꽃을 즐기는 낙엽활엽수로 높이는 5m 안팎이다.
줄기는 연한 보랏빛을 띤 붉은빛으로 미끈하며 껍질이 자주 벗겨지는데 벗겨진 자리는 희다.
많은 가지를 치며 잔가지는 4개의 모를 가지고 있다.
잎은 마디마다 2장이 마주 자리하는데 때로는 아주 가까운 거리로 어긋나게 자리하는 일도 있다.
잎의 생김새는 타원 꼴 또는 계란 꼴로 두텁고 윤기가 나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잎자루는 짧아서 없는 것처럼 보인다.
꽃은 힘차게 자라난 새 가지 끝에 원뿌리 꼴로 여러 송이가 모여 핀다. 꽃의 지름은 3~4cm이고 보랏빛을 띤 짙은 분홍색인데 흰 꽃이 피는 것도 있다.
6장의 꽃잎에는 주름이 많고 꽃이 오래도록 피기 때문에 목백일홍(木百日紅)이라고도 부른다.
꽃이 지고 난 뒤에 둥근 열매를 맺고 익으면 여섯 갈래로 갈라진다.
줄기
높이가 5m에 달하며 줄기는 굴곡이 심한 편이어서 비스듬히 눕기 쉽고, 가지는 엉성하게 나서 나무 전체 모양이 고르지 못한 편이나 독립해서 자랄 때에는 수관이 둥글게 되는 일이 흔히 있다.
나무껍질은 적갈색이고 평활하며 얇게 벗겨져서 줄기에 얼룩이 잘 지고 또 혹이 잘 생기기도 한다.
일년생가지는 모가나고 뿌리부터 움가지가 잘 돋아난다.
나무껍질
나무껍질은 적갈색이고, 평활하며 얇게 벗겨져서 줄기에 얼룩 또는 혹이 생기기도 하며, 일년생가지는 모가 난다.
잎
잎은 두꺼우며 마주나기하고 타원형이며 무딘형 또는 예두, 원저이고 길이 2.5 ~ 7cm로, 표면에 윤채가 있고 뒷면 잎맥을 따라 털이 있으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고, 잎자루가 거의 없다.
꽃
원뿔모양꽃차례는 가지 끝에 달리고, 길이와 폭이 각 10 ~ 20cm × 3 ~ 4cm이고, 암수한꽃으로 진한 분홍색이며, 수술은 30 ~ 40개로서 가장자리의 6개가 길며 암술은 1개이고 암술대가 수술 밖으로 나오고 8월 중순 ~ 9월 중순에 개화한다.
열매
열매는 삭과로 넓은 타원형이며 길이 1 ~ 1.2cm로서 6실이지만 7 ~ 8실인 것도 있고 10월에 익는다.
열매껍질조각은 단단한 목질이고 그 안에 작은 종자가 많이 들어 있다.
용도
• 꽃을 관상하기 위한 조경수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절에 이 나무를 많이 심고 전라북도 선운사 경내에 서 있는 2그루의 배롱나무는 명물이고 수형이 고르다.
• 염료 식물로 이용할 수 있다. - 배롱나무의 잎에는 타닌 성분이 많아서 철을 매염제로 하여 흑갈색 계통의 색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염료 식물이다.
• 꽃은 紫微花(자미화), 뿌리는 紫薇根(자미근), 잎은 紫薇葉(자미엽)이라 하며 약용한다.
⑴紫微花(자미화)
①약효 : 산후의 血崩(혈붕)이 멎지 않은 증상, 血隔(혈격)징하, 崩中(붕중), (대하임리), 疥癩癬瘡(개라선창), 소아의 爛頭胎毒(난두태독)을 치료한다.
②용법/용량 : 3-9g을 달여서 복용한다. <외용> 달인 液(액)으로 세척한다. 임부는 금한다.
⑵紫薇根(자미근)
①연중 수시로 채취한다.
②성분 : 뿌리에는 sitosterol 등이 함유되어 있다.
③약효 : 癰疽瘡毒(옹저창독), 齒痛(치통), 이질을 치료한다.
④용법/용량 : 9-15g을 달여 복용한다. <외용> 粉末(분말)로 만들어 조합하여 塗布(도포)한다. 임부의 복용은 忌(기)한다.
⑶紫薇葉(자미엽)
①성분 : 잎에는 decinine, decamine, lagerstroemine, lagerine, dihydroverticillatine, decodine 등의 alkaloid가 함유되어 있고, 이상 각종의 alkaloid는 콩깍지 중에 집중적으로 함유되어 있다. 꽃에는 delphinidin-3-arabinoside, petunidin-3-arabinoside, malvidin-3-arabinoside, 沒食子酸(몰식자산), 몰식자산 methyl ester, ellagin acid 등이 함유되어 있고 또 alkaloid의 methyl lagerine이 함유되어 있다.
⑤약효 : 이질, 濕疹(습진), 創傷出血(창상출혈)을 치료한다.
⑥용법/용량 : 3-9g을 달여서 복용한다. <외용> 달인 液(액)으로 세척한다. 또는 짓찧어서 붙이거나 분말을 撒布(살포)한다.
배롱나무는 햇볕이 사정없이 내리쬐는 뜨거운 여름날에 꽃을 피운다.
산천초목이 모두 초록 세상이라 배롱나무 꽃은 한층 더 돋보인다.
배롱나무는 중국 남부가 고향이며, 고려 말 선비들의 문집인 《보한집》이나 《파한집》에 꽃 이름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는 적어도 고려 말 이전에 들어온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시집 오기 전의 중국 이름은 당나라 장안의 자미성에서 많이 심었기 때문에 ‘자미화(紫微花)’라고 했다.
글자로는 보라색 꽃이지만 붉은 꽃도 흔하고 흰 꽃도 가끔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자미화는 보라 꽃이 아닌 붉은 꽃이 먼저 들어오지 않았나 싶다.
이유는 자미화가 들어오고 나서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아 쓴 것으로 짐작되는 《양화소록(養花小錄)》에 “사람들이 이름을 제대로 익히지 않아 자미화를 백일홍이라고 한다”라는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저자인 강희안도 붉은 꽃을 보았음을 알 수 있어서다. 꽃이 오래 핀다고 하여 백일홍나무라 하였고, 세월이 지나면서 배기롱나무로 변했다가 지금의 배롱나무가 된 것이다.
도종환 시인의 시 〈백일홍〉을 읽어 본다.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시인의 관찰력은 정확하다.
꽃 하나하나가 이어 달리기로 피기 때문에 100일 동안 피는 꽃으로 착각했을 뿐이다.
가지 끝마다 원뿔모양의 꽃대를 뻗고 굵은 콩알만 한 꽃봉오리가 매달려 꽃을 피울 차례를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
아래서부터 꽃봉오리가 벌어지면서 꽃이 피어 올라간다.
대부분의 꽃들은 꽃대마다 거의 동시에 피는 경향이 있으나 배롱나무 꽃은 아래서부터 위까지 꽃이 피는데 몇 달이 걸린다.
꽃잎은 6~7장이고 모두 오글쪼글 주름이 잡혀 있다.
이글거리는 여름 태양도 주름을 펴주지는 못한다.
주름 꽃잎은 배롱나무만의 특허품이다.
배롱나무는 꽃이 오래 피는 특징 말고도 껍질의 유별남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오래된 줄기의 표면은 연한 붉은 기가 들어간 갈색이고, 얇은 조각으로 떨어지면서 흰 얼룩무늬가 생겨 반질반질해 보인다.
이런 나무껍질의 모습을 보고 ‘파양수(怕瀁樹)’, ‘간지럼나무’라고도 한다.
간지럼을 태우면 실제로 잎이 흔들려서 간지럼을 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착각일 따름이다.
식물에는 작은 자극을 일일이 전달해 줄 만한 발달된 신경세포가 아예 없다.
일본 사람들은 나무타기의 명수인 원숭이도 떨어질 만큼 미끄럽다고 하여 ‘원숭이 미끄럼 나무’라고 이름을 붙였다.
배롱나무에 얽힌 전설이 있다.
옛날 남해안의 어느 바닷가 마을에서는 해룡(海龍)이 파도를 일으켜 배를 뒤집어 버리는 심술을 막기 위해 매년 처녀를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
해마다 마을에서 가장 예쁘고 얌전한 처녀를 선발하여 곱게 화장을 시켜 바닷가 바위로 보내 해룡이 데려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해, 마침 왕자님이 마을에 나타나 안타까운 사정을 듣고 처녀 대신 바위에 앉아 있다가 용을 퇴치한다.
마을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얼마 동안 머물던 왕자는 처녀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사랑에는 마가 끼는 법, 왕자는 마침 출몰한 왜구를 퇴치하기 위하여 100일 뒤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마을을 떠나버린다.
매일 먼 바다를 바라보며 왕자를 기다리던 처녀는 그만 깊은 병이 들어 100일을 다 기다리지 못하고 죽고 만다.
약속한 날짜에 돌아온 왕자는 그녀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고 서울로 되돌아갔다.
이듬해 무덤 위에는 나무 한 그루가 자라더니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마치 왕자를 기다리듯 매일 조금씩 피는 꽃이 100일을 넘겨 이어지므로, 사람들은 이 나무를 백일홍나무라 부르게 되었다
오늘날도 배롱나무 옛터의 명성을 잃지 않는 곳이 여럿 있다.
소쇄원, 식영정 등 조선 문인들의 정자가 밀집해 있는 광주천의 옛 이름은 배롱나무 개울이라는 뜻의 자미탄(紫薇灘)이며,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담양 후산리 명옥헌에는 키 4~10여 미터, 줄기 둘레 30~150센티미터의 고목 100여 그루가 모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롱나무 숲을 만들고 있다.
그 외에도 강진 백련사, 고창 선운사, 경주 서출지 등도 배롱나무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