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무
한국의 중부와 북부의 해발 100~1,400m 정도 되는 계곡, 산기슭 및 산중턱에 자생한다.
키는 20~25m, 지름은 1m 정도로 곧추자라며 수피는 잿빛이고 1년 자란 가지는 노란색을 띠는 갈색이다.
어린 가지에 짧은 털이 조금 있거나 없다.
넓은 난형의 잎은 어긋나는데 끝이 매우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톱니가 있으며, 잎의 기부는 심장 모양이고 잎자루는 길이가 1.5~6㎝이다.
잎의 윗면은 녹색이고 털이 없지만 뒷면은 연녹색으로 맥에 갈색 털이 있다.
꽃은 6~7월에 흰색 또는 엷은 노란색으로 3~20개가 잎겨드랑이에서 나와 산방꽃차례를 이루며 핀다.
꽃자루는 길이가 1㎝ 정도로 털이 없고 포(苞)의 길이는 약 5㎝이다. 열매는 견과이다.
같은 피나무속(―屬 Tilia)에 속하는 중부 이남의 털피나무(T. rufa), 울릉도의 섬피나무(T. insularis), 평안도의 평안피나무(T. amurensis var. grosseserrata), 중부, 이북의 연밥피나무(T. koreana) 등은 한국 특산이다.
중국·만주, 몽골, 아무르 지방에도 분포하며, 목재는 가구재·조각재·바둑판·상 등의 재료로 사용하고 껍질은 밧줄을 만드는 데 쓴다.
가로수나 공원수로 적당하며 좋은 밀원식물이다.
열매는 이뇨제·진경제로 사용하며 염주를 만들기도 한다.
줄기
줄기는 곧게 자라며 회갈색이고 일년생가지에 짧은 단모가 있거나 없다.
나무껍질
나무껍질은 회갈색이다.
잎
잎은 어긋나기하며 넓은 달걀형이고 급히 길어진 첨두이며 심장저이고 길이와 폭이 각 3 ~ 9cm × 3 ~ 7cm로 뒷면은 회녹색이며 맥 겨드랑이에 갈색 털이 밀생하고, 가장자리 예리한 톱니가 있으며, 잎자루 길이는 1.5 ~ 6cm이다.
꽃
꽃은 5월 말 ~ 7월 말에 피며 3 ~ 20개씩 편평꽃차례로 달리고 담황색으로 지름은 15mm이며 향기가 진하고, 포는 꽃대 중앙부에 있고 피침형 또는 거꿀피침형이며 무딘형으로 길이 5cm이다. 꽃받침조각은 타원형이고 선단 외면에 별모양에 털이 있고, 꽃잎은 피침형으로 꽃받침보다 길고, 수술은 꽃잎보다 길다.
열매
열매는 견과로 원형으로서 능선이 없고 백색 또는 갈색 털이 밀생하며, 포가 달려있고 8월 중순 ~ 9월 말에 성숙한다.
용도
• 주요 조림수종 : 용재수종
• 목재는 기구재나 조각재, 바둑판, 상, 펄프재, 악기 등에 쓰이며 껍질은 몹시 질겨서 로프 제조 등 섬유자원으로 쓰인다.
• 꽃은 밀원이 있어 꿀을 생산할 수 있고, 가로수나 공원수로 어울리며 산간지 조경에 좋다.
피나무만큼 쓰임새가 넓은 나무도 흔치 않다.
목재, 나무껍질, 꽃, 열매 모두 옛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자원을 제공해주었다.
피나무 종류는 유럽, 아시아, 북미에 걸쳐 북반구의 온·한대지방에 걸쳐 널리 자란다.
자람이 빠르고 키 20미터, 줄기둘레가 두세 아름에 이르는 큰 나무다.
우리나라에서도 중북부의 다소 서늘한 곳의 숲속에서 만날 수 있는 흔한 나무다.
피나무 목재는 연한 황갈색으로 비중이 0.5 정도에 재질이 연하고 결이 고와 가공하기 쉽다.
세밀한 무늬가 들어가는 조각품을 비롯하여 가구 내장재, 밥상, 김칫독, 궤짝, 바둑판까지 쓰임은 거침이 없다.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고 있는 상자도 피나무로 만들었다.
재미있는 쓰임의 하나는 밑씻개나무다.
조선의 상궁들에게 지급되는 물품 중에는 대변을 본 뒤에 닦아내는 데 쓰라고 준 얇게 켠 나뭇조각 한 묶음도 들어 있었다고 한다.
피나무라고 딱히 밝히진 않았지만 가볍고 연하며, 까끄라기가 잘 일어나지 않는 등의 특징을 가진 나무는 피나무 말고는 없다. 바둑판 재료로서, 피나무는 비자나무나 은행나무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바둑돌을 놓을 때 표면의 탄력성과 은은한 황갈색이 고급 바둑판 재료로 손색이 없다
굵은 피나무는 해방 후 혼란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는 동안 모조리 잘려나가 지금은 바둑판을 만들 만한 나무가 거의 없어졌는데도 여전히 ‘피나무 바둑판’을 팔러 다니는 장수가 있다.
그러나 열대지방에서 나는 ‘아가티스(Agathis)’란 나무로 만든 가짜 피나무 바둑판이 대부분이다
피나무 세포에는 나선무늬가 있어서 현미경만 있으면 간단히 확인이 가능하다.
피나무는 껍질(皮)로 대표되는 나무다.
영어 이름인 베스우드(Bass-wood)나 라임(Lime), 혹은 린던(Linden)도 모두 껍질이란 뜻이다.
유명한 식물학자인 린네(Linne)도 피나무 이름에서 유래된 성이라고 한다.
속명인 ‘Tilia’는 그리스말인 ‘틸로스(tilos)’에서 유래되었는데 이 역시 껍질의 섬유를 가리킨다.
피나무가 이렇게 온통 껍질로 치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피나무 껍질은 섬유가 길고 질겨서 튼튼한 끈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새끼로 꼬아 굵은 밧줄을 만들었고, 촘촘히 엮어서 바닥에 까는 삿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또 껍질을 잘게 쪼개서 옷을 만들어 입기도 했다.
피나무 잎은 아기 손바닥만 한 크기에 가장자리에는 규칙적인 톱니가 있으며, 전체 모양은 완벽한 하트형이다.
초여름에 하트모양의 잎 사이로 깔때기 모양의 꽃차례에 작은 꽃이 모여 핀다.
꽃에는 강한 향기가 있고 꿀이 많아 대표적인 밀원식물로 비트리(Bee tree)란 별명을 갖고 있다.
꽃이 지면서 마치 장난감 헬리콥터의 날개를 닮은 포엽(苞葉)의 한가운데서 긴 열매 대궁이 나와 콩알 굵기만 한 열매가 열린다. 가운데에 비교적 단단한 씨앗이 들어 있는데, 이것으로 스님들의 염주를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피나무를 ‘염주나무’라고도 부른다.
피나무의 또 다른 이름은 보리수다.
불교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부처님이 도를 깨우친 진짜 인도보리수는 따라오지 못했다.
아열대지방인 인도에서 자라는 나무라 북쪽 지방에서는 자랄 수가 없었던 탓이다.
그래서 인도보리수와 하트모양의 잎이 닮았고 염주를 만들 수 있는 열매가 열리는 피나무를, 아쉽지만 부처님의 인도보리수를 대신하여 심기도 했다.
이후 중국과 우리나라는 피나무를 심고 보리수라 불렀다.
오늘날 속리산 법주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절에 자라는 보리수는 피나무 종류다.
식물도감을 찾아보면 ‘보리수나무’가 있는데, 진짜 보리수와 피나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별개의 작은 나무다.
서양 사람들에게도 피나무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중요한 나무다.
희랍신화에 바우키스(Baucis)와 필레몬(Philemon)의 이야기가 나온다.
둘은 노부부로 가난하게 살고 있었는데, 제우스와 헤르메스는 인간의 심성을 알아보기 위하여 누추한 행색으로 변장하고 이들을 찾아왔다.
집집마다 문전박대를 당한 것과 달리 노부부는 극진히 대접했다.
제우스는 인간들을 벌하기로 마음먹고 노부부의 집만 화려한 신전으로 꾸미고 나머지는 모두 홍수에 쓸려가게 했다.
노부부는 신전에서 오랫동안 화목하게 살다가 훗날 서로의 몸에서 잎이 돋아나고 가지가 자라면서 나무로 변하여 함께 죽었다. 바우키스는 피나무가 되고, 필레몬은 참나무로 변하여 서로 뒤엉켜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서양에서도 동양과 마찬가지로 피나무는 쓰임이 많은 귀중한 나무였음을 이 신화를 통해서 알 수 있다.
피나무 종류는 우리나라에 9종이 있지만 서로 비슷비슷하여 종의 구분이 매우 어렵다.
열매가 둥글고 능선이 없는 것이 피나무, 둥글고 기부에 희미한 줄이 있으면 찰피나무, 타원형이고 끝이 뾰족하며 다섯 개의 능선이 밑에서 끝까지 있으면 염주나무, 둥글고 밑부분에만 다섯 개의 능선이 있으면 보리자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