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키는 25m까지 자란다. 회색의 수피는 밋밋하지만 조그만 요철이 있다. 어긋나는 잎은 끝의 양쪽이 서로 같지 않으며, 가장자리에 끝이 무딘 톱니들이 있다. 홍갈색의 꽃은 4~5월경 새로 나온 가지에 취산꽃차례를 이루어 암꽃과 수꽃이 따로따로 한 그루에 핀다. 수꽃은 새 가지 아래쪽에, 암꽃은 위쪽에 피는데, 수꽃은 4장의 꽃덮이조각[花被片]과 4개의 수술로 이루어져 있고 암꽃은 4장의 꽃덮이조각과 4개의 작은 수술, 1개의 암술로 이루어져 있다. 열매는 가을에 적갈색의 핵과로 익는다. 어린잎을 봄에 따서 날것으로 먹거나 나물로 먹으며, '팽'이라 부르는 열매는 8~9월에 따서 날것으로 먹거나 기름을 짜서 사용한다. 수피는 월경불순이나 소화불량에 쓰기도 한다. 목재는 심재와 변재 모두 담황회색으로 좀 단단하며, 틈이 벌어지지 않아 건축재나 가구재 또는 땔감으로 쓴다. 한국에서는 주로 남쪽 지방에서 자라는데, 전라남도 무안군 청계면 청천리의 팽나무는 천연기념물 제82호, 전라남도 함평군 대동면 향교리 팽나무는 제108호, 제주도 남제주군 표선면 성읍리 팽나무는 제161호, 부산광역시 북구 구포동 팽나무는 제309호, 전라남도 무안군 현경면 가입리 팽나무는 제310호,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 금남리의 황목근은 제400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공원수나 그늘을 만들어주는 정자목으로 심으며, 바닷 바람에도 견디며 자라기 때문에 바닷가의 방풍림으로도 심는다. 양지바른 평탄한 땅에서 잘 자라며, 뿌리가 깊지 않고 오래되면 뿌리 위쪽이 두드러지게 굳어져 땅위로 나오기 때문에 옮겨심을 때 주의해야 한다.
줄기
높이 20m, 지름 1m이며 줄기가 직립하고 가지가 넓게 퍼지며 나무껍질이 흑갈색이고 일년생가지에 잔털이 밀생한다.
뿌리
원뿌리가 있으며, 곁뿌리가 사방으로 뻗는다.
나무껍질
나무껍질이 흑갈색이다.
가지
가지가 넓게 퍼지며 일년생가지에 잔털이 밀생한다.
잎
잎은 어긋나기로 길이 4~11cm, 폭 3 ~ 5cm로서 달걀모양, 타원형 또는 긴 타원형이며 첨두 예저이고 좌우가 약간 비틀어져 있다.
상반부에 거치가 있으며 양면에 털이 있으나 점차 없어지고 표면이 거칠며 측맥은 3~4쌍이다.
잎자루는 길이 2~12mm로서 털이 있다.
꽃
꽃은 잡성주로서 5월에 피고 수꽃차례는 새가지의 겨드랑이에서 나오는 취산꽃차례로 수술은 4개이다.
암꽃은 새가지 윗부분에 1~3개씩 달리고 수꽃은 하부에 맺힌다
.4개의 화피열편, 4개의 작은 수술, 1개의 암술이 있으며 암술대는 2개로 갈라져 뒤로 젖혀진다.
열매
핵과는 둥글고 지름 7~8mm로서 약간 붉은색이 강한 노란색이며 10월에 성숙한다.
과육은 달고 먹을 수 있다.
열매자루는 길이 6~15mm로서 잔털이 있다.
팽나무는 누기(漏氣) 있는 땅과 마른 땅의 경계에 주로 산다.
강과 육지의 경계인 자연제방이나 바다와 육지의 경계인 해안 충적 구릉지에서 자주 발견된다.
우리나라 중남부지방의 온화한 마을 어귀나 중심에서 마을나무나 당산나무로 자리 잡아 전통 민속경관을 특징짓는 대표 종이다.
해안지역에 더욱 흔하고,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신성한 공간인 당집과 함께 있는 경우가 많다.
장수하는 유전적 특질과 새들의 먹이인 열매를 풍성하게 생산하기 때문에 영육(靈肉)의 생명 부양 나무로서 소중한 역할을 한다.
팽나무는 느티나무처럼 1,000여 년 살지는 않지만, 500여 년을 예사로 사는 장수 종이다.
속명 셀티스(Celtis)는 고대 희랍어로 ‘열매가 맛있는 나무’란 뜻으로, 열매가 달콤해서 새들이 무척 좋아한다.
오랜 세월 동안 한 장소에서 많은 생물을 부양하는 셈이다.
팽나무처럼 장수하는 종은 매우 천천히 성장하기 때문에 노거수(老巨樹) 수형(樹型)이나 건강상태로부터 지역의 자연사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노거수가 여러 가지 이유로 급격히 감소되었고, 그로 인해 농촌의 전통 경관이 크게 변하고 말았다.
팽나무는 물과 공기가 잘 통하는 모래자갈땅에서도 약간 비옥한 곳을 더욱 좋아한다.
느티나무 서식처와 중첩되기도 하지만, 느티나무는 내륙 쪽에 치우쳐 분포한다면, 팽나무는 바닷바람을 쐴 수 있는 곳에 치우쳐 산다.
우리나라 남부지역의 섬지역이나 제주도에서 팽나무 노거수가 적지 않게 관찰되는 까닭이다.
식물사회학적으로 팽나무는 난온대와 냉온대 남부 · 저산지대의 식생지역에서 하천 자연제방이나 단애지(斷崖地)를 특징짓는 여러 종류의 잠재자연식생 구성요소 가운데 하나다.
팽나무와 형태가 많이 닮은 풍게나무는 산지 숲속의 더욱 서늘한 곳에서 살기 때문에 함께 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한글명 팽()나무)은 한자 憉木(팽목), 朴樹(박수) 등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달주나무라고도 하며, 한자로 靑檀(청단)이라고도 한다.
나무의 ‘’은 ‘다’, 즉 이삭이 패다, 꽃이 피다가 어원인 말이다.
팽나무는 영육의 생명 부양 나무로 다산과 풍요 그리고 안녕을 보살피는 민속적 관계로부터 설명될 수 있다.
한자명 포슈(朴树, 박수)는 샤먼(무당, 점(卜)을 치는 사람)의 나무(木) 또는 신령스런 나무라는 의미다.
박수무당(朴树巫堂)이라는 것도 팽나무(朴树)로 대표되는 마을 당산나무 아래에서 굿을 하는 남자 무당을 말한다.
이처럼 팽나무는 오래전부터 우리 인간에게 신목(神木)으로 인식되었던 민족식물이다.
일본명 에노끼(餌の木 또는 榎)에는 두 가지 유래가 있다. 그 하나는 풍성한 열매에서 유래한다. 팽나무 열매는 먹이를 뜻하는 일본말 에사(餌, 이)의 ‘에’처럼 야생 조류의 먹이다. 다른 하나는 여름철(夏)에 오지랖 넓은 그늘을 만드는 나무(木)의 수형(樹型)에서 유래한다
팽나무는 키 20미터, 줄기둘레가 두세 아름이 넘는 큰 나무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잘 자라지만, 항상 소금바람이 부는 바닷가에서도 끄떡없다.
그것도 두툼한 껍질을 뒤집어쓰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수백 년이 되어도 울퉁불퉁하게 갈라지지 않는 얇고 매끄러운 껍질을 갖고 그대로 버틴다.
남부지방에서 부르는 팽나무의 다른 이름은 포구나무다.
배가 들락거리는 갯마을, 포구(浦口)에는 어김없이 팽나무 한두 그루가 서 있는 탓이다.
나무의 특성은 물론 자라는 곳을 그림처럼 떠올릴 수 있는 포구나무가 팽나무란 정식 이름보다 훨씬 더 정겹다.
팽나무는 곰솔과 함께 짠물과 갯바람을 버틸 수 있는 나무로 유명하다.
내륙지방에서도 자라기는 하지만 바닷가에서 심고 가꾸는데 가장 적합하다.
우리나라의 보호수로 지정되어 산림청의 관리를 받고 있는 고목나무 1만 3천여 그루 중 팽나무는 약 10퍼센트인 1,200본으로서 느티나무 7,100본 다음으로 많다.
이 중 대부분은 전남, 경남, 제주에서 자란다.
늦봄에 자그마한 팽나무 꽃이 지고 나면 금세 초록색 열매가 열리기 시작한다.
가난하던 시절의 시골 아이들은 주위의 모든 곳이 놀이터였고 장난감 재료였다.
그중에서도 팽나무는 아이들과 가장 친근한 나무였다.
초여름 날, 콩알만 한 굵기의 열매를 따다가 작은 대나무 대롱의 아래위로 한 알씩 밀어넣은 다음, 위에다 대나무 꼬챙이를 꽂아 오른손으로 탁 치면 공기 압축으로 아래쪽의 팽나무 열매는 팽하고 멀리 날아가게 된다.
이것을 ‘팽총’이라고 하는데, 팽총의 총알인 ‘팽’이 열리는 나무란 뜻으로 팽나무란 이름이 생겼다.
팽총놀이가 끝난 팽나무 열매는 가을에 들어서면서 붉은 기가 도는 황색으로 익는다.
열매 가운데에는 단단한 씨앗이 있고, 주위는 약간 달콤한 육질로 싸여 있다.
이렇게 잘 익은 열매 역시 배고픈 아이들의 좋은 간식거리로 인기가 높았다.
팽나무는 느티나무나 은행나무만큼이나 오래 산다.
천 년을 넘긴 나무도 있으며, 남부지방의 당산나무는 흔히 팽나무인 경우가 많다.
옛날에 배를 매어두던 나무로 천연기념물 494호로 지정된 고창군 부안면 수동리의 팽나무는 키 12미터, 줄기둘레 6.6미터, 나이 400년에 이르며, 우리나라 팽나무 중 가장 굵다.
커다란 버섯 갓을 닮은 모양새는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같이 아름답다
너무 흔하고 친근한 서민의 이미지 탓인지 우리 옛 문헌에서 팽나무를 찾기란 쉽지 않다.
《산림경제》에 실린 “소나무, 팽나무(彭木), 참나무에서 나는 버섯은 독이 없다”라는 내용이 전부다.
그러나 백성들과 함께 자연 속에 묻혀 조용히 살아가는 팽나무는 농사에 얽힌 여러 가지 전설을 간직한 채 살아왔다.
봄에 일제히 잎이 피거나 윗부분부터 싹이 트면 풍년이며, 그 반대일 때는 흉년이라는 등 기상목(氣象木)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5리마다 오리나무, 10리마다 시무나무를 심었듯이 일본에서는 이정표 나무로 팽나무를 심었다.
1604년 장군 도쿠가와 는 동경의 니혼바시(日本橋)를 기점으로 1리(4킬로미터)마다 일리총(一里塚)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지름 9미터, 높이 1.7미터 정도의 흙더미를 쌓고 가운데에다 나무를 심었다.
이 나무는 길손이 거리를 알 수 있게 하고, 잠시 쉬어 가는 휴게시설이었다.
담당 실무자가 어떤 나무를 심는 것이 좋을지 묻자 도쿠가와는 좋은 나무를 심으라고 했다.
그러나 관서지방 사투리를 쓰는 도쿠가와는 좋은 나무란 뜻의 일본 표준말인 ‘이이키’라 하지 않고 ‘에에키’라 했다.
이를 ‘에노키(팽나무)’로 잘못 알아들은 실무자는 일리총에다 팽나무를 심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일리총은 여러 군데 남아 일본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팽나무 이외에도 느티나무, 삼나무, 소나무 등이 심어져 있으나 팽나무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팽나무 무리는 풍게나무, 검팽나무, 폭나무, 산팽나무, 왕팽나무 등 한참을 헤아려 보아야 할 만큼 종류가 많다.
또 남서해안의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는 푸조나무도 팽나무의 사촌쯤 되는 나무로서 흔히 아름드리 당산나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