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최새미의 식물이야기

복자기나무

초암 정만순 2018. 11. 8. 11:37

복자기나무



복자기 나뭇잎



햇빛이 잘 드는 자리부터 슬금슬금 나뭇잎이 옷을 갈아입고 있어요.

올해 단풍은 10월 중순 강원도 설악산이 가장 먼저 절정을 맞이하고, 점점 서쪽과 남쪽으로 퍼져나가 10월 말에 이르면 우리나라 모든 산에서 절정에 이를 거예요.

잎이 붉은색으로 변하는 '단풍(丹楓) 현상'을 보이는 식물을 떠올려 보면, 아기 손처럼 잎이 갈라지고 가장자리에 거친 톱니가 발달한 '단풍나무'가 먼저 생각나요.

잎이 조금 크고 많이 갈라진 '당단풍', 잎이 작고 적게 갈라진 '중국단풍' 같은 단풍나무 사촌들도 떠오르죠.

그런데 생김새가 독특해 평소에는 쉽게 단풍나무 가족임을 알 수 없는 나무가 있어요.

 다가가서 자세히 보면 잠자리 날개처럼 생긴 열매가 마주 보고 나 있는 걸 보면 단풍나무 가족 같은데, 잎 사이사이가 갈라져 있지 않아 단풍나무 잎과는 달라 보이기도 해요.

대체로 동그랗고, 끝이 뾰족한 잎에 톱니가 있어 오히려 단풍이 든 어린 참나무나 느티나무가 아닌가 헷갈리기도 해요.

이 나무는 바로 복자기〈사진〉예요.

가을이 되면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단풍나무 가족 30여 종 가운데 누구보다 개성 있고 아름다운 단풍을 자랑하지요.

복자기 잎에는 단순히 붉은색이 아니라 주홍색을 더한 듯 색이 더 밝고 선명한 단풍이 들어요.

복자기 잎은 세 개가 짝지어 피는데요,

잎 가장자리에도 거친 톱니 대신 부드러운 톱니 2~4개가 자리 잡았어요.

짝을 이룬 잎 하나 길이는 엄지손가락 정도로, 작은 잎들이 짝지어 모여 나 있어 다른 단풍나무 잎보다 풍성하게 느껴지지요.

 게다가 복자기나무는 높게는 20m까지 자라는 키 큰 아름드리나무예요.

햇빛도 무척 좋아해서 가을 햇빛이 닿는 산 곳곳에서 강렬한 풍경을 만들어 낸답니다.

이 때문에 복자기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단풍나무가 됐답니다.

복자기를 '나도박달'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예전에 수레바퀴를 만들 때 '박달나무'를 쓰는 것이 제일 좋았는데, 복자기도 견고하고 단단해 좋은 재료여서 그렇게 불렀다는 이야기가 있답니다.

또 다른 얘기도 있어요.

복자기 나무껍질이 세로로 얇게 벗겨져서 작은 조각으로 나무껍질이 떨어지는 박달나무와 비슷하게 보인다는 거예요.

복자기와 비슷한 나무 중에는 복장나무가 있답니다.

두 나무는 셋씩 짝을 지어 나는 잎부터 단풍색까지 아주 비슷해요.

복장나무는 복자기나무와 달리 잎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전체적으로 자리 잡고, 나무껍질도 대체로 매끄러운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리고 복자기나무는 우리나라 산속 어디에서든 볼 수 있지만, 복장나무는 깊은 산속 정상 일부에서만 드물게 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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