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최새미의 식물이야기

산초나무와 초피나무

초암 정만순 2018. 11. 8. 11:32



산초나무와 초피나무



수확이 끝난 가을, 물이 다 빠지고 난 논 둘레에서 살찐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어요.

맛이 잔뜩 오른 미꾸라지를 푹 고아 맛있는 추어탕을 만들죠. 추어탕은 대표적인 가을 음식이에요.

추어탕에는 '산초가루'라고 불리는 향신료를 곁들여요.

미꾸라지 흙냄새나 비린내를 없애고 알싸한 맛을 더하는 특별한 가루지요.

흔히 이 산초가루를 산초나무 열매로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산초나무의 사촌 격인 초피나무 열매로 만들어요.

'제피'라고 하는 초피나무 열매껍질을 말린 후 찧어내 가루로 만든답니다.

추어탕과 함께 먹는 가루는 실제론 산초가루가 아니라 초피가루 혹은 제피가루로 보아야 할 것이에요.


산초나무(왼쪽)는 가지에 달린 가시가 어긋 나 있는 반면 초피나무(오른쪽)는 마주 나 있어요.
산초나무(왼쪽)는 가지에 달린 가시가 어긋 나 있는 반면 초피나무(오른쪽)는 마주 나 있어요. /최새미 제공·위키피디아
이처럼 초피나무를 산초나무로 오해하는 이유는 두 나무가 무척 닮았기 때문이에요.
둘 다 우리 산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예요. 커봐야 5m 이내로 자라고 대부분은 어른 키 미만으로 자라는 키 작은 나무랍니다.
송곳니처럼 뾰족한 가시가 가지마다 나 있고, 새끼손톱만큼 작은 잎들이 쌍을 이뤄 커다란 복엽(複葉)을 이루죠. 자세히 보면 잎 한 쌍이 조금씩 어긋나 있고 복엽 끝에 잎 한 개만 나는 특징이 있어요.

그렇다면 산초나무와 초피나무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가시 위치를 확인하면 돼요.
산초나무는 가시가 불규칙하게 어긋 나 있지만 초피나무는 가시가 가지 양쪽으로 마주 나 있거든요.
또 복엽 한 장에 산초나무는 작은 잎이 13개 이상 자잘하게 나오고 잎 가장자리에는 자잘한 톱니가 발달했어요. 반면 초피나무는 작은 잎이 11개 이하로 나오고 가장자리 톱니도 좀 둥글답니다.
알고 보면 초피는 늦은 봄에 꽃을 피우고 산초는 늦은 여름에 꽃을 피워 개화기도 달라요.

산초나무와 초피나무는 둘 다 강한 향기를 내고 음식에 쓰이는 운향과(芸香科)의 식물이에요.
하지만 쓰임새는 아주 달라요.
산초나무는 열매로 기름을 짜거나 과실주를 만들고, 잎으론 장아찌를 만들어 먹지요.
특히 산초 열매에 간장을 끓여 부어 만든 산초간장은 사찰에서 죽반찬으로 즐겨 먹는답니다.
반면 초피나무는 가루를 만들어 향신료로 먹는답니다.
 입에서 화한 느낌이 날 정도로 얼얼하고 시큼한 맛이 나지요.
매운 중국요리에 쓰여 '중국 후추'로도 불린답니다.
중국 매운 음식으로 마라탕, 마라면, 마라두부가 있죠.
마라(麻辣)에서 '마'가 초피가루에서 느낄 수 있는 얼얼한 맛을 가리킨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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