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최새미의 식물이야기

고사리 / 고비

초암 정만순 2018. 11. 22. 12:33



고사리 / 고비



"껑자 껑자 고사리 대사리 껑자/ 한라산 고사리 껑꺼다가 우리 아배 반찬하세."

손을 맞잡고 둥글게 꿇어앉은 사람들이 '고사리 꺾기' 놀이를 해요.

한 사람씩 일어나 반시계 방향으로 앉아 있는 사람들의 팔 위를 넘어가면 차례대로 손을 놓지요.

모두가 팔을 넘고 나면 다시 둥근 원을 만들어요.

꿇어앉은 모습은 고사리를, 팔 위를 넘어가는 행동은 고사리를 하나씩 꺾는 모습을 묘사했답니다.

음력 8월, 자진모리나 빠른 중중모리로 빙빙 도는 강강술래의 여흥 놀이로 풀이되는 우리 민속 놀이예요.


고사리
/최새미 제공

고사리〈사진〉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식물이에요.

산기슭에 끝이 돌돌 말린 고사리 어린순이 솟아나면 사람들이 줄기를 '똑똑' 꺾어서 햇볕에 말린 뒤 삶아내 맛있는 반찬을 만들었고요,

다 함께 고사리를 따는 모습을 빗대어 달 밝은 밤에 즐겼던 고사리 꺾기 같은 놀이도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 등에서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이어져 왔답니다.

고사리는 세계 여러 곳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해 왔어요.

아메리카 토착 인디언들은 고사리의 뿌리 줄기를 말려 밀가루로 만들거나 생고사리 잎을 허클베리 열매를 수확한 바구니 위에 덮어 신선함을 유지했어요.

뉴질랜드 마오리족 사람들은 사냥할 때 고사리를 채취해 먹었답니다.

이처럼 고사리가 사람들에게 친숙해진 것은 고사리의 특별한 생존 능력 때문이에요.

우선 고사리는 씨앗이 아니라 포자(胞子)로 번식해요.

꽃이 피지 않고 잎 뒷면에 포자 주머니인 '포자낭'을 만들어 적당한 시기에 바람에 포자를 날려 보내지요.

멀리까지 날아간 고사리 포자는 발아하고 성(性)을 가진 형태로 자라 수정돼 완전한 어린 고사리로 자라난답니다.

번식하는 늦은 여름이나 가을이 되면, 고사리 잎 뒷면에 좁쌀처럼 포자낭이 가득 붙은 것을 관찰할 수 있어요.

또 고사리는 작은 여러 잎이 깃털처럼 배열된 넓고 커다란 잎을 피웁니다.

이렇게 넓은 잎은 줄기보다 광합성을 훨씬 잘할 수 있답니다.

고사리가 본래 살았던 곳보다 멀리 퍼져나가도 쉽게 자라날 수 있는 이유이지요.

그렇다면 고사리와 고비는 어떻게 구분할까요?

고사리는 한 뿌리에서 한 줄기가 자라는 반면 고비는 한 뿌리에서 여러 줄기가 자라나요.

또 고비는 고사리보다 훨씬 두껍고 쓴맛이 강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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