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최새미의 식물이야기

비비추

초암 정만순 2018. 11. 22. 18:49




비비추



비비추〈사진〉는 한여름에 이름만큼 귀여운 꽃을 피우는 식물이에요.

꽃대 끝에 옆을 향해 꽃이 총총 피어있고, 벌어진 꽃잎 사이로 암술과 수술이 길게 나와 끝부분만 살짝 하늘을 향해 있답니다.

아기 새가 옹기종기 모여 밥 달라고 입을 벌려 혀를 내밀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비비추

비비추는 어떻게 특별한 이름을 얻게 된 걸까요? '불
룩한 꽃이 저울 모양을 닮았다'거나 '꽃이 무더기로 뭉쳐 피어 우두머리 같다' 해서 저울 추(錘)나 우두머리 추(酋)를 써 설명하는 경우도 있지만 '비비취'에서 유래했다는 설명이 가장 많아요.
봄에 새로 난 잎이 '비비' 꼬여 있다거나 어린잎을 손으로 거품이 나올 때까지 '비벼서' 먹는 산나물이라고 '비비추'란 이름이 붙었대요.
실제로 비비추가 긴 겨울 끝에 새순을 낼 때면 가장 작은 잎이 안쪽에서 자라고 좀 더 큰 잎이 바깥쪽을 감싸 여러 겹으로 겹쳐 비비 꼬인 모습으로 보인답니다.
봄에 연한 잎을 뜯어 데쳐 쌈이나 무침으로 먹으면 달콤하고 아삭한 맛이 일품이지요.

한여름 매미 소리가 우렁찬 아름드리 그늘에서는 수백 포기 무리를 지어 피어난 비비추를 볼 수 있는데요,
 비비추 잎은 깻잎같이 아래가 불룩하고 위는 뾰족한 모양을 띠지만 잎줄기에서 잎끝까지 선명한 잎맥이 있어요.
흙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빼곡하게 잎을 피우는 데다 깻잎보다 더 크고 두꺼우며 짙고 반질반질해 푸른 물결같이 시원한 느낌을 준답니다.

비비추의 풍성한 잎 사이사이 꽃대가 무릎만큼 올라와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어요.
꽃대를 빙 둘러 듬성듬성 달린 손가락 한두 마디 크기의 보랏빛 꽃들은 신기하게도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데요.
이는 비비추가 해바라기처럼 태양을 따라 꽃의 방향을 바꾸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비비추는 중국이 원산지인 옥잠화와 닮았어요.
옥잠화도 여름에 꽃을 피우죠.
하지만 비비추가 연보랏빛 꽃을 피우는 것과 달리 옥잠화는 흰꽃을 피워요.
둘을 구분하려면 잎을 살펴보세요.
비비추 잎이 길고 뾰족하다면 옥잠화 잎은 더 둥글 거예요.
잎 색깔도 옥잠화는 연두색이고 비비추는 진한 녹색이에요.

비비추는 우리 들꽃임에도 외국인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졌어요.
잎 뒷면까지 눈부신 광택이 있어 반들거리는 잎이 돋보이는 '흑산도 비비추'는 미국국립수목원 아시아 식물 채집가였던 베리 잉거가 1985년 흑산도에서 발견했어요.
1989년 이 식물이 신종으로 등록되면서 흑산도 비비추의 학명은 그의 이름을 따 '호스타 잉게리'라고 명명됐고, '잉거 비비추'로 부르게 됐답니다.

서양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비비추는 더 아름답고 강하게 개량돼 전 세계 주택 화단과 공원에서 가꿔요.
오늘날 우리가 들꽃인 비비추를 가까운 곳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된 배경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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