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최새미의 식물이야기

목련의 겨울눈

초암 정만순 2018. 11. 25. 18:42



목련의 겨울눈



알록달록 입었던 옷을 모두 떨구고 앙상하게 남은 회갈빛 나뭇가지가 찬 바람에 쓸쓸히 흔들려요.

겨울이 오고 있는지 창밖을 아름답게 꾸며주던 화단의 나무는 이미 바닥 가득 커다란 낙엽을 쌓아 두었지요.

더는 초록의 생동감이 없어진 듯 보여 아쉬움을 느끼는 시간도 잠시, '목련'의 가지 끝을 자세히 보면 부지런히 내년 봄을 준비하는 겨울눈(winter bud·冬芽)을 관찰할 수 있답니다.

봄에 가장 화려한 꽃을 피워내 '봄의 전령사'라고 하는 목련은 겨울에는 커다랗고 귀여운 겨울눈을 피워내요.

목련의 겨울눈은 먹을 묻혀 글을 쓰는 먹의 부분인 '수(穗)'와 무척 닮았어요.

붓대와 같이 곧게 뻗은 가지 끝에서 동그란 단면이 점점 좁아지는 원뿔꼴을 하고 있지요.

붓의 수 부분은 흔히 동물 털로 만드는데요, 목련의 겨울눈은 동물 털만큼 길지는 않지만, 겉으로 보기에도 보송보송하게 느껴질 길이의 보드라운 털로 덮여 있답니다.

이 겨울눈은 대체로 목련꽃을 닮은 하얀빛을 띠지만 발달 단계나 위치에 따라 회색이나 짙은 녹색으로 보이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아직 피지 않은 목련 겨울눈이 갯버들과 같은 소박한 식물이 피우는 봄꽃보다도 화려해 보일 때가 있답니다.


목련의 겨울눈 모습이에요. 붓을 닮지 않았나요?
목련의 겨울눈 모습이에요. 붓을 닮지 않았나요?

털이 잔뜩 덮여있는 목련 겨울눈의 주된 부분은 바로 '꽃눈'이에요.

꽃눈에는 내년에 필 목련꽃을 구성하는 꽃부리나 암술, 수술과 같은 부분이 오밀조밀 촘촘하게 들어차 있답니다.

꽃눈 아래에는 훨씬 작은 '잎눈'이 가지를 따라 여러 개 붙어 있어요.

내년에 꽃눈이 먼저 터져 꽃이 핀 후 잎눈이 터지면 커다란 목련 잎이 피어날 거예요.

겨울눈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식물의 특별한 생존 전략이에요.

만약 겨울눈 속의 꽃이나 잎이 없다면 앞으로 생식이나 광합성을 할 수 없어 식물이 살아갈 수 없을 거예요.

따라서 식물은 가는 털이나 왁스, 수지와 같은 화학 성분을 이용해 추운 한겨울에도 끄떡없이 겨울눈 안쪽을 소중히 지키도록 발달했답니다.

겨울눈을 둘러싼 털 껍질이 마치 따뜻한 코트처럼 내년에 피울 작은 꽃과 잎을 보호하는 셈이지요.

식물은 한겨울에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가는 우리나라 추위 같은 혹독한 환경을 이겨내려고 늦여름부터 부지런히 겨울눈을 만들어 가지 사이사이 맺어 낸답니다.

겨울눈은 잎이나 꽃을 관찰하기 어려울 때 나무를 식별하는 중요한 요소예요.

겨울에 가까운 산에 나가보면 헐벗은 나무들 사이에서 목련처럼 털코트를 입고 있는 겨울눈을 찾을 수 있고요, 참나무류처럼 겹겹이 껍질이 덮여 생선 비늘 같은 모양도 관찰할 수 있어요.

겨울눈이 양쪽으로 뾰족 솟아올라 투구 모양을 한 물푸레나무나, 곁눈과 덧눈 두 개로 이루어져 업고 있는 듯한 때죽나무도 찾아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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