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추위가 찾아오자 빨갛고 노란 단풍이 색이 바래가죠.
그런데 유난히 산등성이를 따라 반짝이는 나무가 있어요. 바로 자작나무랍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며 멀리서 봐도 자작나무는 쉽게 알아볼 수 있어요.
다른 나무와 달리 줄기가 하얗고, 얇게 껍질이 벗겨지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에요.
잎도 삼각형으로 가장자리가 각지고 중간 부분이 넓은 독특한 모양을 한 데다 잎자루가 무척 길어 바람이라도 불면 잎들이 파르르 떨면서 햇빛을 반사한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고상하던지 서양에서는 자작나무를 가리켜 '숲속의 귀족'이라고 부르기도 했대요.
- ▲ 자작나무는 다른 나무와 달리 줄기가 하얘 쉽게 알아볼 수 있어요. /최새미 제공
자작나무는 숲을 이뤄 자라는 나무예요.
흔히 수십~수백 그루가 한군데에 모여 자라지요.
한 그루가 차지하는 공간이 좁다 보니 줄기는 가늘지만 키는 곧고 높게까지 자라난답니다.
산 바닥에 누렇게 낙엽이 깔리는 늦은 가을이면 마치 눈이 온 것처럼 자작나무들이 촘촘히 모여 하얗게 빛을 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드라마나 소설, 영화에서도 늦가을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배경으로 자작나무 숲을 그려내곤 했나 봐요.
자작나무 하얀색 껍질에는 기름기가 무척 많아요. 그래서 불이 잘 붙어요.
자작나무 하얀색 껍질에는 기름기가 무척 많아요. 그래서 불이 잘 붙어요.
실제로 자작나무는 불에 태우면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잘 타서 자작나무라고 이름이 붙었죠.
옛날에는 초가 흔하지 않아 자작나무 껍질에 불을 붙이고 결혼식을 했어요.
또 자작나무는 항균작용을 하는 물질도 포함하고 있어 잘 썩지 않는답니다.
자작나무 껍질을 얇게 벗겨 종이처럼 만들어 그림을 그리거나 글자를 쓰고 보관하기도 했어요.
자작나무 껍질을 얇게 벗겨 종이처럼 만들어 그림을 그리거나 글자를 쓰고 보관하기도 했어요.
천마총에서 나온 천마도나 팔만대장경 일부도 자작나무 껍질을 재료로 만들어졌어요.
천 년이 지나도록 습도나 기온의 변화, 벌레의 공격을 모두 막아낸 셈이에요.
자작나무와 관련해 잘 알려진 물질이 바로 '자일리톨'이에요.
자작나무와 관련해 잘 알려진 물질이 바로 '자일리톨'이에요.
설탕과 비슷한 정도로 달지만, 열량은 낮아 인기를 끈 감미료예요.
자작나무 줄기나 가지의 껍질을 건조해 톱밥으로 만든 뒤 170~190도의 뜨거운 온도에서 끓이면 '자일란'이라는 성분을 얻을 수 있어요.
이 자일란을 분해해 '자일로스'를 만들고 화학처리를 하면 우리가 흔히 먹는 자일리톨이 만들어져요.
자일란을 옥수수나 활엽수에서 더 저렴하게 추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자작나무숲이 발달한 핀란드에서는 자일리톨을 특별히 '자작나무 설탕'이라고 부르며 주원료로 자작나무를 사용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