飮食 漫步/요리

장아찌

초암 정만순 2018. 7. 11. 10:53



장아찌



노정희 요리연구가노정희 요리연구가 
   

도시락을 싸가지고 학교에 오는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안당골, 뒷골, 임곡, 범디미, 앵무동, 점마, 동관, 산수골, 상두골 등, 이 골짜기, 저 골짜기에 사는 친구들은 십 리, 혹은 이십여 리 초등학교 길을 걸어서 다녔다.

당연히 도시락은 필수였다. 내 경우에는 동네에 초등학교가 있어서 도시락을 싼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고무줄놀이, 공기놀이도 해야 하는데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오려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정문으로 나가면 조금 둘러서 집에 가야 하니까 변칙을 썼다. 측백나무 울타리에 철망을 쳐놓았지만 곳곳에 아이들이 빠져 다니는 개구멍이 있었다. 개구멍으로 빠져나가다 학교 소사였던 영길이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몸이 얼어붙어 옴짝달싹도 못하자 아저씨는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주었다.

중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애타게 기다렸던 도시락을 싸게 되었다.

겨울에는 난로 위에 도시락을 올려서 데워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장작을 지핀 난로 위에 차곡차곡 알루미늄 도시락을 올려놓고 한 번씩 도시락 순서를 위아래로 바꿔주었다. 시간을 지체하면 맨 밑의 도시락은 누룽지가 되었고 미처 손이 닿지 않은 도시락은 여전히 찬밥이었다. 도시락 뚜껑을 열기 전에 어떤 반찬이 들었을까 기대하는 마음도 컸다. 교실 안은 김치 냄새가 진동했다. 보편화된 반찬이 김치류였으며 국물이 흘러나와 학용품이며 옷까지 음식물에 오염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게 흉이 되지는 않았다. 배추김치, 총각김치, 깻잎김치, 오그락지, 고들빼기 등 갖가지 김치류가 집합된 점심도시락 상차림, 운 좋게 계란프라이라도 들어있으면 그날은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날이었다. 하하 호호 웃으며 뉘 집 엄니 반찬 솜씨가 좋은가 품평회도 가졌다.

감자볶음, 나물무침 등도 여름이 되면 자취를 감춘다. 부각, 콩자반, 멸치볶음에 이어 한여름에는 장아찌가 주를 이루었는데 고추장에 박은 무와 마늘종, 딩기가루에 식용색소를 섞어서 만든 단무지를 양념에 버무린 찬도 단골 메뉴로 올랐다. 여름철의 장아찌는 점심도시락에 쉬이 상할 것을 염려하는 어머니의 지혜였으리라. 십여 리 중학교를 다니느라 버스를 놓치면 걷고, 뛰고 하였으니 왕성한 식욕을 어찌 감당했으랴. 반찬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먹는 재미가 더 했으니 여러 자식들 도시락 찬 걱정했을 어머니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했다.


장아찌는 보통 간장과 고추장 장아찌로 분류한다.

대구 지방을 기준으로 했을 때, 4월 초순에 막 올라오는 머위 잎을 채취하여 간장 장아찌로, 4월 중순 지나면서 엄나무 순, 4월 하순경에는 가죽 잎으로 고추장 장아찌를 담근다. 5월 초순에는 마늘종, 중순경이 지나면 햇마늘로 장아찌를 담근다. 간장이나 고추장 장아찌는 식성에 따라 시거나 달게 만들면 되는데, 무 고추장 장아찌는 담그기가 만만치가 않다. 결국 터득한 것이 무를 소금에 절여서 수분을 빼고 꾸들하게 물기를 걷은 후에 고추장에 박는 방법이었다. 무 장아찌는 가을무로 담가야 맛이 있다. 가급적 영양가 많은 껍질은 벗기지 말고 담는 게 좋다. 무 장아찌를 채썰어 양념에 조물조물 무치면 학창시절 도시락 먹던 시절로 되돌아간다. 양은도시락 두어 개를 구입해야 겠다.

tip:

집안마다 장아찌 담그는 노하우가 있고 개인마다 식성도 다르다.

장아찌를 쉽게 담그려면 간장소스 비율을 간장: 식초: 설탕=1: 1: 1로 해서 한소끔 끓인다.

바로 불을 끈 후 식혀서 마늘, 고추, 기타 재료에 부은 후 냉장보관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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