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충식물
- ▲ 주머니 안으로 곤충을 유인하는 네펜테스
"윙~ 윙~." 여름이 성큼 다가오면 한밤중 모깃소리 때문에 괴로워요.
그래서 곤충을 잡아먹는 '식충(食蟲) 식물'을 키워볼까 고민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제자리에서 물만 먹고 사는 줄 알았던 식물이 날아다니는 곤충을 잡아먹는다니 기이하게 느껴지지요.
가장 대표적인 식충식물은 '파리지옥(Flytrap)'이에요.
냄새를 뿌려 파리를 유혹하는데, 양쪽에서 오므라드는 덫 모양의 포충엽(捕蟲葉)으로 유인한 뒤 잎을 닫아 7~10일 동안 천천히 소화한답니다.
18세기 중반 파리지옥이 처음 발견됐을 때 얼마나 충격적이었던지 당시 영국 식물학자들은 "잎에 관절이 달려 있다. 마치 먹이를 잡는 기계처럼 움직인다"고 기록했어요.
'네펜테스(Nepenthes·벌레잡이통풀)'는 주머니 형태의 '포충낭(捕蟲囊)'을 가진 식충식물이에요. 포충낭 입구 부분에 달콤한 꿀이 분비되면 개미들이 꿀을 먹으러 살금살금 접근했다가 미끄러운 분비물을 밟고 소화액이 가득한 통 안에 빠진답니다. 나오려고 허우적댈수록 소화액이 곤충 몸속 깊숙이 스며들고, 결국 서서히 분해돼 식물의 영양분이 되지요. 열대지방의 네펜테스 포충낭 안에는 쥐나 개구리 같은 동물까지 발견된다고 해요.
'끈끈이주걱'은 포충낭이나 포충엽은 없지만 잎에 촘촘히 돋아난 털에서 끈끈한 점액을 분비해 곤충의 다리를 꽉 붙잡는 식충식물이에요. 곤충이 발버둥칠수록 잎이 강하게 오그라들며 옴짝달싹 못 하게 하지요.
식충식물은 습지나 암벽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식물이 곤충을 잡아먹도록 진화한 거예요. 식충식물이 사는 환경에선 산이나 들에 뿌리내리는 식물이 쉽게 얻을 수 있는 질소나 인산, 칼륨 같은 필수 영양소를 얻기 힘들어요. 이런 영양소가 부족하면 햇빛에서 당분을 합성하는 광합성도 어려워진답니다. 그래서 식충식물은 포충낭 같은 기관으로 '살아 있는 단백질 덩어리'인 곤충을 잡아먹고 이를 분해해 영양소를 얻은 뒤 광합성 효소를 만드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죠.
신기한 건 많은 식충식물이 곤충의 도움으로 꽃가루를 퍼뜨리는 '충매화(蟲媒花)'라는 사실이에요.
호주의 한 식충식물은 잎의 형태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온도에 따라 다르게 발현되는데요.
기온이 15도일 때는 90% 이상이 평범한 잎이지만, 25도 이상일 때는 대부분이 포충낭으로 변형됐다고 합니다.
온도가 낮아 곤충이 별로 없을 때는 광합성을 위한 잎을 만들어내다,
기온이 올라가 곤충이 많아지면 포충낭을 만들어내는 셈이지요.
또 파리지옥은 대부분의 곤충을 다 잡아먹는데 오직 꼬마꽃벌이나 큰뿔딱정벌레 같은 곤충은 절대 잡지 않고 꽃가루를 묻혀 날아가도록 풀어준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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