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식물이야기

은행나무, 공자와 행단

초암 정만순 2018. 6. 15. 18:23




은행나무, 공자와 행단

 

 


천태산 영국사 은행나무(수령 1000년)


 

은행나무는 은행나무목 은행나뭇과의 낙엽 교목으로 중국이 원산지인 나무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함경남도 금야면 통흥리 안불사에 있는 은행나무의 수령이 약 2100년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은행((銀杏)나무 열매와 잎



은행((銀杏)이란 의미를 보면 '은빛이 나는 살구'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은행씨가 살구씨와 비슷한데 은빛이 나기 때문에 은행이라고 부르게 된것입니다.


은행나무를 다른 말로 공손수(公孫樹) 또는 행자목(杏子木), 압각수(鴨脚樹)라고도 하는데요.

은행나무를 공손수(公孫樹)라 하는 것은 수령이  20년 이상 될 때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데, 할아버지가 나무를 심으면 손주가 열매를 수확한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며,  압각수(鴨脚樹)라 하는 것은 잎의 모양이 오리발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천태산 영국사 은행나무(수령 1000년)


 

우리나라 전역의 사찰이나 향교, 서원등지에서 은행나무 노거수를 볼수 있는데요. 그 중에 몇 곳에서는 수령이 1000년 안팎으로 추정되는 은행나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서울 성균관대학교 교정에는 조선왕조시대의 유학 교육장이었던 명륜당(明倫堂)이 있는데, 여기에는 1519년에 심은 4그루의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금산 요광리 은행나무(수령 1000년)


 유학교육장을 행단이라 하는데, 이는 공자가 은행나무(사실은 살구나무) 아래  마루를 놓고 제자들에게 학문을 가르치던 곳을 의미합니다. 

은행나무 잎 문양을  성균관대와 일본의 도쿄대는  대학 상징으로 삼고 있습니다.  



금산 요광리 은행나무(수령 1000년)


 행단이라 이름을 최초로 붙인 사람은 노나라 대부 장문중이라는 사람입니다.

 행단을 쌓은 것도 장문중이고 그렇게 이름붙인 것도 장문중이지만, 후세 사람들은 이 행단을 '장씨의 단'이라 하지 않고, '공씨의 단'이라 한 것은 무엇일까요? 

거기에 대해 공자의 제자 안연은 정치 형태에서 찾았습니다.

안연이 묻기를 "장문중의 패도정치와 공자의 왕도정치가 그것이다.

패도정치는 인정(仁政)을 가장하여 권력을 행사하는 경우이다.

왕도정치는 인의(仁義)의 덕이 안으로 충실하여 그것이 선정으로 나타나는 경우이다.

공자는 행단에서 인(仁)에 기반한 강학활동을 전개하면서 전통문화를 정리하고 그것을 후세에 남기고자 하였다.

장문중의 이익(利益)을 위주로 한 행단활동과 공자의 의리(義理)를 위주로 한 행단활동은 그 결과에 대한 차이가 하늘과 땅만큼 난다. 

이치가 이렇게 자명하니 후세의 선비들은 무엇을 본받아야 할 것인가?"라고요.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수령 700년)


 

은행나무를 교육장에 심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오래 살기 때문에, 병충해에 강하기 때문에, 아니면 단풍이 예뼈서 일까요.

옛 선조들이 돌하나, 꽃 한포기,  나무 한그루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통해 자기 수양을 하고자 했습니다.

당연히 은행나무에도 그런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요.


 


  이장희님 스케치 여행(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기초가 튼튼해야 학문을 크게 이루 듯, 나무는 뿌리가 무성해야 가지가 잘 자라므로 공부하는 유생들도 이를 본받아 열심히 공부할 것을 당부하는 의미로 문묘 명륜당 아래에 은행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증보문헌비고 중종 14년 대사성 윤탁).

뿌리에  병이 들면 그 나무는 오래가지 못하듯이 처음 배움에 발을 내디딜때 바른마음(正心)을 가지고 자기 수양(修養)을 통할때, 은행나무가 수천년을 살듯이 그 명성이 자자손손 이어지지 않을까요.


장문중의 길을 가느냐, 공자의 길을 가느냐 각자의 선택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 전자의 후예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 구린내가 너무 심하네요.

구린내 없는 그런 세상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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