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식물이야기

붓꽃과 꽃창포

초암 정만순 2018. 6. 15. 13:29



붓꽃과 꽃창포



따뜻한 5월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가늘고 긴 초록 잎 사이로 보랏빛 꽃이 한들거려요. 우리나라 산기슭과 들판에서 만날 수 있는

 '붓꽃'이랍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 꽃의 봉오리가 터지기 직전 모습이 마치 붓에 먹물을 찍어 놓은 모양 같다고 해서 붓꽃이라 이름 붙였어요.

꽃잎처럼 보이는 화피편(花被片·꽃받침과 꽃잎이 구별되지 않는 꽃덮이 조각) 중 바깥 세 조각은 꽃을 둘러싼 채 아래로 축

처져 있고, 안쪽 세 조각은 하늘 위로 서 있어요.

바깥 화피편 안쪽을 들여다보면 그물무늬를 관찰할 수 있답니다.


붓꽃(왼쪽)과 꽃창포 모습.
붓꽃(왼쪽)과 꽃창포 모습. /위키피디아·flickr.com

붓꽃이 속한 붓꽃속(屬) 식물을 '아이리스(Iris)'라고 해요.

꽃잎 무늬가 알록달록하다 해서 '무지개'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따온 말이지요.

붓꽃속 식물은 전 세계에 걸쳐 200~300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붓꽃을 비롯해 각시붓꽃, 제비붓꽃, 노랑붓꽃 등

 약 20종을 찾아볼 수 있어요.

꽃 크기의 차이가 많이 나거나 색이 두드러지게 달라서 비교적 구별하기 쉬운 편이에요.

그런데 특별히 붓꽃과 쌍둥이처럼 닮아 구별이 어려운 붓꽃속 식물이 있답니다.

바로 '꽃창포'예요. 꽃창포도 높이가 60㎝ 넘게 자라고, 커다란 보랏빛 꽃을 피워요.

칼과 같이 기다랗고 뾰족한 잎이 발달했고, 아래로 축 처진 바깥 화피편 사이로 노란 무늬가 두드러진 것을 관찰할 수 있지요.

붓꽃과 꽃창포를 구별하려면 우선 꽃잎 무늬를 살펴보면 돼요.

붓꽃은 바깥 화피편 안쪽으로 하얗고 노란 화려한 그물무늬를 관찰할 수 있지만,

꽃창포는 단순하고 깔끔한 역삼각형 무늬만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또 개화기와 서식지도 다른데, 붓꽃은 5~6월 건조한 땅에서 자라지만 꽃창포는 이보다 늦은 6~7월 습지에서 꽃을 피운답니다. 그래서 화단이나 등산로에서 만나는 꽃은 붓꽃, 하천이나 호숫가에서 만나는 꽃은 꽃창포라고 생각하면 돼요.

꽃창포를 창포와 혼동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우리나라에는 매년 음력 5월 5일 단옷날 창포 끓인 물에 머리를 감는 풍습이 있는데, 이때 언급되는 창포는 꽃창포와 전혀

다른 식물이에요.

창포는 붓꽃속과는 관련이 없고, 오히려 토란이나 개구리밥과 같은 '천남성과(科)' 식물입니다.

꽃창포처럼 습지에 살긴 하지만 화려한 꽃을 피우기보단 방망이처럼 생긴 긴 꽃대에 수많은 잔꽃을 피우지요.

그래서 창포 꽃은 마치 작은 옥수수처럼 보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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