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식물이야기

梅花

초암 정만순 2018. 3. 12. 09:35




梅花


매화


                                                 
"파르르 새가 날아 뜰 앞 매화(梅花)에 앉네
매화 향기 진하여 홀연히 찾아왔네
여기에 둥지 틀어 너의 집을 삼으렴
만발한 꽃인지라 먹을 것도 많단다"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1762~1836)은 전남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시절 '매화병제도'(1813년)를 그려 하나뿐인 딸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어요.
매화〈사진〉처럼 강인하게, 두 마리 새처럼 다정하게 가정을 꾸리라는 축복의 시(詩)가 함께 있지요.

그림에서 정약용은 분홍색과 흰색 매화 꽃송이를 아주 실감나게 묘사했는데요.
추운 겨울 홀로 피어나 봄이 올 때까지 진한 향기를 남기는 매화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사군자(매화·난초·국화·대나무를 네 명의 훌륭한 인물에 빗댄 것)'로 사랑받았답니다.

매화는 해가 바뀌면 가장 빨리 피는 꽃이기 때문에 '설중매(雪中梅·눈 속에서 피는 매화)' '동매(겨울에 피는 매화)'라고 불려요. 연평균 기온이 12~15도 정도 되고 꽃이 필 때 기온이 10도 안팎까지 올라가는 우리나라나 일본, 중국, 대만 등지에서 만날 수 있지요.
우리나라에선 매년 2월 초면 제주도 한라산 남쪽 지역부터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해 3월이 되면 전라남도와 경상남도 일대를 하얗고 붉은 물결로 뒤덮는답니다. 그
럴 때면 매화가 뿜어내는 그윽한 향기가 온 마을에 퍼져 봄이 오고 있음을 알 수 있지요.

하얀 매화는 '백매(白梅)', 붉은 매화는 '홍매(紅梅)'라 불러요.
동그랗게 물이 잔뜩 오른 꽃망울이 터지면 엄지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백매와 홍매가 피어나지요.
둥근 꽃잎 속을 살펴보면 암술 하나를 둘러싸고 노란 수술이 퍼져나온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답니다.
꽃을 어찌나 수북이 피우는지 나무 전체가 꽃들로 덮여 있는 것처럼 보여요.
매화나무는 키가 작은 편이라 5~10m 정도이고, 가지가 우산살처럼 퍼져 아름다운 수형(나무 형태)을 자랑해요.

매화나무 열매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매실'이에요.
매년 6월이 되면 커다란 매실이 한가득 열려요. 매실 색이 옅은 녹색으로 변하면 수확을 해요.
그냥 먹으면 시큼해서 매실주나 장아찌, 매실청, 매실 농축액 등으로 만들어 먹어요.
워낙 쓰임새가 많다 보니 매화나무를 '매실나무'라 부르기도 하지요.

하얀 꽃잎과 풍성한 노란 수술이 언뜻 벚꽃과 비슷해 헷갈리는 사람도 많아요.
매화와 벚꽃을 구분하려면 꽃이 피는 시기를 비교하면 돼요.
벚꽃은 4월에 피기 시작하지만 매화는 이보다 훨씬 더 빨리 피거든요.
꽃을 받치고 있는 꽃자루 길이도 달라요.
매화는 꽃자루가 짧아 마치 꽃이 나뭇가지에 딱 달라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벚꽃은 꽃자루가 길어서 꽃이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답니다.
   


최새미 식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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