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식물이야기

소나무와 제비원의 탄생설화

초암 정만순 2018. 6. 15. 18:33

소나무와 제비원의 탄생설화

 


소나무학명: Pinus densiflora
소나뭇과/늘푸른 바늘잎 큰키 나무
다른 이름: 솔, 솔나무, 송목(), 육송()

 

우주목과 신화

 

소나무는 한국의 나무 중 유일하게 탄생설화를 가진 나무이다.

한국에서는 소나무를 줄여 ‘솔’이라 부른다. 솔의 뜻은 ‘으뜸’이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나무 중에서 으뜸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나무를 의미하는 한자는 송()이다. 이 글자는 목()과 공()을 합한 형성 문자다.

이 글자는 중국의 진()나라 때 만들어졌다.

중국 최초의 황제인 진시황제는 소나무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그는 어느 날 산동에 위치한 태산()에 올랐다가 소나기를 만났다.
갑자기 내린 비라 피할 곳이 마땅하지 않는 터에 인근의 나무에 들어가 비를 피했다.

소나기가 그치자 진시황제는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그 나무에게 ‘오대부()’ 벼슬을 내렸다.

진시황제가 벼슬 내린 그 나무가 바로 소나무이다.

조선의 세조와 관련한 속리산의 정이품송()의 탄생도 소나무 글자 탄생의 유래와 비슷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나무의 원산지를 의심 없이 한국이라 믿고 있지만, 식물도감의 학명에는 소나무의 원산지 기록이 없다.

네덜란드의 식물학자 지볼트와 추카리니가 붙인 소나무의 학명 중 피누스(Pinus)는 켈트어로 ‘산’을 의미하고, 덴시플로라(densiflora)는 ‘빽빽하게 돋아나는 꽃이 있다’는 뜻이다.

소나무는 특징과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이름은 ‘춘양목()’이다.

춘양목은 경상북도 춘양에서 빌린 이름이다.

이는 춘양과 가까운 울진이나 봉화 등지에서 생산한 소나무를 철도가 있는 춘양에서 모아 다른 곳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소나무는 주로 강원도와 울진을 비롯한 경상북도 북부 지역에서 자라는 ‘금강송()’이다.

금강송은 금강석처럼 아주 단단해서 붙인 이름이다.

금강송이나 춘양목은 곧게 자라면서도 껍질 색깔이 붉다.

그래서 춘양목을 비롯한 한국의 소나무를 ‘적송()’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소나무는 육지에서 자라서 육송(), 잘 빠진 여자의 몸매와 닮아 여송()이라고도 부른다.

소나무를 구분하는 방법 중 하나는 껍질 외에 잎이다. 한국의 소나무는 한 묶음의 잎이 두 개다.

 


 광화문 현판 금강송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나무 사랑은 경상북도 안동 제비원을 배경으로 한 탄생설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성주대신아 지신오 / 성주 고향이 어디 메냐
경상도 안동 땅에 / 제비원에 솔 씨 받아 / 소평 대평 던져 떠니 / 그 솔 씨가 자라나서 / 밤이 되면 이실 맞고 /

낮이 되면 태양 맞아 / 그 솔 씨가 자라나서 / 소보동이 되었구나
소보동이 자라나서 / 대보동이 되었구나
그 재목을 / 왕장목이 되었구나
그 재목을 내루갈 제 / 서른서이 역군들아
옥똑끼를 울러 미고 / 서산에 오라 서목 메고 / 대산에 올라 대목 메고 / 이 집 돌 안에 재여 놓고 / 일자대목 다 모아서 /

굽은 놈은 등을 치고 / 곧은 놈은 사모 맞차 / 하개 서개 터를 닦아 / 초가삼간 집을 짓고 / 사모에 핑걸 달고 /

동남풍이 디리 불며 / 핑겅 소리 요란하다
아따 그 집 잘 지었다
그것 모도 거기 두고 / 시간 살이 / 논 도만 석 밭도 만석 / 해마다 춘추로 부라 주자
묵고 씨고 남는 것은 / 없는 사람 객을 주자.

 

 
경상북도 안동 제비원 배경 탄생설화
 
 

 

소나무의 탄생설화는 지역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내용은 대부분 솔 씨가 땅에 떨어져 태어나는 탄생부터 자란 소나무를 베어 집을 짓는 과정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나무로 지은 집에 살면 부를 안겨 준다고 믿었지만, 부를 독점하지 않고 이웃과 나누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구전()에 따르면, 세종의 왕후이자 세조의 어머니인 소헌왕후는 소나무의 정기로 태어났다.

‘청송()’의 옛날 이름은 송생()이다.

이 이름은 청송의 용선암에서 소나무가 한 그루 살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대신() 심희는 용선암에서 술자리를 벌이다가 취해 그만 꿈나라로 갔다.

그런데 갑자기 백발노인이 나타나 “이 소나무의 정기를 그대에게 주노니 배양하여 큰 그릇을 만들라”라고 했다.

심희는 꿈에서 깨어난 후 소나무에 정성을 드렸다. 그 후 1년 만에 딸이 탄생했으니, 바로 소헌왕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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