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식물이야기

아까시나무

초암 정만순 2018. 6. 7. 09:13



아까시나무



아까시나무 
               
/최새미


따뜻한 5월이면 꿀벌은 부지런히 일을 시작해요.

우리가 향긋한 꽃 냄새를 느낄 수 있는 때가 되면 꿀벌은 꽃과 잎의 꿀샘을 찾아 채밀(採蜜·꿀을 뜨는 것) 활동을 한답니다.

채밀한 꿀은 꿀벌의 소화기관에서 에너지원인 포도당과 달콤한 과당으로 분해된 뒤 꿀벌의 입과 입을 통해 벌집으로 옮겨져요. 이때 꿀벌들은 꿀을 더 많이 모으려고 엉덩이 신호로 꿀이 풍성한 꽃의 위치를 서로에게 알려주기도 하지요.

이 과정에서 식물은 아기 씨앗인 꽃가루를 벌의 몸통에 묻혀 멀리까지 퍼뜨리는 거예요.

우리나라 꿀벌이 가장 좋아하는 밀원(蜜源·꿀의 원천이 되는 식물) 식물은 바로 '아까시나무'〈사진〉예요.

정겨운 우리 동요 '과수원 길'에서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에 등장하는 바로 그 주인공이랍니다.

그런데 사실 '아카시아'는 노란 꽃을 피우는 식물로, 열대 지방에서 주로 만날 수 있는 나무예요.

동요 속 '아카시아 꽃'은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하고 하얀 꽃에 강한 향기를 내는 '아까시나무'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6·25전쟁 이후 벌거숭이가 된 숲을 가꾸려고 빠르게 자라면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아까시나무를 전국 곳곳에 심었거든요.

아까시나무에 버선처럼 생긴 하얀 꽃이 긴 꽃대에 주렁주렁 달리면 꽃 속의 진한 꿀샘에 많은 꿀벌이 날아들어요.

꽃받침 바로 위에 있는 꿀샘에 얼굴을 집어넣고 채밀 활동을 하지요. 이렇게 벌집에 모인 아까시 꿀은 영양도 풍부하고 아주 달고 부드러워요.

그래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꿀 생산의 70% 이상을 책임질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아왔답니다.

그런데 이런 맛있는 아까시 꿀을 최근 만나기 어려워졌어요.

원래는 아까시나무가 첫 개화를 하는 남부 지방에서 꿀 채취를 시작해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많은 꿀을 얻었는데요.

기상 이변 등으로 남부 지방과 북부 지방의 아까시 개화 시기가 2007년 30일에서 2017년 16일로 확 줄어들었기 때문이지요.

이 때문에 아까시 꿀 수확량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고 해요.

그래서 요즘에는 '백합나무'나 '헛개나무'가 아까시나무를 대체하는 밀원 식물로 주목받고 있어요.

5월 중순이면 노란색 튤립 같은 꽃을 피워 '튤립나무'로도 불리는 백합나무는 아까시나무보다 개화 기간이 두 배가량 긴 장점이 있어요.

같은 나이대 아까시나무와 비교해도 꿀 생산량에 큰 차이가 없고 수명도 300년에 이른답니다.

음료수로 흔히 접해온 헛개나무도 새로운 밀원 식물로 꼽히는데요.

아까시나무 꽃 1개에서 하루 평균 2.2㎕(마이크로리터·1㎕는 100만분의 1L) 꿀이 생산되는데, 최근 품종 개량한 헛개나무는 두 배에 이르는 4.15㎕를 생산한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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