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한국식물생태보감

한삼덩굴

초암 정만순 2018. 5. 16. 16:39




한삼덩굴


[Asian hop, カナムグラ]



한삼덩굴  

외국어 표기,
학명Humulus scandens (Lour.) Merr.
뽕나무과(Moraceae)


형태분류

줄기: 한해살이 덩굴 초본으로 3~4월 초봄에 발아하며, 원줄기와 잎자루에 밑을 향한 가시가 있고, 주로 왼쪽으로 감는다.

수꽃 줄기는 종종 오른쪽으로도 감는다.

잎: 마주나며(), 잎자루가 길다. 표면에 거친 털이 있고, 손바닥모양(5~7열)으로 갈라진다.

꽃: 7~9월에 피는 두집꽃()이다. 수꽃은 황록색으로 고깔꽃차례()이며, 암꽃은 자갈색으로 짧은 이삭꽃차례()다. 주로 바람에 의해 꽃가루받이() 한다.

열매: 여윈열매()로 편편한 구형이다.

염색체수: 2n=16(암꽃), 17(수꽃)1)

생태분류

서식처: 농촌 마을 주변, 습지 언저리, 하천변, 개울 근처, 도시 전원단지 주변, 쓰레기매립장, 황무지 등, 양지, 적습()~약습()
수평분포: 전국 분포
수직분포: 구릉지대 이하(드물게 산지대)
식생지리: 냉온대~난온대, 중국, 만주, 대만, 연해주, 일본, 베트남 등 (유럽과 북미에 귀화)
식생형: 터주식생(진개식물군락)
종보존등급: [V] 비감시대상종



한삼덩굴은 주로 냄새 나는 쓰레기터에서 흔하다.

식물사회학에서는 ‘사람을 따라다니는 잡초’ 즉 인위식물종(synanthropophyte)으로 분류한다. 한삼덩굴은 감미로운 향을 내는 맥주 호프(독일어 Hopfen; Humulus lupulus; 서양한삼덩굴)의 원조로, 루풀린 선(lupulin gland)이 없기 때문에 호프 향이 아주 약하게 난다. 한삼덩굴의 암꽃이 아직 결혼(꽃가루받이)하지 않은 상태라면 그 향기가 좀 더 많이 난다. 흥미롭게도 꽃가루받이를 하면, 약하게 났던 암꽃의 호프 향은 사라지고 만다.

속명 휴물루스(Humulus)는 ‘호프’란 뜻의 라틴어이며, 종소명 스칸덴스(scandens)는 ‘기어 오른다’는 의미다. 한삼덩굴은 보통 왼쪽으로 감으며 기어오르지만, 뒤엉킨다는 표현이 더욱 걸맞다. 몸체에 나 있는 가시 같은 털 때문이다. 부드럽고 연약한 풀로 보이지만, 자기들끼리 덩굴로 뒤엉키면 농부의 낫질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예초기도 멈추게 한다. 일본명 카나무구라(, 철률)는 그런 철사() 같은 덩굴 줄기가 무성한 것((율), 또는 (무))에서 비롯한다.2) 한자명(, 율초)의 ‘(률)’에서 힌트를 얻은 이름으로 보이며, 한자 한삼덩굴 ‘률()’ 자는 본래 무성한 ‘률()’ 이다.

한삼덩굴이 무성하게 우거진 풀밭은 들쥐나 꽃뱀들에게 한여름의 피난처가 된다. 한삼덩굴은 꽃가루병()을 일으키기 때문에 유해식물로 지목되기도 한다. 그 무엇보다도 한삼덩굴로 뒤덮인 곳은 단위면적 내에 식물종 다양성이 크게 감소한다. 한삼덩굴 군락 속에 빛 환경이 극히 불량하기 때문이다. 이런 한삼덩굴을 중부유럽 온대지역에서는 1886년 화훼식물로 수입해 간 적이 있다.

지금은 야생으로 퍼져나간 탈출외래-신귀화식물(Neophyten)로 골칫거리 위해()식물로 지목되고 있다.3) 일본에서는 한삼덩굴을 사전귀화식물(prehistoric-naturalized species)4)로 취급하지만, 식물지리학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저절로 자생하는 엄연한 고유종이다.

부영양화 수질과 빈번한 개수 작업, 그리고 크고 작은 홍수와 같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하천 고수부지에서 한삼덩굴이 넓게 발달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인간간섭이 거의 없는 자연 하천 시스템 속에서 한삼덩굴은 살 수는 있어도 결코 큰 무리를 만들 수가 없다. 하천 속에 한삼덩굴이 번성하더라도 큰물이 지나가면서 2, 3일 침수되는 일이 발생하면 모두 고사하기 때문이다.

한삼덩굴은 하천과 습지 생태계의 구성원이 아니라 그렇게 쓰레기터와 같은 불결한 서식환경을 지표하는 진개식물군락의 진단종이다. 주변에 한삼덩굴이 많이 보인다면 그것은 주변 환경이 쓰레기터처럼 지저분하고 불결하다는 의미다. 전 국토를 청결하게 관리한다면, 한삼덩굴의 집단은 크게 번성하지 못한다. 한삼덩굴을 제거하기 위해 태우고, 뽑고, 제초제를 뿌릴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만한 서식처환경을 통제해 주면 될 일이다.

한글명 한삼덩굴은 ‘한imagefont너출’,5) ‘한삼’,6) ‘한삼엇굴’7)이란 이름에서 비롯하며, 1633년의 『향약집성방()』8)에서 향명으로 ‘(한삼)’이라 기재하고 있다. 이처럼 한삼덩굴은 비록 잡초이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민간에서 사용되어왔던 향약자원이었다. 한글 ‘한삼(한imagefont)’은 ‘한’과 ‘삼’의 합성어로 보이며, ‘삼’은 잎의 모양이 삼()을 닮았기 때문이고, ‘한’은 ‘대략’이란 의미의 관형사이거나, ‘많다’, ‘흔하다’, ‘한창이다’와 같은 의미의 접두사다. ‘빈 터에 가득 메우고 있는 삼’이라는 의미, 또는 ‘대충 삼을 닮은 풀’이라는 의미에서 그 이름의 유래를 추정해 볼 수 있다.

한자명 노호등()에서 ‘범삼덩굴’이란 이름도 있다. 한방에서는 율초()라고 하며, 지상부 식물체는 혈압강하에 유효한 한방제로 이용된다.9) 중국에서는 한삼덩굴 식물체 전체를 약재로, 그 종자 기름으로는 비누를 만들어 쓴다.10) 중국명 라라양(, 납납앙)은 ‘볍씨에서 새싹이 일제히 돋아난 것’처럼 보이는, 이른 봄 밭 언저리에서 한삼덩굴 새싹이 일제히 돋아난 모습에서 유래한다.

한삼덩굴은 암꽃과 수꽃의 꽃 모양이 완전히 다른 두집꽃()으로, 암수의 염색체수가 다른 것이 독특하다. 암꽃의 경우 염색체수가 2n=16(14+XX)이지만, 수꽃은 2n=17(14+XYY)이다.11) 즉 암꽃은 정상적(XX)이지만, 수꽃은 성염색체 이상인 XYY이다. 즉 성염색체가 만들어질 동안에 일어나는 생식 세포의 감수분열이 온전하게 일어나지 못한 불분리() 현상에서 비롯된다. 사람도 이런 경우가 있으며, 남성 염색체 Y가 하나 더 있으면 정상인보다 키가 큰 편이고, 그 외의 생식적인 이상은 없다.

한삼덩굴의 경우도 유사해 수꽃 식물체는 암꽃 식물체에 비해 우뚝 솟고 강건한 것 이외에 생식활동에는 지장이 없다.

한삼덩굴이 가득한 풀밭에 가면, 암꽃 위로 수꽃이 솟아올라서 마치 뭔가를 찾아 두리번거리듯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환삼덩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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