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풀
[Reed-grass, Reed canary-grass, クサヨシ]
외국어 표기 | 虉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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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 | Phalaris arundinacea L. |
과 | 벼과(Gramineae) |
형태분류
줄기: 여러해살이로 가늘고, 단면은 둥근 편이다. 뿌리줄기(根莖)가 뻗으며, 바로 서서 자라고, 보통 마디가 6~10개 있다.
잎: 밝고 엷은 녹색이며, 털이 없다. 가장자리에 가는 톱니(鋸齒)가 있고, 막질인 긴 잎혀(葉舌)가 발달하며, 부드러운 털이 있다.
꽃: 6월에 피며, 줄기 끝에 가늘고 긴 꽃차례(花序)가 있으며, 작은꽃이삭(小穗)은 완전한 꽃 1개와 그 기부에 비늘조각(鱗片) 같은 퇴화한 꽃이 2개 있고, 자색을 띤 백록색이다.
열매: 영과(穎果)로 아주 작고 좁은 장타원형이다.
염색체수: 2n=14, 28, 27~31, 35, 42, 561)
생태분류
서식처: 하천 및 도랑 가장자리, 산기슭 물가, 습지 가장자리, 양지~반음지, 약습(弱濕)~과습(過濕)
수평분포: 전국 분포
수직분포: 산지대 이하
식생지리: 냉온대~난온대, 북반구 온대
식생형: 습지식생(하천변식물군락, 저습지식물군락)
종보존등급: [V] 비감시대상종
물길 주변의 가는 모래가 퇴적된 범람원에 발달하는 왕버들-갈풀군집의 자연식생 상관숲 바닥에 분백의 녹색을 띠는 갈풀이 우점한다.
갈풀은 사계절이 뚜렷한 북반구 온대 전역에서 관찰되는 광역 분포종이다. 서식처는 물터 가장자리로, 범람으로 일시적 침수가 발생하는 습지이다. 즉 물이 고인 곳이라기보다는 하천처럼 물 흐름에 의해 한번씩 물이 차는 장소다. 이런 곳은 주로 가는 모래(silt)나 진흙이 퇴적되어 지표면이 평탄하다.
장마가 오기 전에 꽃피고, 열매를 퍼뜨리며, 호우로 침수된 후에 물이 빠지면 지면에 쓰러져 죽은 것처럼 보이는 줄기에서 새잎이 난다. 홍수를 극복하는 종(flood-tolerant species)으로, 장마시기의 침수는 갈풀의 활력을 촉진하는 생태적 신호가 된다. 새봄에는 땅속뿌리줄기(根莖)에서 새잎이 일제히 돋아나며, 왕성하게 자란다. 연중 두 번에 걸쳐 풍부한 생체량(biomass)을 생산하는 자원식물이다.2)
한글명 갈풀3)의 유래는 모 낼 논에 거름을 주기 위해 베어 넣은 풀이라는 뜻이라고 한다.4) 그러므로 논을 갈기 위해 이용되는 풀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실제로 야생에서 갈풀의 개체군 크기나 규모로 보아서 거름으로 사용할 만큼의 양을 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갈풀을 포함해 논 경작지의 지력을 북돋우기 위해 이용되는 모든 풀을 갈풀이라고 불렀을 것으로 본다.
갈풀의 갈은 갈다라는 동사의 어근이다. 우리말 갈다는 땅을 갈아엎어서 일구는 일이나, 무엇을 바꾸는 일을 의미한다. 즉 퇴행형 변화가 아니라 진행형 변화를 함의하는 빼어난 표현이다. 가다라는 말도 동원어일 것이다.
우리 식물이름에는 이러한 갈다의 뜻을 포함하는 명칭이 여럿 남아 있다. 대표적인 풀로는 갈풀과 갈대이고, 나무는 하록(夏綠)의 참나무인 갈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따위다.
갈대의 갈처럼 바닥에 펴서 까는 재료로 이용된 것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라는 유래는 설령 그렇게 이용되었을지라도 오해다. 바닥에 펴서 깐다는 의미의 동사는 깔다이지 갈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갈녘(서쪽)이나 가을(갈)도 이 갈다의 갈과 잇닿아 있다. 가을이면 녹색은 갈색으로, 생엽은 가랑잎, 갈잎, 낙엽으로 갈아입는다.
갈풀의 일본명은 쿠사요시(草蘆)인데, 영어명(reed-grass)을 번역한 것이고, 그 영어명은 라틴어를 번역한 것이다. 속명 팔라리스(Phalaris)는 갈풀에 대한 그리스의 옛 이름이며, 종소명 아룬디나체(arundinacea)는 갈대를 닮았다는 의미의 라틴어다. 중국 한자명 개카오(虉草, 역초)는 사슴 가죽으로 만든 끈(虉) 같은 풀이란 뜻이다.
갈풀은 전체적으로 식물체가 가늘고 부드럽기 때문에 가축 사료로 이용되었다. 특히 늦가을부터 이른 봄에 이르기까지 누렇게 말라 있는 지상부는 겨울동안에 가축의 건초 사료로 최적이었다. 해서 그런 누런 갈색의 풀이라는 것에서 갈풀의 이름 유래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갈풀 생초(生草) 속에는 양(羊)에게는 독이 되는 알칼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다.5) 생초 상태에서는 초식동물에게 유해하다는 것이고, 건초를 만들어 먹이면 덜하다는 뜻이다. 건초 사료의 대명사가 우리말 갈풀인 것이다. 우리의 농경문화에서 갈풀은 갈대보다도 부드러운 풀이어서 물억새만큼이나 퇴비를 만드는 훌륭한 재료식물로 이용해왔다.
갈풀은 산업폐수가 흘러들거나 그런 수질에 침수되면 고사한다. 도시산업화 환경을 아주 싫어하는 종이다. 습한 땅의 서식처환경이 온전하다면 뿌리줄기 덕택에 큰 무리를 만들고, 밀도가 아주 높아진다. 때문에 다른 종이 들어와 사는 것을 방해해 종 다양성이 낮은 단순한 식물사회를 만든다. 낙동강 중하류의 잠재범람습지에 왕버들-갈풀군집, 선버들-갈풀군집이라는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자연 습생림(濕生林)이 분포한다.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