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한국식물생태보감

구절초

초암 정만순 2018. 5. 14. 21:02



구절초


[Korean chrysanthemum, チョウセンノギク, 广]


도로변 오후  



형태분류

줄기: 여러해살이로 뿌리줄기()가 지표면 가까이에서 길게 뻗으며, 자그마한 무리를 이룬다. 줄기 아랫부분은 목질화 된다.

잎: 어긋나며(), 날개모양()으로 갈라지고, 측열편()은 산구절초에 비해 얕게 갈라지는 편이다. 줄기 아랫부분의 잎은 약간 가죽질()이며, 잎자루의 길이가 14cm에 이르고 광택이 약간 있다.

꽃: 9~11월에 백색 또는 연한 홍색으로 피고, 줄기와 가지 끝에서 두화()가 1개씩 달린다. 통상화()는 황색이며, 설상화()는 일렬로 배열된다. 두화()의 크기가 산구절초에 비해 크다.

열매: 아주 작은 여윈열매()다.

염색체수: 2n=181)

생태분류

서식처: 산지 밝은 숲속, 돌출 암각지(), 초원, 양지~반음지, 약건()~적습()
수평분포: 전국 분포
수직분포: 산지대 이하
식생지리: 난온대~냉온대(대륙성), 만주, 중국(북부), 일본(큐슈()) 등
식생형: 산지 삼림식생(이차림), 산지 암각지 초원식생
종보존등급: [Ⅳ] 일반감시대상종

구절초는 우리나라 가을 꽃을 대표한다.

소박하고, 토속적이고, 정감이 넘치는 백의() 꽃이다.

구절초는 국화과 고유종이고, 산구절초(Dendranthema zawadskii)의 변종으로 분류된다.

산구절초에 비해 식물체가 크다. 키도 크고, 잎도 크며, 꽃도 크다.

그런 까닭인지, 산구절초에 비해 서식환경조건이 덜 험악한 곳에 산다.

산구절초는 건조하고 추운 고위도지역이나 높은 산악지역, 심지어 아고산대(subalpine zone)에도 분포한다. 하지만 구절초는 그런 한랭한 곳에서 살지 않는다. 주로 해발이 낮은 마을 주변 산지에 산다. 드물게는 한반도 남쪽 끝 난온대 구릉지에서도 관찰된다. 저위도 저해발 산지에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이차림(『한국 식물사회 생태도감』 I. 우포늪의 식물군락 참조)에서 드물지 않게 보이는 이유다.
낙동구절초 - 낙동구절초 Chrysanthemum zawadskii ssp. naktongense  
구절초는 생활 속의 야생 국화로 민족식물종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고려 말 목은() 선생의 시 「한적한 거처()」2)에 등장하는 중양절()의 들국화는 구절초다. 우리 영혼에 잇닿아 있는 가을의 꽃 구절초는 코스모스, 노랑코스모스, 큰금계국 따위처럼 뜻 모를 외래종들에게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구절초란 이름은 한자명(,3) )을 읽은 것으로 음력 9월 9일 중양()의 날()에 채취()하면 약()으로 유용하다는 것에서 유래한다.4) 이 때쯤이면 구절초 꽃이 만발한다.

동양의 음양설()에서 중양()은 홀수 구()가 겹친 날로 중구()라고도 하며, 양()이 겹친 날에 집안에 틀어박혀 있을 수 없는 양기()가 뻗친 날이다. 겨울로 접어들기 전, 햇볕을 흠뻑 쬐어야 하는 날이다. 들판으로 나가서, 남자들은 시를 짓고, 부인네들은 국화전을 만들어서 함께 먹고 즐겼다.5) 통일신라 사람들은 이날에 맞추어 안압지()에서 연례 향연을 가졌다.6) 약으로서 음료로서 국화 차()도 함께 곁들였을 것이라 상상해 본다.

안압지에서 발굴된 바리때를 닮은 토기묵서완()에 마셨을 찻잎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해진다. 우리 문화 속에 엄연히 존재했던 ‘가을의 풍류()’였던 것이다. 1년 농사를 추수하고 마무리하는 음력 9월 9일 중양절은 구절초의 날이었다. 국화전과 화채로 조상께 차례를 올렸다는 사실도 전한다.7) 중양절의 세속은 이제 단풍놀이로 바뀌어버렸다. 계절을 잃어버린 도시 문화이기에 중양절의 세속은 아련하게 사라지고 만 것이다.

선사시대부터 구절초를 포함하는 다양한 들국화 종류는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에게 생활 속의 들꽃이었다. 들국화 문화가 자생적인 기원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중국에 그런 문화가 존재했다면, 한반도적 자연환경조건이 있는 황해를 중심으로 하는 중국 동부의 일부지역에서만 유래했을 것이 분명하다. 구절초의 분포중심지는 환경조건이 한반도와 비슷한 땅이기 때문이다.

매난국죽()이 중국 문화라 할지라도8) 우리 정체성과 그 정신성을 알기 위해서라도 살펴보아야 할 대목이다. 쑥부쟁이 종류가 음력 8월의 꽃이라면, 들국화 구절초는 이보다 약 한달 늦게 피는 음력 9월의 꽃이다. 음력 9월의 들국화 페스티벌, 그것은 가장 한국적인 축제가 될 것이다.

개쑥부쟁이와구절초꽃차 효능  

중국 한자명(广, 광엽자화야국)은 잎 넓고 자색 꽃이 피는 들국화()란 뜻이다.

일본에서는 죠센노키꾸()라 칭한다.9)

한국인의 들국화란 뜻이다.

일본명 키꾸()는 우리말 구화 또는 국()과 동원어이고, 그 소리 또한 잇닿아 있다.

음력 9월 9일 중양절을 일본에서는 국화의 명절()이라고 부른다.

일본의 명절 명칭이 가진 의미와 키꾸()란 명칭의 유래는 우리에게 그 연원이 있음이 분명하다. 일본에서 9월 9일을 국화의 명절()로 표기하지만, 기실은 국화와 전혀 상관없는 그들의 중양절 풍속이 있다. 일본사람들은 재앙을 면하기 위해 붉은 열매가 매달린 쉬나무(, 수유) 가지를 꺾어서 그날 높은 곳에 오른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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