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한국식물생태보감

며느리배꼽

초암 정만순 2018. 5. 17. 16:53


며느리배꼽


[Mile-a-minute weed, Devil’s-tail tearthumb, イシミカワ]


며느리배꼽  


외국어 표기()
학명Persicaria perfoliata (L.) H. Gross
마디풀과(Polygonaceae)
이칭사광이풀

며느리밑씻개 - 며느리밑씻개와 며느리배꼽 견주어 보기_6월 9일 촬영   

며느리밑앁개/며느리배꼽

형태분류

줄기: 한해살이로 덩굴성이다. 잎자루와 더불어 밑으로 향한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잎: 어긋나며(), 삼각형으로 긴 잎자루가 잎의 배꼽 위치에 올라붙어 있다. 표면은 녹색이고, 뒷면은 흰 빛이 돌며 털이 없다. 뒷면 잎줄() 위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탁엽초()는 잎처럼 보이며 둥근 깔때기 형으로 줄기를 감싼다.

꽃: 7~10월, 줄기와 가지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짧은 송이꽃차례()로 피고, 밑부분에 접시를 닮은 잎처럼 생긴 엽상포()가 있다.

열매: 여윈열매()이며 짙은 군청색으로 익고, 속에 유리처럼 광택이 나는 둥근 흑색 씨가 있다.

염색체수: 2n=221), 24(?)

생태분류

서식처: 농촌마을 길가, 도시 주변 전원 단지, 밭 언저리, 하천 제방 부근, 습지 주변, 황무지 등, 양지, 적습()~약습()
수평분포: 전국 분포
수직분포: 구릉지대 이하
식생지리: 온대~아열대, 중국, 만주, 연해주, 대만, 일본,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등 (북미에 귀화)
식생형: 터주식생(농촌형, 일년생 초본식물군락), 임연식생(소매식물군락)
종보존등급: [V] 비감시대상종

며느리배꼽과 며느리밑씻개는 많이 닮은 형제 식물이다. 형태적으로 잎자루 위치에 따라 쉽게 구분된다. 잎자루가 잎의 배꼽 위치에 붙으면 며느리배꼽이고, 잎바닥()에 붙으면 며느리밑씻개다. 지리적 분포와 서식조건도 비슷하지만, 미묘한 차이를 관찰할 수 있다. 며느리밑씻개가 농촌형이라면, 며느리배꼽은 도시형이다.

폐타이어와 같은 도시형 쓰레기가 내버려진 후미진 곳에는 며느리배꼽이 주로 산다. 비록 농촌지역이라 할지라도 며느리배꼽이 흔하다면 그곳은 삭막한 도시화로 찌들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더욱이 며느리배꼽은 며느리밑씻개보다 아주 건조한 곳에까지도 살고, 더욱 온난한 환경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열대지역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에 걸쳐서 널리 분포한다.

며느리배꼽이 사는 모습은 정녕 집착()이다. 바쁜 농번기에 농부가 잠시 한눈팔 사이에 밭 언저리를 신속하게 덮어버린다. 미꾸리낚시처럼 무려 2~3m로 길게 뻗으면서 얕은 정글을 만든다. 네댓 번 낫질을 하고 나면, 낫이 꼼짝달싹 못할 정도로 낫을 칭칭 감는다. 이들로 뒤덮인 곳에는 아무도 접근할 수 없을 정도다. 무섭게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뱀도 얼씬하지 않는다. 날카로운 가시, 그것도 아래로 향한 억센 가시(, 역자)가 부드러운 피부를 파고들기 때문이다.


며느리배꼽은 북미 동부 워싱턴을 중심으로 하는 온대지역까지 널리 퍼져나갔다. 골치 아픈 침투외래종(invasive alien species)으로 취급된다. 신속하게 퍼져나가는 양상으로부터 ‘한 순간, 1마일이나 퍼져가는 풀’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명(Mile-a-minute weed)이 붙었다. 유럽인들은 ‘악마의 꼬리를 닮은 풀(Devil’s-tail tearthumb)’이라고 부른다. 골칫거리라는 의미다. 일본명 이시미카와(, 석실피)는 열매 빛깔, 그 열매를 감싸고 있는 엽상포(, 종소명 페르폴리아타(perfoliata)의 의미)의 인상 깊은 형상에서 붙여진 이름이다.2)

백색이던 열매가 익어가면서 적자색 또는 짙은 자색으로 변하고, 마침내 짙은 군청색(고운 남색) 보석처럼 빛난다. 억세고 날카로운 가시, 귀찮은 잡초 덩굴, 앙증맞은 열매들을 쓸어안고 있는 형국, 어느 모로 보나 며느리배꼽이라는 한글명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북한에서는 이 며느리배꼽을 참가시덩굴여뀌3) 또는 사광이풀4)로 기재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명 며누(느)리배꼽5)이란 이름은 잎과 잎자루가 붙어 있는 형상에서 며느리밑씻개와 대비되는 데에서 붙여진 것이라 한다.6) 며느리배꼽이란 이름 이전에 1921년에 ‘사광이’와 ‘풀’의 합성어인 사광이풀7)로 기재된바 있다. ‘사광이’는 ‘삭광이’, ‘삵-괭이’, ‘산에 사는 야생 고양이’란 의미다. ‘살쾡이(삵-괭이)’에 잇닿아 있는 이름임에 틀림없다.

며느리배꼽에 대한 중국 한자명에는 강반귀(, 강판귀, )8) 외에도 ‘늙은 범(, 노호)’을 뜻하는 이름인 (노호리), (노호자), (노호구) 따위의 다수가 있다. ‘범’은 곧 산에 사는 큰 ‘고양이’이니, 말()의 무늬가 같은 셈이다. 중국 땅에 맞닿아 있는 한반도 북부지방과 중국 동북지방(만주)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며느리배꼽을 실제로는 무서워하지 않으면서 무서운 존재로 인식했던 것이다. 사광이풀이란 이름이 생겨난 까닭으로도 추정해 볼 수 있다.

잎에서 약간 신맛이 나므로 ‘새콤이’, ‘사콤이’라는 말과도 잇닿아 있을 수 있다. 더부룩하고 답답한 속을 풀기 위해 신맛이 나는 여린 잎을 뜯어 먹는 야생 들고양이로부터 그 이름이 유래할 수도 있다. 이처럼 부르는 명칭이 다양한 것은 여러 가지 민간 약재로도 이용되었음을 암시한다.9)

우리나라 식물이름에는 ‘며느리’라는 명칭을 포함하는 경우가 몇 종류 있다. 멸시적인 의미로 사용되며, 참으로 언짢은 은유다. 며느리배꼽이란 이름에 힌트가 되었던 며느리밑씻개, 이 이름은 일본명으로부터 힌트가 된 것이다(며느리밑씻개 참조). 기울어져 가는 조선 유교 양반사회, 일제 식민통치, 그리고 연거푸 일어난 육이오동란, 이 반생명적인 통한의 세월 속에서도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지탱해 준 것은 생명의 밥상을 헤아릴 수 없이 해다 나른, 그 밥상을 책임 진 며느리의 살림살이 덕택일 것이다. 그 며느리가 누이이며, 아내이며, 어머니이기 때문에 며느리를 욕되게 할 이유는 없다.

인간이 개발해 경작한 토지의 들머리에는 며느리배꼽이나 며느리밑씻개가 산다. 적어도 청동기 정착농경시대의 선사인들도 익히 잘 알고 있었던 들풀이다. 그들이 부르던 명칭(소리) 또한 분명히 존재했을 터, 불평등한 의미로 며느리라는 뜻을 포함하는 얄궂은 이름으로 부르거나 인식했을 리는 없다. 조선 유교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안동 풍산지방에서 전해 오는, 야생초 편지10)에서처럼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표현대로 안동답답()이가 되고 만다. 인간의 행복과 아름다움은 지혜로움에서 생겨나지, 지식은 지식일 뿐이기 때문이다.

며느리배꼽과 며느리밑씻개, 두 종이 가진 자연 속에서의 역할은 우리를 아름답게 그리고 행복하게 해준다. 황폐화시킨 땅을 덮어 치유하고, 개발되지 않은 자연의 변방을 지키는 경계병 같은 생명체들이다. 식물사회학에서는 그런 역할을 하는 구성원들이 모인 식물사회를 소매식물군락이라고 분류한다. 이들이 우거진 풀밭은 소매식물군락 가운데 하나이며, 인간과 자연의 충돌을 말리는 완충지대를 만들고, 그 기능을 감당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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