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한국식물생태보감

며느리밑씻개

초암 정만순 2018. 5. 17. 16:59



며느리밑씻개



[Prickle tearthumb, ママコノシリヌグイ, ]


형태분류

줄기: 한해살이로 덩굴성이다. 사각으로 모가 진 능선을 따라 예리한 갈고리형 가시()가 거꾸로 나 있다.

잎: 어긋나며(), 잎자루는 잎바닥() 위치에 붙어 있고, 뒷면 엽줄() 위에 가시 털()이 있다. 잎 길이와 잎자루 길이가 비슷하며, 잎자루에 역자()가 있고, 탁엽초()는 신장형()이다.(비교: 며느리배꼽은 잎의 배꼽 위치에 잎자루가 연결되어 있다.)

꽃: 5~10월에 피고, 짝꽃()이다. 꽃자루()에 잔털과 샘털()이 있다.(비교: 며느리배꼽은 주로 7월 이후에 꽃이 핀다.)

열매: 여윈열매()이며, 흑색으로 둥글지만 광택이 나지 않는다.

염색체수: 2n=24(?)

생태분류

서식처: 농촌 마을 길가, 도시 주변 전원 단지, 밭 언저리, 하천 제방 부근, 습지 주변, 황무지, 해안 마을 등, 양지~반음지, 적습()~약습()
수평분포: 전국 분포
수직분포: 산지대 이하
식생지리: 냉온대~난온대, 중국(주로 동부와 남동부), 만주, 대만, 일본, 연해주 등
식생형: 터주식생(농촌형, 일년생 초본식물군락), 임연식생(소매식물군락)
종보존등급: [V] 비감시대상종


며느리밑씻개는 며느리배꼽처럼 농촌 경작지 들머리에 흔하게 관찰되는 한해살이 덩굴 초본이다. 전형적으로 경작지 잡초 그룹에 포함된다. 며느리배꼽과 그 서식처환경조건이 거의 비슷하지만, 며느리밑씻개는 도시산업 영향이 비교적 덜한 농촌다운 농촌에서 분포하는 것이 특징이다.

며느리밑씻개가 며느리배꼽보다 환경교란에 대응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건조를 이겨내지 못하고, 누기()가 있는 땅을 좋아한다. 야외에서 실제로 며느리밑씻개는 며느리배꼽보다 그 개체군(무리)의 크기도 작고 출현빈도도 상대적으로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만큼 우리 주변이 도시산업 환경으로 변질되고 더욱 험악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글명 ‘며누리밑싳개’,1) ‘며누리밑씻개’,2) ‘며누리밑싯개’, ‘며느리밑씻개’3) 따위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의 갈등을 나타내는 옛이야기에서 유래한다고 한다.4) 정말로 그렇다면 이게 무슨 말인가! 종소명 센티코자(senticosa)는 아래로 향한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는 뜻인데, 이런 식물체로 궁둥이를 닦거나 문지른다는 발상이 아닌가! 비열한 짓이고, 상상하기조차도 역겹고, 이성과 지성의 부재다. 그런데 이런 한글명의 유래가 일본명을 참고했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일본명 마마꼬노시리누구이(い)는 ‘계모에게 학대를 받는 아들(, 계자)의 궁둥이() 닦기() 또는 의붓자식(, 계자)을 왕따 하기’ 정도로 번역되는 얄궂은 의미를 가진 명칭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배다른 자식에 대한 인간의 저열함을 잘 나타내는 하나의 야만성이기도 하다. 최초 한글명 ‘며누리밑싳개’란 이름은 마마꼬노시리누구이란 일본명의 본질적 의미에 빗대서 의붓자식을 며느리로 대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때에 ‘며누리배꼽’이란 한글명도 함께 명명했다. 모두 1937년의 일이다.

그런데 『조선식물명휘()』(1921)5)에서 그리고 「경성부근식물소지()」(1932)6)에서 며느리배꼽과 며느리밑씻개란 한글명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는다. 1921년의 『조선식물명휘()』7)에서 며느리배꼽에 해당하는 옛 이름 ‘사광이풀’이란 한글명만이 또렷하게 기재되어 있다.

며느리밑씻개의 경우는 한글명 없이 ‘마마꼬노시리누구이(い)’만이 기재되어 있었다. 따라서 1921년에 사광이풀이란 명칭이 기재될 때에는 며느리배꼽이란 이름은 없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느닷없이 1937년에 사광이풀이란 한글명을 무시하고, 며느리배꼽이란 이름이 생겨났으며, 동시에 며느리밑씻개란 명칭도 함께 생겨난 것이다.8)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밑씻개란 이름은 일본명 마마꼬노시리누구이(い)가 힌트가 되어 생겨난 이름이지, ‘며느리의 ‘거시기’를 씻는 데에 효험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은 아닐 것이다. 식물명에 도입되어 있는 ‘며느리’라는 단어의 뉘앙스는 결코 온유하면서 생명적인 것이 아니다. 반생명적이고 거친 야만성을 함의한다.

며느리밑씻개와 며느리배꼽은 결코 당당한 이름이 아니다. 일본어를 알고, 식물을 아는 지식으로부터 생겨난 부끄럽고 비루한 명칭이다. 며느리라는 명칭은 결코 그런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며느리는 생명을 잉태하고 보살피는 절대자의 대리인인 지엄한 어머니다. 자연 속에서 며느리밑씻개도 며느리배꼽도 결코 미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들은 엄연한 자연의 구성원이며, 보존되어야 할 풀숲이 있다면, 그것을 지키기 위한 첨병부대, 소매식물군락(Saumgesellschaft)을 만든다. 며느리배꼽은 사광이풀이었으며, 이것을 닮은 며느리밑씻개는 ‘사광이아재비’9)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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