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한국식물생태보감

키버들

초암 정만순 2018. 5. 18. 17:38



키버들


[Winnow willow, Kori-Yanagi willow, コリヤナギ]


키버들  

외국어 표기
학명Salix koriyanagi Kimura
버드나무과(Salicaceae)
이칭눈버들, 고리버들


형태분류

줄기: 낙엽관목()으로 모여 난 줄기는 길게 뻗으며, 유연하고, 황갈색 또는 갈색을 띤다. 겨울눈()은 긴 타원형으로 갈색이다.

잎: 마주나는 잎()과 어긋나는 잎()이 함께 있고 질감이 부드러우며, 길이는 6~16cm이다. 윗면은 짙은 녹색을 띠며, 뒷면은 분백색이다. 가장자리에 있는 둥 마는 둥한 톱니()가 있고, 0.5cm에도 못 미치는 짧은 잎자루가 있다.(비교: 버드나무 종류는 대부분 잎차례가 어긋나는데, 키버들, 개키버들, 당키버들 등은 마주나는 잎차례가 한 식물체 내에서 동시에 관찰된다. 개키버들은 잎이 거의 마주나며, 길이가 키버들의 1/2 수준이고, 잎자루가 없으며, 가장자리에 톱니도 없다.)

꽃: 3~4월에 피며, 암수딴그루() 또는 두집꽃()으로 꽃밥()이 자흑색이고, 꽃싼잎()에 긴 털이 있다.

열매: 4월에 여윈열매()로 익는다.

염색체: n=191)

생태분류

서식처: 산지 계류 주변, 산비탈 도랑 주변, 산간 묵정논, 습지 주변, 하천변 등, 양지, 약습()~적습()
수평분포: 전국 분포
수직분포: 산지대 이하
식생지리: 냉온대~난온대(한국 특산종), 일본(식재), 중국(식재) 등
식생형: 개울가 연목림식생, 산지 곡간() 휴경지 관목식생
종보존등급: [IV] 일반감시대상종

키버들은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한반도 전역에 분포하고, 내버려진 묵정논처럼 비옥한 습지에 흔하게 자생한다. 때문에 생활 속 자원식물로 자리매김한 야생종이다. 사람 키보다 조금 더 크게 자라면서 긴 줄기와 가지가 다발로 나고, 베어 쓰더라도 잘 재생한다. 가지나 줄기는 각종 전통 공예품을 만드는 재료였다. 곡식을 까부는 데에 필요한 키나 생활용품으로 이용되는 광주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글명 키버들은 고리버들과 동시에 기록되었다.2) 고리(버들가지)를 엮어서 곡류를 까불러 쭉정이나 티끌을 골라내는 키 같은 여러 가지 생활용품(, 유기)3)을 만들어 쓰면서 생긴 오래된 우리말 이름이다. 일본에는 키버들이 분포하지 않는다. 고리로 이용하기에는 부적당한 개키버들만이 자생한다. 에도시대에는 우리나라에서 키버들을 도입해 재배했으며, 등나무나 대나무 공예품을 대신했다고 한다.4) 그 공예품의 일본명칭이 고우리 또는 고리(, 행이)인데, 한자 표기 (행이)는 우리말 고리를 일본말 음독()으로 표현한 글자다. 즉 한자를 차자()한 일본식 향명인 셈이다.

개키버들의 일본명은 이누고리야나기(, 견행이류)로, 일본에서는 본래 고리야나기(행, 키버들)가 분포하지 않기 때문에 뒤늦게 만들어진 이름이다. 키버들의 라틴 종소명 고리야나기(koriyanagi)는 아쉽게도 그런 일본 발음에서 만들어졌다. 일본명은 이처럼 우리나라의 고리 문화를 알게 되면서 생긴 이름들이다. 개키버들을 키버들보다 그 용도나 질이 떨어진다고 해서 이누() 자를 보태어 이누고리야나기(, 견행이류)라고 부르며,5) 한글명 개키버들의 경우는 이 일본명에서 다시 힌트를 얻어 개() 자를 더해진 경우다.6)


키버들 수꽃 암꽃  

그런데 고리버들이란 최초 기재 한글명7)이 1950년대까지 혼용되다가,8)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금은 모두 키버들로 사용한다. 아마도 고리를 일본 식물 명칭으로부터 오해했던 것 같다. 분명한 것은 고리버들이라는 한글명은 일본명에서 유래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일제강점기의 『조선식물명휘()』9)에 처음으로 그렇게 기재되었을 뿐이다. 잘못된 이름이 아니라, 선조들이 그렇게 불러왔던 정겨운 이름 그대로가 기재된 것이다. 고리버들은 우리의 고리 문화를 담고 있는 고유 이름이다.

키버들

19세기 『물명고()』10)에는 한글명 키버들이나 고리버들에 힌트가 될 만한 한자명과 그 용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기재되어 있다. 키버들11)로 직역할 수 있는 한자 키 기()와 버들 류() 자의 합성어인 (기류)란 한자 명칭이다.

이것은 본래 고리버들을 뜻하는 나무이름 (기) 자와 버들 류() 자의 합성어인 (기류)이고, 한글명으로 누은(눈)버들이라 하며, 수레바퀴(, 차곡)에 이용할 수 있고, 가는 줄기로 생활용품을 만들어 썼다는 사실도 함께 기록했다. 현대 분류학에서 말하는 눈갯버들을 말한다. 눈갯버들도 그런 용도로 사용한다. 한글명 키버들이나 고리버들은 민초들이 즐겨 불렀던 고유의 우리 명칭이었음을 알 수 있다.

키버들은 농촌지역의 산지, 늪이나 저습지가 연결되는 자연 도랑이나 개울가에 주로 관찰되고, 대부분 자그마한 무리(patch)를 만든다. 키버들이 사람이 사는 농촌 가까이에서 주로 산다면, 개키버들은 보다 멀리 야생지역에 산다. 키버들은 한반도 전역에 분포하면서도 방치된 묵정논과 같은 비옥한 습지에서 살기 때문에 마치 재배종처럼 잎의 길이가 개키버들보다 두 배로 길다.

버드나무 종류 가운데 갯버들만큼이나 이른 봄에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 봄을 알리는 지표식물이다. 꽃이 생기고 난 뒤, 연이어 생겨나는 잎차례()에서 키버들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버드나무 종류들은 보통 잎이 어긋나지만(), 키버들은 같은 식물체에 어긋난 잎차례와 마주난() 잎차례가 함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키버들은 사람 키보다 조금 더 크게 자라면서 긴 줄기와 가지가 다발로 나고, 베어 쓰더라도 잘 재생되기 때문에 매우 유용한 자원이었다. 고리를 만들어 쓰는 데에 유용한 긴 줄기라면 곡식 따위를 까불러서 쭉정이나 티끌을 골라내는 도구인 키를 만드는 데에도 아주 유용했을 것이다. 키버들은 이른 봄 어린 줄기의 껍질이 선버들과 마찬가지로 초식동물에게 유용한 먹이자원이 된다.

지역에 따라서는 이들 버드나무 종류의 껍질을 말려 두었다가 씹어 먹기도 하고, 차()를 우려 마시기도 하는 습속이 전해지고 있다(2012년 10월 경북 구미시 이경연 양 구두 정보). 현대 과학에서는 통증완화와 혈전치료에 주목받는 아스피린의 재료로도 이용된다. 키버들로 생울타리를 조성하고, 때가 되었을 때 키를 만들어 본다면, 생태적, 경관적, 교육적으로 매우 가치 있는, 보전생물학적 실천이 될 것이다.

키버들

이른 봄 키버들 어린 줄기의 껍질은 염소와 같은 초식동물의 중요한 먹이자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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