琥珀
호박은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 명약
호박(琥珀)은 이름이 많다. <산해경(山海經)>에서는 육패(育沛)라고 하였고 <한서(漢書)>에는 호박으로 적혔다. 또 서진(西晉)의 문학가 장화(張華)가 지은 <박물지(博物誌)>에는 강주(江珠)라고 하였고 <수서(隋書)>에는 증백(曾魄), 돈모(頓牟)라고 하였다.
호박은 빛이 사방으로 환하게 비치기는 진주(珍珠)와 같고 맑고 투명하기는 마노(瑪瑙)와 같으며 투명하게 반짝이는 것은 수정(水晶)과 같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호박을 황금(黃金)이나 옥(玉)에 못지 않은 보석으로 여겼다.
호박은 황금보다 더섯 배가 나은 보물
고대 희랍에서는 ‘북부의 황금(Northern Gold)’이라고 불렀고 고대 로마의 폭군 네로 황제(서기 37년 – 68년) 시대에는 귀족들이 호박을 가장 값비싼 장식품으로 사용했으며 품질이 뛰어난 호박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따라 따라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였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호박과 청금석(靑金石)과 녹송석(綠松石)을 배장품(陪葬品)으로 사용했다.
종교의 세력이 전 유라시아 지역을 휩쓸던 13세기에는 종교 집단이 호박을 독점하였다. 이슬람 교도들은 이슬람 교도들의 성전인 코란의 규정에 따라 ‘호박을 착복하는 자는 누구든지 교수형(絞首刑)에 처한다.’ 는 규정을 만들었다.
그 무렵 회교 국가에서는 호박으로 만든 담배 파이프가 가장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회교도들은 담배 파이프도 입에 대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뒤늦게 1930년대에 호박이 크게 유행하였으며 제 2의 보석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독일과 루마니아에서는 호박을 국석(國石)으로 숭배하였다.
명나라 때 송응성(宋應星)이 지은 <천공개물(天工開物)>에서는 ‘호박가치황금오배(琥珀價値黃金五倍)’라고 하였다. ‘호박은 황금보다 다섯 배의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한(漢) 나라 때에는 호박으로 만든 반지와 목걸이는 황궁에 바치는 공물이었다. 오대(五代 : 서기 907년 –960년) 때에는 황제가 사는 궁궐의 기둥은 백옥(白玉)으로 세우고 주춧돌 위에 해와 달을 상징하는 호박덩어리를 달았다.
중국의 삼국시대에 오나라 임금 손권은 특별히 호박을 사랑하였다. 그는 호박을 손에 들고 있으면 만사가 형통할 것이라고 믿었다.
호박은 칼과 창에 다친 상처를 고치는 명약
당나라 사람 소악(蘇鄂)이 쓴 <두양잡편(杜陽雜編)>에 보면 당나라 제 13대 임금 덕종(德宗 : 서기 779-805년) 때 회흘(回紇 : 현재 몽고 인민 공화국)의 제 1차 침공 때 덕종은 자기가 아끼던 호박으로 장식된 칼집을 깨뜨려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은 장병들의 치료약으로 사용하게 하였다.
신하들이 말렸지만 덕종은 아랑곳하지 않고 ‘국가의 존망이 코 앞에 닥쳐 있는 전쟁터에서 아군의 병사들이 부상을 당한 것은 내가 부상을 입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찌 내가 갖고 있는 호박이 장병들의 생명보다 더 귀중하하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하였다.
또 남북조 시대 송(宋 : 서기 420 – 479년)나라 무제(武帝 : 서기 420 – 422년) 유유(劉裕) 역시 전쟁터에서 자기가 가장 사랑하고 아끼던 호박 베개를 깨트려 부상을 입은 장병들을 치료하는데 썼다. 호박은 금창약(金瘡藥)으로 아주 훌륭하다.
송나라 때에는 임금의 용포(龍袍)와 황관(皇冠)은 모두 호박으로 장식하였다. 심지어 칼집과 거울함, 술잔까지도 호박으로 장식하였다. 두보(杜甫)는 ‘춘주배농호박부(春酒杯濃琥珀溥)’라는 시를 읊었다. 이는 ‘설날에 마시는 신년 축하주의 술잔에서 진한 호박의 향이 널리 퍼지누나!’ 라는 뜻이다.
호박의 세 가지 약효
호박은 다음의 세 가지 약효가 있다.
첫째, 산어지혈(散瘀止血) 효과이다. 그러므로 당나라 덕종(德宗)과 송나라 무제(武帝)가 장병들의 금창상(金瘡傷)과 질타손상(跌打損傷)을 치료하는 약으로 썼다.
전설에 따르면 삼국시대 오나라 임금 손권(孫權)의 셋째 아들 손화(孫和)가 실수로 인하여 등부인(鄧夫人)의 얼굴에 칼로 큰 상처를 입혔다. 상처가 매우 큰 데다가 출혈이 매우 심했다.
어의를 급히 불렀다. 어의는 호박 가루와 주사(朱砂)와 백수달(白水獺 : 족제비과의 짐승)의 척수(脊髓)를 섞어서 만든 약을 등부인의 얼굴에 발라 주었다. 상처가 빨리 아물었고 흉터가 전혀 남지 않았으며 얼굴이 더 예뻐졌다. 이로 인하여 호박은 고대 여성들은 화장품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호박의 산어지혈 효과를 응용하여 고대 의가에서는 호박을 부녀자들의 폐경(閉經)과 산후어혈(産後瘀血)과 복통을 치료하는데 사용하였다.
<태평성혜방(太平聖惠方)>에 수록되어 있는 호박전환(琥珀煎丸)과 여과만금방(女科萬金方)에 기록되어 있는 호박환(琥珀丸)과 성제총록(聖濟總錄)에 기재되어 있는 호박탕(琥珀湯) 등은 모두 고대 부인과 질병을 치료하는데 좋은 약으로 알려져 있다.
손사막이 호박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기사회생 시킨 이야기가 있다. 당나라 때 명의 손사막이 멀리 행의(行醫)를 떠났다. 하남성(河南省) 서협현(西峽縣 : 낙양(洛陽) 남방 175km지점)에 당도했을 때 어느 부인이 급사하여 매장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손사막은 관에서 빨간 핏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고 손사막은 이 부인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사막은 죽은 부인의 식구들에게 빨리 약방에 가서 호박 가루를 구해 오라고 부탁하였다. 손사막은 관을 열고 호박 가루를 물에 타서 부인의 입속에 넣었다. 그리고 나서 홍화(紅花)를 불에 태워서 홍화의 연기를 부인의 콧속에 불어 넣었다. 얼마 뒤에 죽은 것으로 여겼던 부인이 살아났다.
손사막이 죽은 부인을 치료하는 광경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손사막신의(孫思邈神醫)’라고 환성을 올렸다. 손사막은 사람들에게 ‘차내신약호박지공야(此乃神藥琥珀之功也)’ 라고 말했다. 이는 ‘내가 신의가 아니라 호박이 신약(神藥)이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손사막이 호박으로 죽은 사람을 살리다
둘째, 호박은 진경안신(鎭驚安神) 작용이 있다. 그러므로 호박은 경풍전간(驚風癲癎)과 경계실면(驚悸失眠)을 치료해 준다. 활유심서(活幼心書)에 기록되어 있는 호박포룡환(琥珀抱龍丸)은 어린 아이들의 모든 경풍(驚風)을 치료해 준다.
또 <소아위생총미논방(小兒衛生總微論方)>에 수록되어 있는 호박산(琥珀散)은 경풍발축(驚風發搐)을 치료해 주며 경악전서(景岳全書)에 기재되어 있는 호박다매환(琥珀多寐丸)은 건망증과 신허불면증(神虛不眠症)을 치료해 준다.
또 <활인심통(活人心統)>에 기록되어 있는 호박안신환(琥珀安神丸)은 병후 허약체질인 환자의 불면증을 치료해 준다.
셋째, 호박은 이수통림(利水通淋) 작용이 있으므로 소변불통과 혈림(血淋)과 혈뇨(血尿)를 치료해 준다.
<의순잉의(醫醇剩義)>에 수록되어 있는 호박도적탕(琥珀導赤湯)과 <양씨가장방(楊氏家藏方)>에 기록되어 있는 망우산(忘憂散)은 심경축열(心經蓄熱)과 소변적삽임통(小便赤澁淋痛)을 치료해 준다.
호박은 전립선염에 특효약
나는 호박을 곱게 가루내어 전립선염이나 전립선 비대증 환자 5-6명한한테 써 보았는데 거의 백 퍼센트 효과가 좋았다. 호박을 곱게 가루내어 한 번에 5그램씩 하루 세 번 따뜻한 물과 함께 먹으면 된다. 심한 전립선염이나 전립선비대증이라고 할지라도 대개 2-3개월 복용하면 완전히 낫는다. 그런데 품질이 좋은 호박을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고 값이 매우 비싸서 약으로 쓰기 어렵다.
호박은 고대에 소나무의 송진이 오랜 세월 동안 땅속에 묻혀 탄화수소(C10H16O)가 응결되어 굳어진 것이다. 호박의 모양은 불규칙적 입상(粒狀)과 괴상(塊狀)과 종유상(鐘乳狀)과 산립상(散粒狀) 등이 있다. 때로는 호박 속에 식물이 들어 있는 것도 있고 개미나 거미 같은 곤충이 들어 있는 것도 있으며 도마뱀 같은 작은 척추동물이 화석이 되어 들어 있는 것도 있다.
혈홍색(血紅色)의 호박은 혈박(血珀)이라고 부르고 검정색 호박은 흑호박(黑琥珀) 혹은 매박(煤珀)이라고 칭하며 약으로 사용하는 것은 붉은 색깔의 호박이며 맑고 깨끗하고 반짝거리며 정연된 덩어리이며 잘 부서지는 것을 상품으로 친다.
송진이 땅 속에 묻혀 수천만년이 지나면 호박이 된다
옛날부터 호박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송진이 땅속으로 흘러 내려가 천년이 지나면 복신(茯神)이 되고 만 년이 지나면 호박이 된다고 하였다. 또 세요봉(細腰蜂)과 봉방(蜂房)이 호박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남북조 시대 명의 도홍경(陶弘景)은 호박의 형성과정을 명백하게 밝혀냈다. 그는 호박을 오랫동안 가루로 만들어서 써 보았다. 그는 호박 속에 벌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벌은 소나무 껍질을 타고 올라가면서 먹을 것을 찾다가 송진에 달라붙어 빠져 죽어서 굳어버린 것이 틀림 없었다.
도홍경은 어느 날 뒷산에서 솔밭을 거닐다가 큰 소나무 줄기에서 송진이 흘러 내리는 것을 보았다. 자세히 살펴 보니 개미 한 마리가 송진 속에 빠져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결국 개미는 송진에 달라붙어서 죽었다. 도홍경은 개미가 송진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송진이 땅속에 오래 묻혀서 호박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개미와 거미, 도마뱀 등 곤충이 들어있는 호박을 매우 귀중하게 여긴다. 나도 여러 해 전에 러시아를 여행하다가 작은 도마뱀이 들어 있는 호박을 하나 사서 갖고 있다.
호박은 신생대 제 3기 시대에 식물의 진이 땅속으로 흘러 들어가 수소, 산소, 탄소 등과 화합하여 화석화된 비결정질 유기 광물이다. 가열하면 섭씨 150도에서 부드럽게 되며 섭씨 200도에서 300도에서 녹는다.
5천만 년 전에 지구의 기후는 온난하고 수목들이 무성하였다. 소나무에서 나온 송진이 땅속으로 흘러 들어가 쌓였다. 기후 변동과 지각변동으로 대부분의 삼림지대의 수목들은 땅속에 묻혔고 지압(地壓)과 지열(地熱)을 받아 분해되어 생긴 탄소물질의 화석연료가 석탄이다.
자연에서 호박만을 단독으로 채광하는 것은 극히 드물고 대부분 석탄을 캐낼 때 부산품으로 호박이 채된다. 그러나 생산량이 극히 제한되어 있다. 호박은 값비싼 장식품임과 동시에 명귀(名貴)한 약재이다.
중국내에서는 운남성 창산(蒼山)과 등충(騰沖), 광서성 평남(平南)과 귀현(貴縣), 하남성 서협(西峽)과 남양(南陽)이 호박의 주산지이며 그 밖에 독일과 루마니아와 스페인과 미얀마(Myanma)와 발틱해(Baltic sea) 연안 지방이 호박의 주산지이다.
중국에서는 하남성 서협(낙양(洛陽) 남방 175km 지점)에서 생산되는 호박(琥珀)은 품질이 우수하고 약용 가치가 높으며 매장량은 3000kg이나 된다고 한다.
송진과 송향(松香)으로 가짜 인조 호박을 만들어 치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해에 호박으로 만들었다는 큼직한 향로 하나를 구했는데 자세하게 감정을 해 본 결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였다.
진짜 호박과 가짜 호박을 구별하는 방법
어떻게 호박의 진위(眞僞)를 감별할 수 있는가? 호박의 진위를 감별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연소법(燃燒法)이다. 진짜 호박은 쉽게 녹는다. 탈 때 검은 연기가 약간 뿜어 나온다. 그리고 불을 끄자마자 하얀 연기가 뿜어 나온다. 그리고 약간의 소나무 향이 난다. 가짜 호박을 태울 때는 진한 검정 연기가 뿜어 나오며 소나무 향이 매우 진하게 나온다.
둘째 수용법(水溶法)이다. 진짜 호박은 끓는 물에 넣어도 녹지 않으며 연해지지도 않는다. 가짜 호박은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셋째 도삭법(刀削法)이다. 진짜 호박은 얕은 황색이며 칼로 깎을 때 가루가 나온다. 그러나 가짜 호박은 칼로 깍을 때 덩어리가 나오며 가루가 나오지 않는다.
넷째 저작법(咀嚼法)이다. 진짜 호박은 입속에 넣고 씹을 때 사박사박 소리가 나며 모래 씹는 기분은 아니다. 그러나 가짜 호박은 입속에 넣고 씹을 때 소나무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그리고 오래 씹을수록 찐득찐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