雲水 天下/대구 자락 올래 둘레길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길 .4] '팔공파출소~백안능선~북지장사~갓바위 길’ 코스

초암 정만순 2018. 1. 21. 12:31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길 .4]

'팔공파출소~백안능선~북지장사~갓바위 길’ 코스



☞ 걷기 구간= 팔공파출소-2.6㎞-과거의 길-900m-동화사자비원-1.8㎞-백안능선-2.5㎞-

                     북지장 사-4.9㎞-갓바위-2.3㎞-진정마을-2㎞-팔공파출소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길 .4] '팔공파출소~백안능선~북지장사~갓바위 길’ 코스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길 .4] '팔공파출소~백안능선~북지장사~갓바위 길’ 코스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길 .4] '팔공파출소~백안능선~북지장사~갓바위 길’ 코스                                                                                

산은 고요했다.

초여름의 문턱. 산은 짙은 안개로 뒤덮였다. 구름 위에 구름. 솜사탕같은 구름의 봉무(鳳舞)는 왠지 어색하리 만큼 무거워 보였다. 바늘로 풍선을 터뜨리면 ‘펑’하고 터지듯, 산의 구름 풍선도 바늘로 찌르면 금방이라도 터져 비가 내릴 것만 같았다.

구름 사이로 산의 저 능선과 봉우리. 흐릿한 시야에도 뚜렷한 각선미를 뽐낸다. 멀리서 보면 미끄러질 듯 곧게 빠졌다. 산 아래 골짜기로 난 길은 끝이 없다. 콘크리트 포장도로와 흙길이 번갈아가며 이어졌다. 포장도로는 사람의 편리를 위해 났다. 하지만 산에서는 자연 상태인 흙길이 더좋다. 산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다. 산은 누구나 받아들인다. 아무런 불평이 없다. 그래서 산에서만은 누구나 평등하다. 마음마저 평온해진다. 맑은 공기, 푸르른 소나무, 갖가지 아름다운 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팔공산 자락 길을 걸어보자.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 길’의 네번째 코스는 지난 달 31일 이른 아침부터 시작됐다. 서태숙 팔공산연구소 사무국장과 걷기 특별취재팀의 팀장인 이지용 차장(사진부)이 동행했다. 조촐한 인원이라 그런지 출발부터 가벼웠다. 코스는 팔공파출소~과거의길~동화사자비원~백안능선~돌집마당~북지장사~갓바위~진정마을~당동마을(팔공파출소)까지 총 17㎞. 짧지 않은 구간이지만 7시간 동안 팔공산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팔공파출소~과거의길(2.6㎞)

오전 9시 팔공파출소를 출발했다.

혹시나 길을 잃을지 몰라 서태숙 국장이 산악용 GPS를 켰다. 자동차로 간다면 내비게이션과 같다. 그렇다고 맹신은 금물. 8년 넘게 팔공산을 오른 서국장도 가끔 GPS를 의심할 때가 있다고 한다. GPS가 안내하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산중과 맞은편에 있는 팔공문화원을 지나 곧바로 팔공로 201길로 우회전했다. 골목길이 계속 이어진다. 곧이어 용천로 6길이 나온다. 조금 더 가면 미역골길이 이어지는데 안쪽으로 미술관 공사가 한창이다.

미역골은 산과 산, 골짜기 사이에 난 길이라해서 이름 붙여졌단다. 1㎞ 이상 미역골을 통과하니 좌우로 붉은 깃발이 보였다. 지자체에서 도로를 넓히기 위해 표시해둔 것이다. 오른편으로는 산자락에서 흘러내려온 실개천이 보인다. 가끔 보이는 논 밭에서는 농민이 트랙터로 모심기에 한창이다.

벌써 4㎞ 넘게 걸었다. 아직은 가뿐하다. 평소 산행을 즐겨했다면 몸풀기 정도로 느껴질 것이다. 미역골을 지나면 조그만 마을과 마주한다. 옆으로는 요양원도 들어설 모양이다. 마을 진입 전 달성서씨 가문에서 지었던 낡은 가옥이 보인다. 이곳부터 과거의길이 이어진다. 길은 포장이 됐다.


◆과거의길~동화사자비원(900m)

과거의길은 600년 전 조선조 영남학파의 명맥을 잇던 곳이다.

과거 급제 시험을 보기 위해 당시 응시생들은 팔공산 과거의길을 주로 이용했다고 한다. 과거의길을 넘어 문경새재, 충주를 넘어 한양까지 장장 수백리길을 걸어 과거 시험을 봤다. 과거의길 곳곳은 지금은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당시의 분위기가 묻어난다.

10여그루의 홍적송(소나무)이 군락을 이룬 모습이 장관이다. 그 안에 묘소가 있다. 예로부터 이곳은 풍수지리적으로 길지라고 한다. 여기에 누운 고인의 후손들도 과거의길 홍적송 구간이 최적지임을 알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무덤은 말이 없다. 그저 과거의 흐름 속에 현재가 있을 뿐이다.

다시 발길을 돌려 과거의길을 걸어 좌우를 살펴보니 옥수수가 싹을 틔운다. 흰 감자꽃을 난생 처음 봤다. 과거의길은 1㎞ 남짓 이어졌다. 길 오른쪽으로 호박을 심은 비닐하우스 3개 동이 보인다. 다리 근육에 약간의 경련이 느껴졌다. 쉬어갈 타이밍이다.


◆동화사자비원~백안능선(1.8㎞)

과거의길의 끝자락에 동화사자비원이 보인다.

이곳은 중증 요양 판정을 받은 어르신들이 병을 치유하는 곳이다. 팔공산의 물과 공기가 너무 좋다보니 대부분의 입소자가 ‘멀쩡하게’ 완치돼 퇴소한다고 한다. 이곳에서 향긋하고 구수한 녹차 한잔을 마셨다. 배는 허기졌다. 하지만 머리는 맑았다. 안내해주던 스님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다시 걸었다. 자비원 옆으로 능선 코스가 시작됐다. 원래 능선은 지금의 과거의길이 포장 되기전에는 하나로 이어졌다고 한다.

자비원에서 10m 남짓 떨어진 곳에 바로 능선 코스가 눈으로 보인다. 능선길은 완만했다. 가파르지 않았다. 능선길을 밟았다. 너무나 향기로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후각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무슨 냄새일까. 자동차 매연과 미세먼지, 소음에 익숙했던 신체 기관이 요동친다. “아, 이게 아닌데…” 이내 진정된다. 오염원에 길들여진 몸속 세포가 바로 깨끗히 씻겨내린 느낌이다.

아카시아 잎이 한가득 떨어진 능선길은 푹신했다. GPS는 계속 능선 깊은 곳까지 취재팀을 안내했다. 그런데 실수로 그만 길을 잘못 들었다. 다시 언덕길을 10여분 정도 올랐다. 백안능선은 곳곳이 길이었다. 왼쪽으로 방짜유기박물관이 보인다. 신비한게 능선 정상에서 산 아래로 폭포가 있다는 것이다. 물 흐르는 소리쪽으로 다가가니 길이 나 있고 다시 폭포쪽으로 가보니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3m 높이의 자연 폭포가 힘찬 물소리를 내며 손님을 맞는 게 아닌가. 아무도 오지 않을 시각에 등목이나 세수를 하면 더위 쯤은 쉽게 털 수 있을 것 같았다. 능선길은 평소에도 사람이 잘 다니지 않았다. 그래서 길이 난 곳마다 정비는 잘 되어 있었지만 왠지 외롭다는 느낌이다.

능선을 내려오니 더 신비로운 게 있다. 지역의 한 예술인이 1998년 대구미술대전에 입선한 작품을 여기에다 갖다 놓은 것이다. 옛 대문과 지붕의 기와 형태인 조형물은 ‘과거의 기억속으로’라는 타이틀로 산에 온 손님들에게 사색과 철학의 기회를 준다. 능선길을 내려오면 왼편으로는 정토원이 보이고, 정면에는 동굴식당이 있다. 다시 오른쪽으로 발길을 돌려 팔공산 음식마을 안내판이 보이는 도로까지 걸었다.


◆돌집마당~북지장사(2.5㎞)

도학2동 버스정류장을 지나서 길을 건너니 ‘돌집마당’(백안능선)이 보인다.

이곳에서 북지장사까지 도로는 포장길이다. 북지장사로 들어가는 입구 왼쪽으로 방짜유기박물관이 보인다. 북지장사로 가는 길에는 소나무 군락지가 많아 장관을 이뤘다. 또 단풍나무도 인상적이다. 열매까지 맺은 모습이다. 약간은 가파른 언덕길이 이어진다. 오른편으로는 갓바위방향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발걸음은 북지장사 방향인 왼쪽으로 이어졌다. 30분쯤 천천히 걸었을까. 소나무에서 뿜어내는 맑은 피톤치드향이 몸안에 든 나쁜 기운을 다 빨아내듯 신선한 기운이 감돌았다. 가끔 차량이 오가면서 매연을 내뿜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단일 코스에 이렇게 많은 많은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곳이 또 있을까. 소나무 군락지에는 햇볕이 들어올 틈이 없었다. 그래서 군락지에서 느껴지는 체감 기온은 바깥보다 2~3℃가량 낮아 시원했다.

지금으로부터 1만여년 전 팔공산은 지각 충돌로 인해 지표면이 솟아오르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됐다. 당시 수많은 생태계가 대자연의 힘이 연출하는 갈아엎기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때부터 소나무는 이곳에서 자연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오쯤 북지장사에 도착했다. 산사의 고요함과 사찰의 엄숙함이 조화를 이뤄 신비감마저 감돌았다. 이런 느낌도 잠시, 어느새 빗방울이 떨어졌다. 서둘러 우의를 꺼내 입었다.


◆북지장사~갓바위(4.9㎞)

갓바위 방면으로 진입하자마자 내리막길이 보인다.

100m 길이의 포장길인데 그늘진 자리에 앉아 잠시 명상을 해도 좋다. 이 길에 자라는 소나무 몸통위로 넝쿨이 끝까지 올랐다. 자연의 끈질긴 생명력이란 참 대단했다. 길은 계속 이어진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500m를 가다 가건물에서 다시 왼쪽 방향으로 걷는다. 과수농원이 보이는데 계속 가다보면 도살장이 나온다.

다시 산길로 진입하면 그때부터 갓바위 길이다. 중간에 경사가 급한 산길이 있으니 유의하자. 맞은편으로는 포장된 도로가 보인다. 도로를 따라 맞은편 산속에는 월성이씨 일가의 봉분이 있는데 거기서부터 갓바위 가는 산길이 시작된다. 길은 평탄했다. 모두들 걷기보다 자동차를 이용해 갓바위로 가다보니 산길은 고즈넉하고 평온하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길은 태고적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찔레꽃 향기가 산 전체를 휘감듯 후각이 되살아났다. 숨이 찰때쯤 팔공산 유스호스텔이 보였다. 이곳 정문을 따라 오른쪽으로 산길을 내려오다 보면 갓바위 입구다.

갓바위에서 출발지인 팔공파출소로 가는 길은 훨씬 수월하다. 갓바위 입구에서 산길을 내려오다보면 포장도로가 나온다. 이곳을 따라오면 대구시 동구 능성동 예비군훈련장이 나온다. 앞에는 400년된 느티나무 한쌍이 웅장하게 서있다. 이후 왕복4차로 도로인 팔공로를 따라 오면 진인동 진정마을을 지나 갓바위 12길로 진입한다. 다시 길을 건너 오르막길을 오르면 동구 공산동이다. 드문드문 집이 있는데 다시 인산마을회관까지 내려와 인산로를 따라 걸으면 왼편으로 농로가 보인다. 이 길을 따라 오다보면 팔공로 230·217·211·205길이 연결된다. 걷다보면 어느새 출발지인 팔공파출소 앞이다. 모두 7시간 정도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