雲水 天下/대구 자락 올래 둘레길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길 .12] ‘평광동 입구∼평광지∼모영재∼첨백당∼평광동 종점’ 코스 (7.5㎞)

초암 정만순 2018. 1. 21. 10:10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길 .12]

‘평광동 입구∼평광지∼모영재∼첨백당∼평광동 종점’ 코스 (7.5㎞)





꽃사과 눈동자 박혀 좀처럼 걸음을 옮길 수 없을 것 같아…

대구시 동구 평광동 사과는‘사과의 도시’대구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알알이 열린 붉고 푸르스름한 사과가 눈맞춤을 하자 한다. 방울토마토 크기의 작은 사과가 포도송이처럼 달려있는 ‘꽃사과’도 눈동자에 들어와 박힌다. 듣고 보기가 생전 처음이라 오랫동안 눈길을 거둘 수가 없다. ‘꽃사과’, 그 이름도 얼마나 어여쁜지….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 길’의 열두번째 코스는 내내 사과와 인사를 나누는 길이다. 총 7.5㎞의 ‘대구올레 팔공산 4코스’로, 대구 사과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평광동을 한바퀴 돌아보는 구간이다. 4월 말에서 5월 초에는 만발한 사과꽃을, 10월에는 붉게 익어 탐스러운 사과를 두눈 가득 담을 수 있다.

대구시 동구 평광동에 있는 신숭겸 장군 유허비각.(위)
코스는 평광동 입구에서 시작해 평광지·모영재·재바우농원·첨백당으로 이어진다. 차와 사람이 함께 다니는 포장길이 계속되지만 마을을 드나드는 차가 거의 없어 한적하게 걸을 수 있다.

지난달 16일 오전 9시, 걷기 특별취재팀장인 이지용 영남일보 사진기자를 비롯해 오병현 팔공산녹색여가문화센터장, 진선아 팔공산녹색여가문화센터 간사와 함께 출발점인 효자(孝子) 강순항 나무 앞에 섰다.

◆ 효자 강순항 나무~평광지(2㎞)

평광동은 단양우씨 집성촌으로, 대구 사과의 명맥을 잇고 있는 마을이다. ‘시랑이 마을’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왕건의 일화와 관련 있다.

927년 동구 지묘동 일대에서 벌어졌던 공산전투에서 수세에 몰린 왕건은 불로동과 도동을 거쳐 평광동에까지 이르게 되는데, 마을 어귀에서 만난 나무꾼에게 주먹밥을 얻어 먹고 힘을 내서 도피를 계속한다. 그 사람이 왕건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나무꾼은 그를 찾아 이곳저곳을 누볐다. 그러나 왕건이 반야월 방향으로 도주한 뒤라 결국 찾지 못했다. 이 부근에서 왕을 잃어버렸다고 하여 마을 이름은 실왕리(失王里)라 불렸다. 그러다 세월이 흐르면서 시량이, 시랑이 등으로 불리게 됐다.

마을 입구에 ‘평광동’이라고 반듯하게 쓰여진 큼지막한 돌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평광동’ 표지석 바로 뒤에는 훤칠한 나무가 놓여 있다. 수령 200년 된 노거수 왕버들로, 어릴 때부터 효행이 지극했던 강순항을 기리며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나무다.

효자 강순항 나무 앞에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500m 가량 걸으면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버스정류장 바로 뒤에는 작은 나무 벤치가 멋스럽게 놓여있어 정겹다. 곱게 단장한 노부부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정히 벤치에 앉아 있다. “어디 좋은 데 가시나봅니다”라고 물었더니 빙그시 웃기만 한다.

노부부를 뒤로 하고 다리를 건너 평광지 쪽으로 향한다. ‘시랑천’이라 불리는 시내가 길동무가 돼 준다. 인가도 한채 두채 등장한다. 간간이 개짖는 소리가 들릴 뿐 마을은 조용하다. 평광지로 가는 길은 사과나무가 많은 과수원길이다. 길가에 심어진 사과나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도로와 사과나무 사이에는 가리막이 없다.

“사과를 몰래 따먹는 사람이 많아요. 농민들은 길가에 놓인 사과나무의 수확량이 다른 나무에 비해 확실히 적다고 토로해요. 농민들이 힘들여 농사 지은 사과를 제발 함부로 따가지 말아달라고 해주세요.” 진선아 간사가 몇번이고 되뇌인 말이다.

30분쯤 더 걸으면 ‘평광지’가 나온다. 동화 속에 나오는 저수지마냥 초록빛을 띠고 있다. 초록빛 저수지 안에는 하늘과 산이 들어가 있다. 하얀 구름이 뭉개뭉개 핀 파란 하늘과 함께 어우러져 멋진 풍경화를 연출한다. 카메라를 꺼내 ‘찰칵’ 셔터를 누르게 만드는 풍광이다.

◆ 평광지~모영재~신숭겸장군 영각유허비(2.3㎞)

평광지에서 모영재까지 이르는 길은 갈림길이 많다.

하지만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 길’ 리본과 ‘대구올레 팔공산 4코스’ 이정표가 눈에 쉽게 띄어 헤매지 않고 갈 수 있다. 또한 이 길에서는 유난히 하늘이 잘 보인다. 푸르른 하늘과 그 하늘을 도화지 삼아 움직이는 구름의 모습을 올려다보며 깊은 숨을 내쉰다. 지친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만 같다.

하늘에 위로를 받다가 생전 처음보는 사과를 접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꽃사과, 포도같은 사과다. 방울토마토 크기의 사과가 포도알처럼 모여 송이를 이루고 있다. 신기해서 발걸음을 떼면서도 다시 한번 눈길을 주게 된다.

2㎞쯤 더 걸으면 모영재가 나온다. 모영재는 1931년 고려 개국공신인 신숭겸 장군의 유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재실이다. 매년 음력 9월9일에 평산신씨 문중에서 합동으로 향사를 지내고 있다. 모영재의 왼편으로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신숭겸장군 유허비에 닿는다.

첨백당 앞에 있는 소나무. 1945년 광복절에 심었다고 해서 ‘광복소나무’라고도 한다.
◆ 신숭겸장군영각유허비~평광지~첨백당(2.7㎞)

신숭겸장군 유허비에서 평광지까지는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가 평광지 앞 갈림길에서 왼쪽 길로 들어선다.

개 사육장이 있는지 개짖는 소리가 쩌렁쩌렁하다. 길가에 하얗게 붉게 핀 고마리·여뀌를 감상하며 1㎞를 걸어가면 첨백당에 이르게 된다. 이번 코스의 기념사진 포인트가 되는 장소다.

첨백당은 단양우씨 우효중의 효행과 조선 말기에 기울어져 가는 국운을 안타까워하며 벼슬을 버리고 향리(鄕里)에 숨어살던 선비 우명식의 절의를 기리기 위해 1896년 후손들이 세운 재실이다. 첨백당 바깥마당 한 가운데에는 소나무 한그루가 당당한 위용을 드러내며 서 있다. 1945년 우하정씨가 우채정씨 등 사촌과 함께 광복절에 심었다고 해서 ‘광복소나무’라고 불린다. 자존심 강할 것 같은 광복소나무 앞에 벤치가 두개 놓여 있다. 그냥 벤치 같지만 앉으면 흔들거리는 흔들 벤치다. 벤치에 앉아 소나무를 바라보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바깥마당에서 국화(國花)인 무궁화도 볼 수 있다.

◆ 첨백당~재바우농원~평광동 버스 종점(500m)

첨백당에서 100m를 올라가면 재바우농원이 나온다.

이곳에는 우리나라의 최고령 홍옥 사과나무(수령 81년)가 살고 있다. 1935년 우채정씨의 선친이 심은 5년생 홍옥·국광 등 100여 그루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홍옥 나무로, 우리나라 사과 재배사(史)에서 귀중한 가치가 있다. 2009년 5월 보호수로 지정됐다.

올레족들을 위해 가장 늦게 수확한다는 이 나무를 관리하는 우채정씨는 “올해는 열매가 많이 안 열렸어. 탄자병 걸리고 날씨도 안 좋고 해서…. 내년에는 수확량이 좀더 많아질 것 같아”라고 말했다.

사과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한컷 찍고 다시 첨백당을 거쳐 300m가량 더 걸으면 오늘 걷기 코스의 종착지인 평광동 버스 종점이 나타난다. 시계는 정오를 살짝 넘어서고 있었다.


대구시 동구 평광동에 있는 첨백당. 단양우씨 우효중의 효행과 우명식의 충성심을 기리기 위해 세운 건물이다.
#“사과 따러 올레 가볼까”- 내달6일 걷기·따기 체험행사


내달 6일 ‘팔공산 자락 걷기 좋은 길

열 두번째 코스’이자 대구올레 팔공산 4코스인‘평광동 왕건길’를 걷고 사과따기 체험도 하는‘사과 따러 올레 갈래?’ 행사가 열린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가 주관하는 이날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된다.

올레길 걷기·사과따기 체험 외에도 첨백당에서 열리는 문화공연과 ‘대구사과 배 노래자랑'‘나의 사과를 받아주오’‘올레퀴즈’등의 이벤트가 함께 곁들여진다.


사과 따기 체험비는 부사 5㎏당 7천원이며, 가족당 최대 10㎏까지 딸 수 있다.

참가를 희망하는 사람은 대구녹색소비자연대 홈페이지(www.dgcn.org)의 공지글에 댓글로 신청하면 된다. (053)985-8030

대구시 동구 평광동 우채정씨 집 앞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홍옥사과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