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의 對話/임산부

초암 정만순 2017. 5. 30. 05:45



                                                                                 - 김춘수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