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장영란의 자연달력 제철밥상
2월 밥상
이른 봄 뜯어 먹는 겨울나물
가을에 싹이 나, 겨우내 밭에서 겨울을 나는 풀은 모두 먹을 수 있다. 이 풀들은 겨울을 이기고 싱싱하게 살아남은 생명력 만점의 나물들이다. 겨울이라도 눈이 없고 날이 푹 할 때는 뜯어 먹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2월 입춘이 들어 땅이 녹기 시작하면 먹기가 더욱 좋다.
하지만 이 풀을 먹을거리로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먹어본 적 없는 풀싹을 봄나물로 먹기까지 얽힌 사연이 제법 많다. 그때 자주 해 먹은 요리가 바로 '봄을 부르는 샤부샤부'이다. 그냥 먹기가 뭣해서 살짝 익혀서 맛을 보는 요리다. 봄나물을 한바구니 해다 놓고,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끓이다가 먹고 싶은 나물을 살짝 넣어 숨만 죽여 먹는 것이다. 맛난 양념장만 준비하면 된다. 시설재배가 늘면서 이제는 사람들이 거들떠도 안 보지만, 알고 보면 보약인 겨울나물을 소개한다.
• 광대나물
찬 기운이 일어서는 가을부터 봄까지 늘 푸르고 싱싱하다. 웬만한 겨울 추위에는 끄떡없고, 가끔 한겨울 눈밭에서 보랏빛 꽃을 피우는 놈도 있다. 뿌리는 바늘처럼 작고 가늘지만 땅을 기어가며 잎을 펼쳐 겨울 햇살을 받고 자란다. 연한 건 날로 먹어도 좋고 조금 억센 건 데쳐서 송송 썬 다음 무쳐먹어도 좋다.
• 점나도나물
광대나물과 마찬가지로 가을에 싹이 돋아 겨울을 나는 나물이다. 가지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자라고, 줄기에는 검자주 빛이 돈다. 잎은 솜털처럼 보송보송하고 날로 먹으면 아삭하고 물기가 많다. 우리 집 겨울철 샐러드의 주재료다.
• 냉이(나싱개)
냉이는 봄가을 싹이 난다. 가을에 싹이 난 냉이는 가을에는 뿌리가 실같이 가늘지만, 날이 차지면서 뿌리는 땅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고 이파리는 땅바닥에 바싹 엎드려 겨울을 나는 대표 로제트이다.
냉이는 겨울을 나는 동안 뿌리가 굵어진다. 2월 우수, 땅이 녹기 시작할 무렵의 냉이는 일 년 가운데 가장 향긋하다. 잎은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하느라 검붉게 바뀌어 볼품이 없지만, 뿌리는 굵고 튼실한 겨울냉이다. 이걸 호미로 뿌리째 캐 전체를 먹는다.
이 겨울냉이를 캐먹고 나면 봄에 새로 싹이 트는 봄냉이가 보인다. 봄냉이는 이파리가 싱싱하지만 뿌리는 겨울냉이만 못하다. 연한 냉이는 날로 먹고, 깍두기 버무릴 때 함께 버무리기도 한다. 좀 억세지면 데쳐서 나물로 무치거나 날콩가루를 넣고 된장냉잇국을 끓이면 구수하면서도 향긋하기 이를 데 없다.
• 씀바귀(쓴나물)
냉이처럼 뿌리로 겨울을 나는데 줄기와 잎에서 하얀 즙이 나온다. 뿌리째 캐서 전체를 살짝 데쳐 회로 먹는다. 그 쓴 맛이란! 보약이 따로 없다.
• 고수덩이(구시디)
아이 손등 만하게 오목오목 자라는 풀로 아주 복스럽다. 도감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지만 우리 마을에서는 고수덩이라 부른다. 양지바른 곳에 돋아난다. 날로 먹거나, 익혀서 먹는다.
• 벌금자리(벼룩이자리)
잎이 갸름하며 접시처럼 동그랗게 퍼져 자란다. 습기 찬 땅에서 잘 자라며, 날로 먹는 나물이다. 쌈을 싸서 먹거나 생채로 무쳐서 먹는다. 오드득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 저먼 캐모마일(German Chamomile)
남서부 유럽에서 들어온 국화과 허브로 가을에 싹이 터 푸른 이파리로 겨울을 난다. 허브전체에서 사과향이 나는 까닭에 '땅의 사과'라 불리기도 한다. 이파리가 부드럽고 향기도 좋아 그냥 먹을 수 있다. 쑥갓처럼 뜯어 먹으면 그 자리에서 가지를 쳐 자란다.
생으로 먹어도 좋고 요리에 넣어도 좋다. 웬만한 겨울 추위에는 끄떡없으므로 눈에 덮이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뜯어먹을 수 있다. 이렇게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이 되면 꽃대가 올라와 하얀 꽃을 피운다. 이 꽃을 말렸다가 우려 마시면 허브차가 된다
'飮食 漫步 > 잡초 밥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농사꾼 장영란의 자연달력 제철밥상(입춘 밥상) (0) | 2017.05.04 |
---|---|
농사꾼 장영란의 자연달력 제철밥상(2월 요리) (0) | 2017.05.04 |
농사꾼 장영란의 자연달력 제철밥상(3월 밥상) (0) | 2017.05.04 |
수영 (0) | 2017.05.04 |
고마리 (0) | 2017.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