飮食 漫步/잡초 밥상

농사꾼 장영란의 자연달력 제철밥상(3월 밥상)

초암 정만순 2017. 5. 4. 19:02



농사꾼 장영란의 자연달력 제철밥상


3월 밥상

들에서 봄나물
자라면서 나물을 해 본 적이 없다.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지금은 나물하는 게 좋다. 모를 땐 보면서도 그냥 지나쳤겠지만, 한 번 알게 되니 여기서도 저기서도 아는 얼굴들이 보인다. 그 재미에 하나하나 배워나가고 있다. 봄에 제일 많이 하는 나물은 쑥이다. 논일 밭일하다 냉이랑 달래를 캐고, 머윗잎 따고. 미나리가 먹고 싶으면 미나리가 자생하는 물가를 찾아가고, 돌나물이 먹고 싶으면 돌나물이 사는 곳을 찾아가노라면, 그곳이 마치 나만 아는 듯 비밀의 정원 같다

수영

수영

꽃대 올라오는 가을냉이 곁의 봄냉이

꽃대 올라오는 가을냉이 곁의 봄냉이

머위

머위

쑥

모든 음식물은 되도록 그대로 먹는 게 좋다. 시골서 자란 아들은 새파란 잎을 보면 그 자리에서 한 잎 뜯어먹곤 한다. 그러곤 '음, 토끼 주면 좋겠다'는 둥 '맛이 좋다'는 둥 한마디 한다. 이런 모습이 어찌나 든든한지. 초등학교 2학년 때 시골로 옮겨온 딸은 토끼 먹일 풀을 하며 나물하고 친해졌다. 푸른 푸성귀를 뜯어다 토끼를 주고 오물오물 맛나게 먹는 모습에 저도 군침을 삼키면서…….

입맛을 바꿔보자. 봄에는 온 들판에 먹을 게 가득하다. 그래서 이따금 마음 한 귀퉁이에서 '농사보다 채취해서 먹고 살아볼까' 하는 낭만 어린 소리가 들리는지도. 이 봄엔 철없는 재료에 온갖 양념을 뒤섞은 도시 요리보다 이름 모를 들나물에 입맛 다시는 야성을 가져 보자. 참고로 우리가 '봄나물'이라 하는 풀은 찬 기운에 자라는 나물이다. 그래서 가을에 서리가 올 때 싹이 터 겨울을 나고 이른 봄에 다시 싱싱하게 물이 오르기도 하고, 이른 봄에 새로 돋아나기도 한다. 가을에 돋아난 나물은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먹을 수 있다.

그러다 늦봄이 되면 꽃대가 올라오며 쇠어 버린다. 그러면 뭘 먹나? 걱정할 게 없다. 꽃대가 올라오는 나물 곁에 봄에 싹이 튼 연한 나물이 자라고 있으니 그걸 해다 먹으면 된다. 다만 풀약(제초제)을 친 땅에서 나오는 나물은 먹지 않는 게 좋다. 2월에 이어 3월에도 광대나물, 점나도나물, 냉이(나싱개), 씀바귀(쓴나물), 고수덩이(구시디), 벌금자리가 한창이다. 3월에 새로 돋아나는 들나물 가운데, 알면 좋을 나물을 여기 소개한다.

수영

수영

• 수영(시금초, 산시금치)
산 밑이나 밭둑에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줄기와 잎을 먹으면 시다. 초봄에는 빨간 잎이 올라오며 날이 따뜻해지면서 푸르러진다. 신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잘 먹는다. 어린잎은 생잎으로 쌈 싸 먹거나 샐러드에 넣는다. 풋풋한 봄맛이다.

보리싹

보리싹

• 보리(밀)싹
보리싹이 한 뼘 자랐을 때까지 먹는다. 생즙을 내 먹어도 좋고, 봄 막장 풀고 된장국을 끓이면 시원하다.

개망초

개망초

• 개망초(계란꽃)
여름에 동전보다 작은 하얀색 달걀꽃을 피우는 게 개망초다. 망초 싹을 호미로 캐면 흙이 한 무더기 딸려 나오는 수염뿌리를 가지고 있다. 어린싹을 나물로 먹는데 하도 널려있어 풍년초라고도 한다. 칼로 밑동을 도려내 끓는 물에 데쳐서 무쳐 먹는다.

• 달래
늘줄기로 번식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봄가을 먹을 수 있다. 봄이 되면 이파리를 올려 모습을 드러냈다가 5월에 꽃대를 올리고 여름 장마에 지상부는 사라진다. 가을에 찬바람이 불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겨울이 오면 다시 지상부가 사그라진다. 달래는 생명력이 좋아 산그늘에서도 절로 자라는데 산달래는 땅속에 숨겨진 비늘줄기가 작지만 구슬처럼 윤이 나고 또록또록하다. 그 달래가 거름진 밭에 오면 밭달래가 되어 굵어진다.

달래는 비늘줄기에서 새끼를 쳐 번식하기도 하고, 꽃에서 작은 2차 비늘줄기(주아)를 맺어 그게 땅에 떨어져 날 수도 있다. 산에 달래 자생지를 훑어보면 달래가 군락을 이루어 자라는 걸 볼 수 있다. 달래를 캘 때는 삽으로 푹 뜬 뒤, 굵은 비늘줄기를 거두어 먹고, 잔 비늘줄기는 다시 심어 놓으면 다음에 먹을 수 있다. 달래는 뿌리인 수염뿌리에서부터 비늘줄기, 이파리 끝까지 모두를 먹을 수 있다. 날로 먹어도 향긋하고, 전을 부치거나 국이나 찌개에 넣어 먹어도 향긋하다. 봄에 맡는 달래 향내는 겨우내 가라앉았던 사람의 비위를 깨우는 약이 된다.

3월 밥상 본문 이미지 1
원추리

원추리

• 원추리(넘나물)
산기슭에 모여 자라는 덩이줄기로 번식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한 뼘 정도 자랄 때까지 먹는다. 밑동 흰 부분을 칼로 도려내면 잎도 흐트러지지 않고 맛도 좋다. 원추리 밭을 하나 가지고 싶어 뿌리를 캐다 옮겨 심었더니 어찌나 놀랍게 퍼져나가는지! 무서운 마음에 캐내려고 했으나 포기하고 말았을 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금산사가 불탄 자리에서 가장 먼저 돋아나서 신문에 실린 적도 있다. 살짝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거나 된장국을 끓여 먹는다.

머위

머위

• 머위
논둑이나 물가에서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으며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이른 봄 어린잎과 꽃이 함께 나온다. 3월 어린잎은 날로 먹으면 향긋하다. 꽃을 살짝 데쳐서 썰어 된장에 박아두었다가 먹으면 향긋하다. 물에서 자라는 채소는 대부분 성질이 차다. 데쳐서 물기를 빼고 먹거나 고춧가루, 마늘 양념을 넣어 무치면 찬 기운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 4월부터 잎에 쓴 맛이 돌기 시작해 살짝 데쳐서 나물로 해 먹는다. 5월 말부터는 잎자루를 꺾어 살짝 데쳐 껍질을 벗긴 뒤, 나물로 먹기도 하고, 묵나물을 만들기도 하고, 들깨즙에 자작자작 끓여 먹기도 한다. 머위는 그만의 독특한 향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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