雲水 天下 692

[조용헌의 영지 순례] 오대산 상원사

오대산 상원사 명산에는 명인! 전국 도사들의 살롱이 된 곳 ▲ 한암선사가 목숨 바쳐 지킨 오대산의 상원사는 앞에 안산이 포진해 있다 명산에는 명인이 있어야 한다. 산은 있는데 사람이 없으면 흰구름과 새소리뿐이다. 고단자는 흰구름과 새소리만 듣고 있어도 자족하면서 살 수 있지만, 중간치기는 사람이 있어야 그 명산의 기운이 전해지고 산과 대화를 할 수 있다. 자연의 진리를 인간들에게 전달해주기 위해서는 인물이 중간에 있어야 한다. 신라시대에 자장율사, 보천과 효명 왕자가 오대산에 있었다면 근래에는 한암선사와 탄허대사가 있었다. 한암(漢岩·1876~1951)이 누구인가? 선사(禪師)의 대명사가 아니던가. 한암은 한국 불교계에 선사의 모델 인격을 보여준 인물이다. 그렇다면 어떤 인격이 모델 인격이란 말인가? 깔..

[조용헌의 영지 순례] 지리산 빗점골 연암난야

지리산 빗점골 연암난야 빗점골 나무집에서 25년 째 수행중인 스님 ▲ 서산대사가 놀던 지리산 의신사 인근 빗점골의 토굴 같은 집에 도현스님(오른쪽)이 25년째 수행하고 있다 난야(蘭若)는 조그만 토굴을 의미한다. 격식을 갖춘 사찰이 아니고 독신 수행자가 비와 추위를 가릴 수 있도록 최소한의 시설만 갖춘 조용한 수행터를 가리킨다. 연암난야는 의신(義信)마을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있다. 난야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이 근방의 역사적·불교사적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역사와 맥락을 알아야만 숨어 있던 의미가 비로소 드러난다. 경남 하동의 화개장터에서 지리산 계곡을 따라 대략 12㎞쯤 올라가면 의신마을이 나타난다. 지리산의 한복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의신마을에서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벽소령이 나타나고 벽소령을..

[조용헌의 영지 순례] 지리산 원통암

지리산 원통암 당취 총대장 서산대사 키운 지리산 요새의 수수께끼 ▲ 지리산 의신사에 속한 31개의 암자 중 하나인 원통암은 ‘청학포란’의 명당이다. 서산대사가 조선조 승려들의 비밀결사 조직이었던 당취(黨聚)들의 총대장이었다고 한다면 수수께끼가 풀린다. 그 수수께끼는 임진왜란이다. 왜 승려들이 전쟁에 적극 참여하게 되었는가 하는 문제이다. 임진왜란의 주요 전투에서는 승군들이 큰 역할을 하였다. 사명대사가 대표적이고, 금산전투에서 중봉 조헌과 함께 실질적인 전투에 앞장섰던 부대도 계룡산 갑사의 영규대사가 이끌었던 승군이다. 복부에 일본군의 조총을 맞고 창자가 배 밖으로 튀어나온 영규대사가 금산전투 이후 아랫배를 손으로 움켜쥐고 계룡산 갑사까지 걸어왔다는 이야기가 계룡산에 구전으로 전해진다. 행주대첩에서도 총..

[조용헌의 영지 순례] 호남의 불교성지 ‘백양사 운문암’

백양사 운문암 ▲ 백양사 뒤로 백학이 앉아 있는 모습을 닮은 백학봉이 버티고 있다. 머리를 깎고 불교의 승려가 되면 뭐가 좋을까? 전국 명산의 기운 좋고 경치 좋은 곳에서 한철 또는 몇 년씩 살아 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도를 깨치면 좋지만 못 깨치더라도 한세상 태어나 명산의 명당에서 살고 간다는 것은 남는 장사 아닌가. 산마다 암자마다 다 기운이 다르다. 풍광이 다른 것은 당연하지만 그 터에서 올라오는 땅 기운이 다르다는 것이 포인트이다. 비유하자면 비타민 같은 터가 있고, 단백질이 올라오는 터가 있고, 어떤 터는 칼슘에 해당한다. 칼슘이 부족할 때가 있다. 이런 때는 칼슘이 많은 터에 가서 몇 년 살다 보면 보충이 된다. 타이밍마다 부족한 기운이 다를 수 있다. 공부의 정도에 따라 요청되는 ..

[조용헌의 영지 순례] 남덕유산 영각사

남덕유산 영각사 합격기도발의 명소… 문필봉 포진한 남덕유산 영각사 ▲ 남덕유산 영각사 화엄전 바로 뒤에 붓끝에 먹물을 찍은 듯한 문필봉이 버티고 있다. 남덕유산 자락에 있는 영각사(靈覺寺). 영각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리학, 그중에서도 풍수지리까지를 포함한 인문지리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 영각사는 경남 함양군 서상면이 행정구역이다. 덕유산이 남쪽으로 내려와 뭉친 봉우리가 남덕유산이고 함양은 이 남덕유산이 배산(背山)을 이루고 있다. 말하자면 함양의 뒷산이 남덕유산이고 앞산이 지리산이다. 지리산의 북쪽인 마천 쪽의 봉우리들은 함양에서 보자면 남쪽에 포진하고 있는 안산(案山)이자 조산(朝山)이다. 안산은 무엇이고, 조산은 무엇인가? 안산은 바로 코앞에 밥상처럼 놓여 있는 산을 가리키고, 조산은 안산보다 더..

조용헌의 영지 순례 - 고치령 산령각

조용헌의 영지 순례 - 고치령 산령각 ▲ 강원도 영월과 경북 영주 사이에 있는 고치령 정상에 홀로 서 있는 산령각. 고고학은 땅속에서 유물을 발굴한다. 땅속의 유물을 통해서 고대인의 생활양식을 발견해 내고 추론해 낸다. 고고학 전문가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3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이 사는 것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한다. 구석기시대나 지금이나 인간의 생로병사는 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 1만년 전에도 늙고 병들어 죽고 억울하게도 죽고 생존의 압박에 쪼들려 살았다. 그때라고 편하게 산 것이 아니다. 이 압박과 고통은 지금도 변한 게 하나도 없다. 변한 것이라고는 포장지와 디자인뿐이다. 수천 년 전 조상들의 삶이 우리와 비슷하다고 확인하는 순간 거기에서 어떤 안도감이라고나 할까, 그 어떤 항심(恒心)이 발..

코로나에 숨어있기 좋은 靈地 5

코로나에 숨어있기 좋은 靈地 5 生의 에너지를 다시 얻는다… 코로나에 숨어있기 좋은 은둔지 5곳 감염병을 겪다 보니까 어디 좀 조용한 데 가서 은거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옛날 사람들은 이럴 때 십승지(十勝地)를 찾아 다녔다. 정감록이 인기 있었던 배경에는 십승지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십승지는 외부 사람이 잘 드나들지 않는 산속 오지이면서도 최소 한도의 논밭이 있어서 자급자족이 가능했던 공간이다. 그러나 현대인이 도시의 아파트를 팔고 이런 오지로 이사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은거나 숙박은 못 하지만 잠깐이라도 들러서 풍광을 감상하고 맑은 공기를 흡입하고 땅에서 올라오는 좋은 기운을 받는 여유는 가질 필요가 있다. 나는 평소에 하는 일이 잘 안 풀리고 에너지가 고갈되어 간다고 느..

조용헌의 영지 순례 - 경주 주사암

경주 주사암 에너지 설설 끓는 경주 주사암에 가보니 ▲ 주사암의 대웅전 뒤로 투구 모양 바위가 둘러싸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주사암(朱砂庵)에 대한 전설이 기록되어 있다. “신라시대에 한 도인이 이곳에서 신중삼매(神衆三昧)를 얻고 스스로 말하기를 ‘적어도 궁녀가 아니면 내 마음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귀신의 무리들이 이 말을 듣고 궁녀를 훔쳐 새벽에 갔다가 저녁에 돌려보내곤 하였다. 궁녀가 두려워하여 임금에게 보고하였다. 임금은 궁녀가 가서 자는 곳에 붉은 암석에서 나온 물감인 주사(朱砂)로 표시하게 하고 군사를 풀어 그곳을 찾게 하였다. 오랜 수색 끝에 이곳에 도착하여 보니 붉은 주사의 흔적이 바위 문에 찍혀 있고 늙은 도인이 바위에 한가로이 앉아 있었다. 임금이 그의 요사스러운 행..

[조용헌의 영지 순례] 계룡산 등운암

계룡산 등운암 도사들의 ‘영발 충전소’ 계룡산 등운암에 쇠파이프가? ▲ 한민족의 정신적 성지인 연천봉 암각에 조선의 운명을 예언한 글자가 새겨져 있다. 신기(神氣)! 이것이 문제로다. 21세기는 네오 샤머니즘의 세상이다. 신기가 있어야 성공한다. 그동안 내가 만나본 여러 분야의 장문인급들은 거의 대부분 신기가 있는 사람들이다. 살다 보면 이거냐, 저거냐 하는 갈림길에서 헤맬 때가 많다. 이때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가 있는 사람들이다. 온건하게 표현하면 직감이 발달한 사람들이라고 할까. 특히나 기업의 CEO들은 신기가 요구된다. 거래하러 온 상대자를 어느 정도 믿어야 할 것인가, 이거 혹시 ‘사’ 자 아닌가, 이 사람이 과연 비전이 있는 사람인가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 판단이 스펙만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