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상[脈像] <28맥>
한의학의 진단은 사진(四診)으로 이루어진다. 보기, 듣기, 묻기, 만지기[望聞問切]의 4가지이다.
이중 가장 하이라이트는 절진(切診)이다.
우리 시대의 한의사들은 환자의 맥(脈)만으로 그 환자의 병(病)을 알아맞추어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맥상(脈象)을 구별하는가?
맥(脈)에는 우선 평맥(平脈)과 병맥(病脈)이 있다.
말 그대로 평맥(平脈)은 평상시의 건강한 맥(脈)이고, 병맥(病脈)은 병이 들었을 때 나타나는 맥(脈)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병맥(病脈)과 평맥(平脈)은 무엇이 다른가?
[난경.십오란(難經.十五難)]에는 계절에 따른 평맥(平脈)과 병맥(病脈)을 구별하는 법이 자세히 나와 있는데, 일부만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주석(注釋)은 능요성(凌耀星) 주편(主編), "난경교주(難經校主"]에서 인용하였다]
그 비유를 잘 살펴보기 바란다.
"가을의 맥(脈)은 모(毛)한데 이에 상반되면 병이 된다. …… 불상불하(不上不下) 한 것이 마치 닭털을 쓰다듬는 것과 같은 것[1]은 병맥(病脈)이다. 누를 때 털이 바람에 날리듯 흩어지는 것과 같으면[2] 사맥(死脈)이다. (秋脈毛, 反者爲病, 何謂反? …… 不上不下, 如循鷄羽[1]曰病 ; 按之消索如風吹毛[2]曰死. 秋脈微毛爲平, 毛多胃氣少曰病, 但毛無胃氣曰死, 秋以胃氣爲本.)"
[1] 不上不下, 如循鷄羽 : 맥상(脈象)이 살짝 누르면 드러나지 않고, 세게 누르면 명확하지 않은 것이 마치 닭털의 중앙이 조금 단단하고 양방(兩旁)이 부드러운 것을 형용한 것이다. (形容脈象輕按不顯, 重按不明, 如鷄羽之中央稍堅, 兩旁虛弱)
[2] 按之消索, 如風吹毛 : 여기에서는 맥상(脈象)이 회오리 바람처럼 갑자기 떠서 흩어지는 것과 같은 모습을 형용하였다. (在此形容脈象有飄忽浮散之象)
"겨울의 맥(脈)은 석(石)한데 이에 상반되면 병이 된다. 어떤 것을 상반됐다 합니까? …… 새의 부리와 같은 것은 평맥(平脈)이다. 맥상(脈象)이 연속하여 쪼면서 그 사이가 약간 굽어 있는 듯하면 새의 부리와 같은 것은 평맥(平脈)이다. 맥상(脈象)이 연속하여 쪼면서 그 사이가 약간 굽어 있는 듯하면 병맥(病脈)이다. 맥(脈)이 오는 것이 풀려버린 밧줄과 같고 가는 것이 단단한 돌과 같으면 사맥(死脈)이다. (冬脈石, 反者爲病, 何謂反? …… 濡滑如雀之喙曰平, 連屬, 其中微曲曰病 ; 來如解索, 去如彈石曰死.)"
"봄의 맥(脈)은 현(弦)한데 이에 상반되면 병이 된다. 어떤 것을 상반됐다 합니까? …… 버드나무 잎이 살랑이는 것과 같은 것은 평맥(平脈)이고 익실(益實)하면서 활(滑)한 것이 대나무 막대를 만지는 것과 같으면 병맥(病脈)이다. (春脈弦, 反者爲病. 何謂反? …… 如循楡葉曰平 益實而滑, 如循長竿曰病 ; 急而勁益强, 如新張弓弦曰死.)"
"여름의 맥(脈)은 구(鉤)한데 이에 상반되면 병이 된다. 어떤 것을 상반됐다 합니까? 익삭(益數)하며 닭이 발을 떼는 것과 같은 것은 병맥(病脈)이다.(夏脈鉤, 反者爲病, 何謂反? …… 如鷄擧足者曰病)"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난경(難經)}의 저자(실제로 누구인지는 정확히 밝혀있지 않음)는 의학자이면서 대단한 문학 소년이었음이 틀림없다. 이 찬란한 비유들을 보라. 도저히 알 수 없는 비유들이다. '按之消索, 如風吹毛'를 주석에서 '회오리 바람처럼 갑자기 떠서 흩어지는 것과 같은 모습'이라고 설명.
어쨌든 병맥(病脈)과 평맥(平脈)은 구별된다.
병맥(病脈)을 나누는 기준에는 여러가지 학설이 있다. 진(晋)나라 왕숙화(王叔和)는 {맥경(脈經)}에서 24맥으로, 원(元)나라 활수(滑壽)는 {진가추요(診家樞要)}에는 30맥으로, 명(明)나라 이시진(李時珍)은 {빈호맥학(瀕湖脈學)}에서 27맥으로, 명(明)나라 이사재(李士材)는 [진가정안(診家正眼)]에서 28맥으로 나누었다.
현재는 28맥으로 통용되고 있는데, 28맥에는 '浮脈, 沈脈, 遲脈, 數脈, 滑脈, 澁脈, 虛脈, 實脈, 長脈, 短脈, 洪脈, 微脈, 緊脈, 緩脈, 脈, 弦脈, 革脈, 牢脈, 濡脈, 弱脈, 散脈, 細脈, 伏脈, 動脈, 促脈, 結脈, 代脈, 疾脈'이 있다.
#.28맥의 맥상[脈像].
*.부맥(浮脈)
맥이 피부 표면에서 뛰어 가볍게 짚어도 곧 손끝에서 응한다.
부맥은 양맥에 속하므로 대체로 풍사에 외감된 표증에 나타난다. 만약 부하며 무력하면 허증에 속한다.
*.침맥(沈脈)
근골간에서 뛰기 때문에 깊이 짚어야 현저하게 알린다.
침맥은 음맥에 속하므로 대체로 사기가 속에 잠복한 이증에서 많이 본다. 그러나 기체(氣滯)나 혹은 허증에도 침맥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지맥(遲脈)
맥이 느려 한 번 숨쉴 동안 세번 뛴다.
지맥은 음맥에 속하므로 대체로 내상 음한증에 많이 본다. 부맥과 지맥을 겸한 것은 외부에 양이 허한 것이고 침맥과 지맥을 겸한 것은 내부에 양기가 쇠한 것이다.
*.삭맥(數脈)
맥이 빨리 뛰는 것인데 한 번 숨쉴 동안에 여섯 번 뛴다.
삭맥은 양맥에 속하므로 대체로 부열증(浮熱證)에 나타난다. 가령 부삭하며 힘이 적으면 음허증상이 많이 나타나고 첨삭하여 힘이 있으면 내부에 화열이 성한 증이다.
*.활맥(滑脈)
맥박이 원활하게 잘 내왕하는 것이다.
활맥에는 여러가지 경우가 있다. 피가 왕성하면 맥이 활하게 박동하는데 이것은 건강한 맥이고 임신이 되면 그 맥이 활리하데 역시 건강한 맥이다. 담증이나 숙식이 있어도 그 맥이 활하고 사기가 심할 때도 그 맥이 활한데 이것은 모두 병이 있는 맥이다. 병이 있을 때 활맥이 보이면 일반적으로 순하다. 건강한 사람의 활맥인가 환자의 활맥인가 하는 것은 증상에 근거하여 결정할 수 있다.
*.삽맥(澁脈)
맥이 난잡하게 뛰는 것이다. 즉 맥의 내왕이 건체하는 것 같이 힘들게 뛰는 것이다.삽맥은 피가 줄어들고 정이 상한 증에 나타난다. 기체나 한습증에도 역시 삽맥이 나타난다.
*.허맥(虛脈)
맥이 부하며 지하고 연하여 눌러보면 없어진다.
허맥은 주로 혈어증에 나타난다. 혹은 상서병(傷暑病)에도 나타난다.
*.실맥(實脈)
맥이 충실 유력하며 장대하고 견실하다.
실맥은 사기가 왕성한 중에 나타난다. 화증에 사기가 실하거나 혹은 사가 실하여 울결된 데도 볼 수 있다.
*.장맥(長脈)
맥이 길고 긴한 것인데 곧게 오르고 곧게 내려 제자리를 초과한다.
장맥은 여유가 있는 맥이므로 기가 거슬러 오르고 화가 성한 증에 나타난다. 장하면서 부드러우면 건강한 맥이다.
*.단맥(短脈)
맥이 짧게 뛰고 오고 가는 것이 난잡하여 머리와 꼬리는 없는 것같고 중간만 돌기하여 뛰는데 부위에도 차지 못한다.
단맥은 불급되는 맥이므로 부족되는 병에서 본다. 원기가 허쇠해도 역시 단맥이 나타난다.
*.홍맥(洪脈)
맥상이 범위가 넓고 커서 손가락 밑에 충만되어 박동하는데 오는 현상은 성대하고 가는 현상은 약간 회약하여 돌아 들어가는 현상이 있으므로 구맥이라고도 한다.
홍맥은 사기가 왕성하고 화가 항진한 증에서 본다. 그러나 흥하면서도 무력하면 신수가 고갈되어 심화가 발동하는 증에 본다.
*.미맥(微脈)
맥이 극히 가늘고 연하여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며 끊어질 것 같으면서도 끊어지지 않고 오고 가는 것이 모호한 맥상이다.
미맥은 양기가 부족한 것으로 기혈이 몹시 쇠한 증에 나타나는 데 급히 손쓰지 않으면 구원할 수 없다.
*.긴맥(緊脈)
맥이 오는 것이 긴장 유력하다.
긴맥은 한사에 기인된 병에서 보는데 혹은 동통이 심한 증상에도 본다.
*.완맥(緩脈)
맥이 완만하고 고르게 뛰며 오고 가는 수가 일정하며 변화하지 않는다.
완맥은 위기(胃氣)가 있어 일반적으로 건강한 맥이다. 그러나 습사에 기인된 병도 완맥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규맥( 脈)
파같이 속이 빈 맥인데 가볍게 짚거나 힘있게 짚어도 맥은 다있으나 중등도로 짚어보면 공허하다.
규맥은 실혈(失血)병에 본다. 예를 들면 토혈, 육혈, 붕루, 변혈 등이다.
*.현맥(弦脈)
맥상이 활줄이나 거문고 줄과 같이 손끝에 직선으로 나타난다.
현맥은 일련의 간장질환에 많이 나타나고 기타 허로, 적취, 담음 등에도 나타난다.
*.혁맥(革脈)
맥이 크고 팽팽하며 극히 유력하다. 가볍게 짚어보면 복가죽을 만지는 것처럼 팽팽하고 굳으나 속은 공허하다.
표, 한이 극심한 증에 나타난다. 남자는 정혈(精血)을 상실하였을 때 여자는 반산이나 붕루, 대하가 심할 때에 나타난다.
*.뇌맥(牢脈)
맥상이 견실하여 가볍게 짚거나 중등도를 짚어 보아서는 나타나지 않고 힘있게 짚어야만 나타난다.주로 적취증에 나타난다.
*.유맥(濡脈)
맥이 극히 세하고 연하며 부맥으로 나타나므로 가볍게 짚으면 나타나고 힘있게 짚으면 나타나지 않는다.
주로 음허증에 나타난다. 신이 허하고 정이 상한 제서 볼 수 있다.
*.약맥(弱脈)
세소하고 침한 맥이므로 힘있게 짚으면 나타나고 가볍게 짚으면 없는 것 같다.
약맥은 주로 양이 쇠한 증에 나타나나 만약 오래된 병이면 약맥이 있어도 위험하지 않다.
*.산맥(散脈)
부맥으로 산한하여 중등도로 짚으면 점점 공허하다가 힘있게 짚으면 없어진다.
산맥은 신기가 쇠채한 증에 나타난다. 병에 산맥이 보이면 반드시 위험하다.
*.세맥(細脈)
실과 같이 가늘고 현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미맥에 비하면 좀 명확하다.
세맥은 주로 기가 쇠한 증에 나타난다. 습증에도 역시 나타나는데 만약 일반 허증에 세맥이 보이면 병이 심하다.
*.복맥(伏脈)
깊이 잠복되어 힘줄을 밀고 뼈 있는 데까지 깊이 눌러야 비로소 나타난다.
복맥은 병사가 깊이 잠복하여 속에 있는 증에 나타나는데 만약 음사의 외습으로 인하여 양기가 내복하였을 때 복맥이 나타나는 것은 땀을 낸 뒤에 곧 나타난다.
*.동맥(動脈)
동맥은 관부에 나타나는데 그 모양이 콩알을 굴리는 것 같이 왕래가 활삭하다.
동맥은 통증에 나타나고 놀라서 병이 된 데에도 나타난다.
*.촉맥(促脈)
맥이 촉급하게 뛰다가 때때로 한번씩 멎는다.
화증에 나타난다. 기분이 울체하여도 나타난다.
*.결맥(結脈)
맥이 서서히 뛰다가 때로 한번씩 멎는다.
속에 적체가 있을 때, 심계, 정충 등의 병이 있을 때 나타난다.
*.대맥(代脈)
몇 번씩 일정한 수로 뛰다가 한번씩 멎는데 즉시 계속하지 못하고 얼마 동안 있다가 다시 뛴다.장기가 쇠패하면 대맥이 나타난다.
모든 질병에 대맥이 나타나면 병세는 위독하다.
*.질맥(疾脈)
맥이 몹시 빠르며 한 번 숨쉴 동안에 일곱 내지 여덟 번 뛰며 맥상이 비상하게 조급하다.질병에 질맥이 나타나면 양기는 극성하고 음기는 고갈되려고 할 시기이므로 생명이 위독하다.
'과연 28맥을 다 느낄 수 있을까?' 임상에서는 부침지삭(浮沈遲數)만 구별해도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診斷學 > 맥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맥 원리 (0) | 2017.03.16 |
---|---|
삼일체질 구별법과 음양 맥진법 (0) | 2017.03.15 |
맥진의 4단계 (0) | 2016.09.07 |
황제내경 맥진법 / 침법 (0) | 2016.08.27 |
이상 맥상과 질병 (0) | 2016.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