賢者 殿閣/조용헌 살롱

張子房의 어려움

초암 정만순 2014. 3. 10. 10:13

張子房의 어려움

 

 

'춘광엄권회천고(春光掩卷懷千古) 난작인간장자방(難作人間張子房)'. '봄볕 아래서 책을 덮고 천년 역사를 회고해 보니, 인간으로 태어나서 장자방 노릇 한다는 것이 정말 어렵구나'.

한때 '장자방' 소리를 들었던 모 인사의 최근 행보를 보면서 이 구절이 생각났다. 과거 사례를 보면 천시(天時)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천시는 시대정신이기도 하다. 중국 근대의 허운선사(虛雲禪師·1840~1959)는 120세를 살다간 대(大)도인인데, 제자들에게 모택동 정권이 들어서기 전부터 '새롭게 시대가 바뀌고 있다. 나는 다가오는 새로운(모택동) 정권과 맞지 않는다'는 예언을 했다고 전해진다. 미시적인 차원의 천시가 바로 타이밍이다. 지금 내가 나갈 때인가 물러날 때인가를 아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다. 이걸 '시중(時中)'이라고 하는데, 컨설팅 회사가 가장 어렵게 여기는 부분이 바로 이 '시중'이다.

그다음에는 사람을 보는 안목인 지인지감(知人之鑑)이다. 이를 선천적으로 타고난 경우가 '생이지지(生而知之)'이다. 하늘의 은혜를 받거나 불보살의 가피(加被), 또는 접신(接神)이 된 사람이라야만 가능하다. 배신을 할 사람인지, 끝까지 갈 사람인지, 지금은 별것 없지만 조금만 도와주면 나중에 크게 능력을 발휘할 사람인지, 권력을 잡으면 그 권력을 같이 나누어 먹을 사람인지, 독식할 사람인지 등등을 미리 내다보는 능력이다.

필자가 만나본 사람 가운데 '지인지감' 능력이 뛰어났던 인물을 꼽는다면 몇 년 전에 죽은 통일교의 문선명 총재였다. 타고난 능력이 없으면 관상의 대가를 따라다니면서 배워야 한다. 대원군의 장자방을 해 주었던 백운학(白雲鶴), 이승만 박사에게 동작동 국립묘지 터를 잡아준 지창룡도 관상의 고수였다. 현대판 화타로 알려진 장병두옹도 1945년 해방 전후 무렵에는 서울에서 관상가로 이름을 떨쳤는데, 이후로 YS와 인연이 되어 YS가 20대 나이로 국회의원이 될 때 장병두의 도움이 있었다.

장자방은 수(數)가 틀리면 과감하게 보따리를 싸서 초야에 묻혀야 한다. 공성신퇴(功成身退). 물러나야 할 때인데도 불구하고 안 물러나면 보기에 참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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