賢者 殿閣/조용헌 살롱

獨茶, 飽茶, 酒茶, 悅茶

초암 정만순 2014. 3. 3. 10:12

獨茶, 飽茶, 酒茶, 悅茶

 

'독차(獨茶)'는 홀로 마시는 차다. 글을 쓰는 작가는 출퇴근이 없으니 오전에는 집에서 주로 독서를 하는 습관이 있다. 오전에 하는 독서는 역사, 경전(經典)이다. 경전은 군더더기가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부스러기가 없다. 경전을 많이 봐야 이야기에 알맹이가 담긴다. 현실세계에서 판단을 내리는 데에는 역사가 참고 자료다. 옛날 어른들은 '유일독사(柔日讀史)' '강일독경(剛日讀經)'이라 했다. 마음이 해이해진 날에는 역사책을 보고, 마음이 긴장되고 쫓기는 심정이 될 때는 경전을 보라는 말이다. 독서를 하다가 중간에 혼자서 차를 마신다.

'독차'를 할 때는 반발효차인 대홍포(大紅袍)를 마신다. 중국 무이산(武夷山)의 암기(巖氣)를 머금고 내뿜는 대홍포의 향은 유구한 역사의 풍파를 녹여 놓은 향기다. 나는 대홍포의 향이 왠지 익숙하다.

'포차(飽茶)'도 있다. 포차는 음식을 과식해서 포만감을 느낄 때 먹는 차다. 과식을 하고 나면 포만감으로 부대낀다. '왜 내가 이렇게 미련한 짓을 했는가?' 발등을 찍는다. 이때 먹는 차는 포차인데, 주로 녹색의 국내산 말차(抹茶)를 먹는다. 말차는 색깔이 좋다. 녹색 아닌가! 사람에게 가장 편안한 느낌을 주는 색깔이 녹색과 연두색이다. 말차를 마실 때는 흑유(黑釉)를 바른 천목(天目) 다완을 쓴다. 검은색이 들어간 천목다완과 녹색의 말차는 화려한 대비를 이룬다. 말차를 먹을 때는 녹색의 정점을 먹는 기분이 든다.

'주차(酒茶)'도 있다. 술을 먹고 난 후에 술을 깨기 위해 먹는 차가 주차다. 국산 녹차를 차호(茶壺)에 뜨거운 물을 붓고 우려서 먹는다. 알코올의 천적은 '차'다. 이것이 주차(酒茶)다.

'열차(悅茶)'도 있다. 기쁠 열(悅)자다. 기쁘게 마시는 차다. 친구들이 멀리서 찾아와 서로 기분 좋게 담소하며 마시는 차가 열차다. 공자님이 '유붕이 자원방래 불역낙호'라고 했듯이, 멀리서 친구가 빈손으로 오는 것보다는 평소 본인들이 즐겨 마시던 보이차를 갖고 와 친구에게 헌납하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미세 먼지에도 차는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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