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사암침법 강좌
김관우 원장
필자약력 : ▲동신대 한의대(1992년 입학) ▲전북 군산 청정한의원장 ▲저서 : 사암침법수상록(초락당 간)
한의학 관련 분야의 전문 필자를 초빙해 수준있는 다양한 임상·학술 지상 강좌를 꾸준히 마련하고 있는 민족의학신문은 이번에는 김관우 원장의 실전 사암침법 강좌를 마련합니다.
한의학적 생리·병리관과 경락·경혈론의 보편적 틀에서 사암침법을 조망하고 오수혈에 대한 보편적인 운용 지침을 마련함으로써 이를 통해 구체적 병증 치료 지침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임상능력 제고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 연재를 시작하며 ■
대한민국 한의사로서 침구학의 본연에 대해 고민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정도의 차는 있을지라도 사암침법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보지 않은 분들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암침법을 수용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고 이를 해석하는 방식 역시 매우 다양합니다. 게다가 임상적으로는 사암침법을 신비적인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관점부터 특정 병증이나 상황에 활투식으로 운용하는데 유용할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기능적 관점이 존재합니다. 또한 사상인론이나 체질론에 입각하여 사암침법 체계를 수용한 새로운 진화적 관점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한의학이 중국이나 일본의 의학과 차별점을 내세울 수 있는 콘텐츠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사암침법을 우리 민족만의 고유한 침법으로서 그 탁월함과 우월성을 강조하는 견해가 있는 한편, 사암침법이 오행론을 도식적으로 운용한 침법으로서 처음부터 논란의 소지가 많은 『難經』의 체계에 입각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회의적인 견해를 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단 이러한 다양한 논의들은 그 내용에 대한 평가를 떠나 한의계 전반에서 사암침법에 대해 지니고 있는 관심이 지대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관심의 정도에 비해 사암침법에 대한 연구나 심도 있는 논의는 그리 풍부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일단 이러한 이유의 근간에는 사암침법이 기반으로 삼는 텍스트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는 점과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사암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불명확성이 깔려있습니다.
사암침법이 확립되었다고 추정되는 시기가 꽤나 오래 전이었음에도 정식화된 텍스트가 아닌 필사본들이 개인적으로나 가전을 통해 제한된 영역에서 유통되었을 뿐이고 그것이 광범위하게 공개된 시기도 연대적으로 보자면 상당히 최근의 일이다 보니 관심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그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한의계에서 대외적으로 한국 고유의 침법으로 사암침법을 내세우는 상황과 많은 한의사들이 적극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사암침법을 널리 사용하는 풍토에서 학문적 연구의 성과가 그리 풍부하지 않았다는 건 최소한 침구계에서는 반성할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암침법의 운용 방식에 대한 구체적 논의에 앞서 사암침법이 사암침법으로서 독자성을 내세울 수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오행의 상생상극론에 입각하여 정격과 승격을 구성하는 방식은 사암치법에서 최초로 시도된 방식이 아닙니다.
정격과 승격의 모태는 기본적으로 『難經·69難』에서 제시된 “虛則補其母, 實則瀉其子, 當先補之, 然後瀉之”라고 한 원칙에 입각한 것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방식이 구체적 침법으로 구성된 것은 원래 明代의 高武에 의한 것입니다. 高武는 『針灸聚英』에서 이 방식을 자경의 혈들만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구성하였는데 그 후 張世賢에 의해 『校丁圖註難經』에서 타경의 보사에까지 확대됩니다.
그러나 이들의 운용 방식은 상생 관계에만 머물렀을 뿐이었는데 ‘抑其官’이라는 상극 관계까지 본격적으로 도입하여 자경과 타경 모두를 보사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사암침법에 이르러서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암침법의 독창성은 인정이 되나 그 논지가 이전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고 사실 여부를 확인, 고증할 수는 없지만 사암이 『針灸聚英』이나 『校丁圖註難經』의 견해에 착안을 하여 현행의 사암침법을 구성했을 수도 있겠지요.
따라서 사암침법의 독창성은 정격과 승격을 구성하는 도식적 오행론의 체계가 아니라 이를 임상에서 구체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에서 발휘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치법으로 정형화된 정격과 승격을 운용할 수 있는 기본적이고 구체적인 병증 모델을 확립하고 이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기존의 방식을 변형하거나 새로운 조합을 구성하여 다양한 임상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사암침법의 실질적 가치와 침구학적 독창성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사암이라는 미상의 인물이 남긴 텍스트에 면밀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텍스트에서 사암은 주로 병증 각론의 서두에 기존 의서의 일부를 인용하는 방식을 통해 자신의 의학적 견해를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을 뿐 구체적인 견해나 임상 지침은 자세하게 수록하지 않았고 그 표현조차도 압축적이어서 사암침법에 대한 접근에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고증과 분석을 통해 사암의 사고에 최대한 접근하고 그가 무슨 말을 전하고자 하였는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하지만 복구적인 방식만으로 사암침법에 접근해 들어간다면 사암침법은 더 이상의 진화를 이루지 못하며 극히 기능적인 활투 침법으로 박제화될 우려가 있습니다(개인적으로는 현재의 사암침법이 이 상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사암침법의 독창성, 특수성, 고유성을 내세우는 관점들은 오히려 사암침법 운용의 폭을 국소화시키거나 지나친 신비화의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사암침법도 결국 오수혈을 잘 활용하기 위한 방법적 수단으로서 가치를 지닙니다. 침구학의 가치는 특정 침법을 통해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한의학적 정체관에 입각하여 이를 임상적으로 얼마나 잘 구현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특수 침법으로서 사암침법의 가치를 부각시키는 것보다는 한의학적 생리·병리관과 경락·경혈론의 보편적 틀에서 사암침법을 조망하여 원위 취혈처로서의 오수혈에 대한 보편적인 운용 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한의학적 정체관에 입각한 구체적 병증 치료 지침을 확립하고자 하는 것이 본 지면 강좌의 목표임을 말씀드립니다.
사암침법은 병위에 입각한 합리적인 치법 체계
■ 三陰三陽과 인체분획체계 ■
12경락에는 太陽, 少陽, 陽明, 太陰, 少陰, 厥陰이라는 三陰三陽의 명칭이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현행의 12경락 체계가 갖추어지기 이전부터 초기 경맥의 명칭은 三陰三陽에 입각하여 이름 지어졌다는 점에서 그 연원은 꽤나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청대 말의 의가인 周學海는 『讀醫隨筆』에서 “사람 몸에서 三陰三陽의 이름은 부위를 나누어 이름을 정한 것이지 기혈의 다른 성질에 입각하여 뜻을 취한 것이 아니다”고 하여 경맥에 연계된 三陰三陽은 원래 인체의 구역을 분획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라고 주장합니다.
아시다시피 기본적으로 사지는 내외(medial과 lateral)로, 체간부는 표리로 음양의 영역이 분획됩니다. 그런데 陰의 영역은 少陰, 厥陰, 太陰으로, 陽의 영역은 少陽, 陽明, 太陽으로 다시 분획됩니다.
즉 인체를 표리내외에 입각하여 음과 양의 영역으로 대별한 다음 이를 다시 3범주로 분획하고 이에 명칭을 부여한 기호 체계가 三陰三陽이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三陰三陽으로 분획된 특정 영역을 지나가는 경맥에 三陰三陽에 입각한 명칭이 부여됩니다.
그래서 周學海는 “(三陰三陽의) 부위가 이미 정해지고서 경락의 血氣가 太陽의 영역을 지나가는 것을 太陽經이라 이름하고, 少陽·陽明의 영역을 지나는 것을 少陽·陽明經이라 이름하고, 三陰의 영역을 지나는 것을 太陰·少陰·厥陰經이라 이름하였다”고 하여 경맥에 부여된 三陰三陽의 명칭이 원래 기혈의 다소나 성상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아니라 인체의 분획 구분을 위한 기호 체계임을 밝힙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三陰三陽에 의한 인체의 분획 체계에 대해 이해를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단서는 『素問·陰陽離合論』에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聖人南面而立, 前曰廣明, 後曰太衝,
太衝之地, 名曰少陰,
少陰之上, 名曰太陽, 太陽根起於至陰, 結於命門, 名曰陰中之陽.
中身而上, 名曰廣明,
廣明之下, 名曰太陰,
太陰之前, 名曰陽明, 陽明根起於厲兌, 名曰陰中之陽.
厥陰之表, 名曰少陽, 少陽根起於竅陰, 名曰陰中之少陽.
外者爲陽, 內者爲陰, 然則中爲陰, 其衝在下, 名曰太陰, 太陰根起於隱白, 名曰陰中之陰.
太陰之後, 名曰少陰, 少陰根起於涌泉, 名曰陰中之少陰.
少陰之前, 名曰厥陰, 厥陰根起於大敦, 陰之絶陽, 名曰陰之絶陰.
이에 의하자면 몸통(body trunk)은 체표 부위가 양, 체강 내부가 음이라는 전제에서 앞면은 廣明, 뒷면은 太衝으로 규정됩니다.
그리고서 太衝의 안쪽, 즉 척주와 접한 체강의 후면이 少陰으로, 그 바깥 표면이 太陽으로 규정됩니다.
한편 廣明을 상반신으로 좁히고서 그 안쪽, 즉 흉강과 상복강의 전면을 太陰으로, 그 바깥 표면이 陽明으로 규정됩니다.
따라서 체강 내의 후면이 少陰, 전면이 太陰이 되고 체표에서는 등의 표면이 太陽, 배의 표면이 陽明으로 규정되고 이들의 중간인 측면의 내외에 厥陰과 少陽이 배치되는 구조가 이루어지는 것이죠.
그리고서 이들 각각의 영역을 유주, 관통하는 경맥에 三陰三陽의 명칭이 부여되는 것입니다.
이는 입체적인 인체를 매우 간결하면서도 합리적으로 분획시킨 배치로서, 이를 통해 체표에 경혈들을 이은 선으로 잘못 이해된 경맥의 이미지를 다시 바로잡게 해줍니다.
기본적으로 경맥은 “伏行分肉之間, 深而不見”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맥동처를 제외하고는 체표에 드러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足少陰經의 예를 들자면 이 경맥은 경혈도나 銅人에서처럼 任脈 양쪽 5푼처의 복피를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체강 후면 척추 주위 영역을 관통하며 그 주위에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한의학에서는 해부학적, 구조적 유사성과는 다른 차원에서 인체를 三陰三陽으로 층위적 배치를 하고 이에 경맥을 연계함을 통해 동일 층위에 기능적 동질성을 부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분획 구분을 위한 기호적 개념이었던 三陰三陽에 육기가 결부되어 太陰-濕土, 少陰-君火, 厥陰-風木, 太陽-寒水, 陽明-燥金, 少陽-相火의 배합이 구성된 결과 육기는 해당 三陰三陽의 본질적 속성에 해당하는 本氣로서의 의미를 부여받습니다.
그리고 三陰三陽은 육기라는 本氣에서 파생된 標氣로 상정되면서 本氣의 현상적 측면으로서 이해되기도 하였고 각 경맥의 氣血多少를 설명하기 위한 체계로 확대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三陰三陽과 六氣의 대응은 처음부터 필연적 속성에 의해 연계된 것은 아니었기에 周學海는 “(三陰三陽은) 단지 영역, 방위, 표리로써 이름을 정한 것이지, 風寒燥火暑濕의 육기에 입각하여 뜻을 취한 것은 아니다”고 하지요.
결국 周學海의 표현대로 “氣는 風寒暑濕燥火의 六氣요, 處는 인체 12경맥의 부위”이므로 병리적 상황에서 三陰三陽은 處, 즉 병위로 환원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진단이라는 과정을 통해 병위를 파악하고 특정 병위에 선택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경맥과 경혈을 운용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침구학의 원초적이고 본연적인 측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암침법은 이러한 측면에서 병위에 입각한 매우 합리적인 치법 체계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경락과 장부의 체계 ■
경락과 장부와의 밀접한 관련성은 한의학적 인체관의 대전제이지만 역사적으로 보자면 경락과 장부가 처음부터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체계로 인식된 게 아니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즉 경락은 경락 자체로 논의가 전개되었고 장부는 장부 자체로 논의가 전개되어 가다 일정 시기에 이르러 이들이 이론적, 실질적으로 융합되어 유기적인 관계가 설정되었고 그러한 결과 12경맥이 “안으로는 腑臟에 속하고 밖으로는 肢節에 絡한다”(『靈樞·海論』)는 식의 표현이 나타난 것이죠.
그런데 경락과 장부가 아무리 서로 밀접한 유기적 관계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일단 경락은 경락이고 장부는 장부입니다. 즉 경락은 경락의 논리가 있고 장부는 장부의 논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장부의 기운이 운행하는 통로이자 발현되는 출로로서 경락의 기능이 설명되는 경향이 강하지만 사실 경락은 장부보다 포괄적이고 상위 개념입니다.
이는 장부의 생리가 經氣의 흐름이라는 氣機운행의 측면에서 이해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이시다 히데미가 그의 저서 『氣 흐르는 신체』에서 언급한 바를 빌어 표현하자면 ‘흐르는 신체’로서 설정된 경락에 해부학적 대상으로서 ‘머무는 신체’인 장부가 기능론적으로 스며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경락론과 장부론이 통합이 된 이후에도 경락은 12개의 체계를, 장부는 5행론에 기반한 체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다른 이유는 차치하고라도 경락이 10개가 아닌 12개라는 사실을 통해 경락의 체계가 기본적으로 오행이 아닌 三陰三陽론에 입각하여 성립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원이 다른 경락과 장부를 이론상으로 연결시켜주는 고리도 기본적으로 三陰三陽론이었습니다.
현행의 장부론에서는 臟은 陰에, 腑는 陽에 배속되고 이들이 표리 관계를 이루어 기능적 보완을 이룬다는 측면에서 그 생리체계가 논의되고 있지만 지난 회에 『素問·陰陽離合論』을 통해 살펴보았듯이 먼저 三陰三陽론에 입각하여 인체가 표리내외로 분획되었으며 이 분획에 경맥의 배치가 이루어지고서 이와 해부적, 기능적으로 연계되는 장부들과의 연계가 확립된 것입니다.
장부론상 각각의 장부는 肝-膽, 心-小腸, 脾-胃, 肺-大腸, 腎-膀胱, (心包-三焦)의 연결로 표리관계를 이루지만 이 때 해부적인 실제 위치나 기능적으로 肝-膽, 脾-胃, 腎-膀胱의 배합은 타당하나 心-小腸과 肺-大腸의 배합은 쉽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방식의 설명이 있지만 三陰三陽의 표리관계에 입각한 手少陰經-手太陽經과 手太陰經-手陽明經의 배합이 먼저 이루어지고 이들 경맥이 장부와 연결되면서 자연히 心-小腸과 肺-大腸이 배합되는 결론이 도출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따라서 경락과 장부의 유기성과 경락이 장부의 생리적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은 명백하나 경락이 기능적으로 장부에 복속된 것으로 설명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장부의 허실이 해당 경맥의 허실과 일치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大腸虛의 상황에 大腸正格을 운용한다 하여 大腸正格의 모든 적응증이 반드시 大腸의 허함을 전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경맥과 장부의 유기적 관계에 의해 手陽明經의 허함이 大腸虛를 초래할 수 있고 大腸虛로 인해 手陽明經이 허해질 수는 있으나 手陽明經의 허함이 반드시 大腸虛를 전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大腸正格이 요통에 다용되는 것은 널리 알려졌습니다만 과연 그 적응증이 실제 장부론상 大腸虛를 전제한다고 할 수는 없지요.
마찬가지로 견비통 환자에게 大腸勝格을 운용하여 효험을 보았을 때 이를 手陽明經의 실증이었다고 규정할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이를 大腸實의 상황이었다고 규정할 수도 없는 것이죠.
그러나 특정 장부의 허실을 다스리기 위한 침구학적 수단이 결국 해당 경맥을 조절하는 것이다 보니 장부의 허실과 경맥의 허실이 동일시되었던 것입니다.
즉 大腸正格은 手陽明經이 허한 상황이나 大腸虛의 상황에 모두 유용하게 운용될 수 있지만 이들을 동일 상황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는 장부의 허실을 표리 관계로 확장시켜 肺가 허하면 大腸이 실하고 肺가 실하면 大腸이 허하다는 도식적 전제에 입각하여 침법을 운용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장부의 허실과 경맥의 허실을 기계적으로 동일시한 오류에 해당합니다.
표리 관계에 해당하는 경맥들이야 원칙적으로 길항, 대대 관계로 배치되기 때문에 手太陰과 手陽明의 허실이 서로 반대급부로 작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표리 관계의 장부는 원래 기능상 상호 보완적이라서 확률적으로 肺虛가 반대급부적인 大腸實보다는 大腸虛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手陽明經이 실하면 手陽明經을 직접 사하는 방법 이외에도 手太陰經을 보하는 방법을 통해 이를 다스릴 수 있지만 肺虛의 상황에 기계적으로 大腸實을 전제하고서 大腸을 사하는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오류에 해당한다는 것이죠.
■ 장부와 경락의 허실(1) ■
사암침법이 장부 또는 경락의 허실에 입각하여 이를 조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격과 승격을 운용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암침법(또는 침구학)이 모델로 삼는 장부나 경락의 허실 개념은 어떠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많습니다.
腎正格을 운용한다면 그 대상이 되는 것이 腎虛인지 足少陰經의 虛함인지, 그리고 腎虛와 足少陰經의 虛함이 임상적으로 일치하는 개념인지 각각 독립된 개념인지, 그리고 만약 이들이 각각 구분되는 개념이라면 무엇을 근거로 구분하며 진단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일단 한의학의 허실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素問·通評虛實論』에서 제시한 “邪氣盛則實, 精氣奪則虛”라는 명제의 의미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에 의하면 개략적으로 虛는 精氣(正氣)가 허탈되거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精氣(正氣)란 인체의 생리적 기능과 항상성을 정상적으로 유지시키는 기운이라는 광범위한 의미로서 선·후천적 의미를 모두 포괄하므로 精血의 기능이 이에 포함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外邪에 대한 방어적 기능을 발휘하는 衛氣의 기능과 연관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병증으로서 허증은 精氣(正氣)의 부족이나 기능 부전에서 발현되는 병증을 의미합니다.
實은 邪氣가 충실하거나 과잉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원래 邪氣란 병증을 유발하는 구체적인 인자로서 외감의 주요 요인인 風寒暑濕燥火의 六淫을 지칭하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었지만 외감만을 전제로 한 개념이 아니며 내상에 의해서도 유발될 수 있습니다.
즉 邪氣란 광범위하게 말하자면 ‘不正之氣’로서 인체의 정상적 생리 활동을 비정상적으로 전환시키는 삿된 기운을 통칭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邪氣란 개념적으로 고정된 의미가 아니며 거시적이든 미시적이든 실체적 개념을 전제하지도 않습니다. 정상적 생리상태의 氣血水가 변조되어 병리적 상황을 유발시키는 것을 邪氣로 이해하는 것이 실증의 개념을 이해하는데 적절합니다.
그러므로 실증이란 不正之氣인 邪氣에 의해 내외적으로 精氣(正氣)의 정상적 운행이 저해되거나 왜곡된 상태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또 한편 실체적으로 존재하는 유형의 積이 존재하는 상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邪氣所湊, 其氣必虛”, “邪之所在, 皆爲不足”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의학에서는 邪氣의 유래가 내적이든 외적이든 간에 결국 精氣의 허약을 틈타 병을 일으키게 된다고 보았기 때문에 邪氣의 존재가 반드시 실증을 전제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한의학적 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일방적으로 邪氣를 내모는 것이 아니라 精氣(正氣)를 회복하여 체내 항상성 조절 기능[神]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데 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합니다.
이로 보아 원초적으로 虛와 實은 精氣(正氣)와 邪氣의 성쇠 여부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그 자체가 병증의 발현 양태인 증후로서의 허실을 의미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병의 증후를 의미하는 虛證과 實證이라는 개념에서 虛와 實의 의미는 발현되는 증의 양상이 허하다거나 실하다는 의미로 이해해야지, 이를 체력이나 기력이 건실하다거나 부실하다는 식으로 이해해 버리면 곤란합니다.
어떠한 질병이든 간에 병은 精氣(正氣)와 邪氣의 대립 양상으로 표출되는데 일반적으로 이러한 표출의 반응이 현저하고 강렬하면 實證으로, 이와 반대라면 虛證으로 규정되는 것일 뿐입니다.
일반적으로 衛氣의 활동에 의한 正邪투쟁의 결과 병증의 양상이 극렬하게 나타나면 실증으로 규정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환자의 기력이 저하되었다 하더라도 유형의 積이 존재하고 이를 구축시켜야 한다면 이 상황을 實로 규정하고 치료해야할 경우가 있습니다.
고열이 지속되어 탈수에 이른 상태에서 대변이 굳어 통하지 않는 大承氣湯證의 예를 들어보자면 이 환자는 ‘壯火食氣’하여 체력이 바닥나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환자에게 실증을 다스리는 大承氣湯이라는 약물을 투여할 수 있는 근거는 燥矢라는 유형의 積邪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일단 燥矢가 빠져나가야 환자의 精氣와 진액이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죠.
결국 “邪氣所湊, 其氣必虛”라 하였듯이 증후로서 허실이란 고정적 개념이 아니며 가변적인 양태로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虛實이 협잡되어 나타나거나, 실제 病情의 허실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타나는 일이 허다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을 근거로 허하면 보하고 실하면 사한다는 원칙을 적용해야 할 것인지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精氣(正氣)를 중심으로 보는 한국의학사의 관점에서는 병증이 허에서 기인한 것으로 파악되는 경우가 많지만 萬病一毒說에 근거한 의론이 주를 이루었던 일본의학사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邪氣(毒)에 의해 조장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파악되었던 거죠.
■ 장부와 경락의 허실(2) ■
경락내에서 氣와 血의 추동은 宗氣에 의해 비롯되기 때문에 경락의 허실은 원초적으로 경락을 통해 흐르는 유동체인 血氣(血을 동반한 氣)의 유여나 부족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경맥이 虛하다는 것은 ‘氣不足’이라 표현되는데 이는 經氣 자체의 본태적 쇠약이나 그와 연계되는 장부의 허쇠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경맥이 實하다는 것은 ‘氣盛有餘’라 표현되는데 이는 경맥에 비정상적으로 血氣가 유여한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주로 항진적 병증 반응을 의미하며 병태상 음양의 偏勝으로 표출됩니다.
한편 음양의 편승 자체가 邪氣이므로 병태상으로 경맥이 실하다는 것이 반드시 ‘感’을 전제하지는 않으며 邪氣 자체는 유무형의 성상을 모두 포괄합니다.
즉 경맥이 실하다는 것은 血氣나 水氣의 정상적 소통을 저해하는 유형의 邪가 실체적으로 존재함을 의미하기도 하고 병증의 상황에서 血氣의 불통으로 인한 울체 반응이 특정 병소나 병위에서 항진적으로 나타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經氣의 허실 징후는 맥을 통해 반영된다고 보았기 때문에 맥진의 징후 자체가 경맥의 허실과 동일시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특히 標本論상 사지 원위부인 本部나 주로 경맥의 原穴부위에 해당하는 脈口를 통해 脈盛하거나 脈虛한 것으로 표출되는 것으로 파악되었고, 人迎과 氣口의 상하 맥상이 맥폭상 상응하지 않는 것으로도 파악되었습니다.
따라서 침을 놓아 경맥의 허실을 조절한다는 것은 단순히 허실의 병후를 호전시킨다는데 국한되지 않고 병증으로 인해 유발된 맥상의 이상 변화가 정상화되도록 기술적으로 유도한다는 것에 이릅니다.
이것이 ‘得氣’하여 “氣至而有效”한다는 것이고 침구 치료가 노리는 구체적 효과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경맥의 허함은 장부에서 유래하기 쉬우므로 장부의 허쇠시 그 징후가 경맥을 통해 반영됩니다.
특히 陰分의 五臟에 저장된 精氣가 허탈하게 되면 해당 경맥으로 흐르는 기혈이 허쇠해지거나 부족해져 경맥의 기능적 약화를 초래하게 되므로 이 경우 五臟과 해당 경맥의 허증 징후는 일반적으로 일치합니다.
하지만 五臟이 허한 것과 경맥이 허한 것은 개념상 구분되어야 합니다. 五臟이 허하다 할 때 그 대상은 五臟에 저장된 精氣지만 경맥이 허하다 할 때 그 대상은 경맥안을 흐르는 血氣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五臟에 저장된 精氣가 허탈하게 되면 당연히 해당 경맥이 허하게 되지만 경맥의 허함이 반드시 五臟에 저장된 精氣의 허탈에 의해 초래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陰分의 五臟이 극도로 허쇠하고 精脫한 상황일 경우 침술은 적절한 치법이 될 수 없습니다.
침술은 아무리 보법을 운용하더라도 그것이 허한 경맥에 血氣의 운행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해당 五臟을 기능적으로 정상화시키는 것이지 직접 精을 보충시켜줄 수 있는 수단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陰精의 휴손이 심한 상태에서 침술을 통해 기혈의 소통을 유도한다면 오히려 脫氣와 脫精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때는 침이 아닌 약물을 통해 補精을 유도하고 뜸을 통해 완만하게 기혈의 소통을 유도하는 것이 적절한 대응이 되는 것이죠.
사암침법에서는 경맥이나 장부의 허증에 기본적으로 정격을 운용합니다.
『經濟要訣』의 서문에서 저자가 “病者, 虛也”라는 표현을 통해 병이란 기본적으로 精(正)氣의 허함에서 비롯된다는 전제의 병리관을 내세우고서 경맥을 통해 이를 다스리는 수단으로 정격을 제시하였기 때문에 정격의 의미는 해당 경맥이나 그와 연계되는 장부의 精(正)氣를 보충시킨다는 뜻으로 통용됩니다.
그러나 『經濟要訣』에서 “정격을 사용하는 것은 禮樂刑政과 같다”고 하였듯이 정격에서 ‘正’의 의미를 말 그대로 바르게 해준다는 의미로도 해석해 보자면 정격이란 경맥과 연계되는 장부가 지닌 본태적 생리를 정상화시키는 방법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肺正格이 지향하는 바가 肺의 정상적 생리 상태라는 것이고 역으로 肺正格의 구성을 통해 肺의 정상적 생리 구조를 유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격과 달리 승격은 일반적으로 경맥이나 장부가 실한 상황을 개선시키려는 목표로 운용됩니다.
그러나 승격의 의미를 특정 경락에 침습한 邪氣를 사한다는 식으로 邪氣의 존재를 실체적으로 전제하여 이해하면 운용 범위를 협소화시킬 뿐만 아니라 그 의미마저 매우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경락이나 장부의 精(正)氣가 허하여 邪氣가 침습되었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일차적으로 扶正祛邪의 차원에서 정격을 운용하기 때문입니다. 승격이 대상으로 하는 실증이란 주로 특정 경맥이나 장부, 그리고 병위로 血氣나 水氣가 비정상적으로 변조되어 과잉화된 상황에 해당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경락이나 장부의 정상적 생리 기능은 과부하에 걸린 상태로 이르게 되는 것이고 이 상황이 심하거나 장기화되는 경우 精(正)氣는 당연히 약화되고 손상당하게 됩니다.
따라서 ‘勝’의 의미는 이러한 상황에서 음양적 속성으로 偏勝하게 표출되는 血氣나 水氣의 과잉을 직접 다스리고 제어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결국 승격의 시술은 특정 경맥이나 장부에 대한 과부하 상태를 해소하여 精(正)氣의 소모와 약화를 막으며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경맥과 장부의 정상 생리가 복구되도록 유도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사암침법과 오수혈 ■
井滎輸經合으로 이어지는 오수혈의 구조는 원래 經氣의 흐름을 물의 흐름에 비유한 표현입니다. 이는 經氣가 오수혈을 통해 井滎輸經合의 배치 순서로 出, 溜, 注, 行, 入하게 된다는 말로 표현됩니다.
그리고 현행의 오수혈 체계는 오행론적 사고가 개입되어 각각의 오수혈에 오행적 속성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는 『難經·63難』에서 언급한 “井者, 東方春也, 萬物始生”의 의의에 근거한 것으로서 春은 木으로서 始生之氣인데 사방 중에 동방이 始方이고 諸海之源은 泉(井)이므로 陰經의 井穴을 木에 배속합니다.
그리고서 井滎輸經合의 순서로 木生火(滎), 火生土(輸), 土生金(經), 金生水(合)의 상생 원리가 적용됩니다.
한편 동방의 상대방은 서방의 金이므로 陽經에서는 井穴을 金으로 삼고 역시 井滎輸經合의 순서로 金生水(滎), 水生木(輸), 木生火(經), 火生土(合)하는 상생 원리를 적용합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井滎輸經合이라는 오수혈의 체계가 標本論에 입각하여 사지에서 체간부로 이어지는 경맥의 순행에 따른 經氣의 깊이나 작용을 표현하는 것일 뿐 그것이 오행적 속성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예전부터 있어왔습니다.
中西匯通醫인 張山雷가 대표적인 경우로서 그는 오수혈에 오행적 속성을 연계시키는 것은 공리공담에 불과하다고 혹평하였습니다.
권순종 선생도 경락을 운용함에 중요한 것은 음양 분화 이전의 태극으로서의 氣를 조절해주는 것일 뿐 음양과 오행, 육기 등의 사변적 요소가 궁극적으로 침구학에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단언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동일 경맥 내에 배속된 오수혈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經氣를 조정하는 통로이므로 해당 경맥이나 장부의 병후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주치 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다만 병증의 상태나 정도에 따라 운용상 선택적 차이가 존재하는데 이는 병증의 양태에 따라 그 淺深을 구분하여 오수혈을 임의적으로 운용하면 된다는 관점을 취하고 있으며 그 활용은 주로 循經 취혈시의 주요 거점혈들로 집중되는 편입니다.
그리고 일부 수혈 주치에서 부각되는 특정 병증에 대한 특이성이 운용시 참고 대상이 되는 것이죠. 실제 『內經』의 체계에서도 원칙적으로 오행론에 입각한 오수혈의 개개적 차이는 크게 부각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측면 때문에 오수혈의 오행적 속성에 입각하여 침을 운용하는 사암침법이나 동일 계열의 침법에 대해 비판적 시선이 항상 존재하는 것이지요.
과연 오수혈이 오행의 속성을 지니고 있는 혈인지, 오수혈에의 오행의 배치가 단순한 상징적 의미에 지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논란의 소지가 있고 엄밀한 의미에서 실증적 검증이라는 접근이 어렵습니다.
일단 사암침법의 기본을 구성하는 정격과 승격의 체계가 『難經』에 입각한 오행의 상생·상극론에 입각하여 이루어졌고 寒補나 熱補의 경우 오행적 속성상 水와 火에 해당하는 혈들만의 보사를 통해 구성되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사암침법은 오수혈과 오행론의 연계성을 분명히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사암이 제시한 치법의 상당수는 일반적인 오행의 상생·상극론으로는 해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오행론과는 별개의 체계에서 운용한 변용 치법들도 많이 제시되어 있다는 점에서 사암이 실제 오행론을 기계적으로 침법에 적용시키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肺欬의 치법으로 ‘天突;經渠, 陰谷 보;尺澤, 陰陵泉 사’가 제시되었는데 이 치법에서는 오행상 동일 속성의 水穴인 陰谷과 尺澤, 陰陵泉의 보사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水飮의 과잉이나 범람에서 유발되는 병증에 陰經의 水穴들을 사하는 방법을 운용하는 것과는 다른 구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기 치법은 腎正格과 肺勝格의 병용 치법입니다.
원래 腎正格은 金生水의 기전에 의해 經渠와 復溜를 보하지만 이 경우는 復溜 대신 陰谷을 취한 것입니다. 즉 肺金과 腎水의 送穴을 배합하여 氣의 하강을 유도하여 腎의 納氣 작용을 강화시키고자 한 것입니다.
그리고 원래 肺勝格은 陰谷과 尺澤을 사하지만 이 경우는 陰谷 대신 陰陵泉을 취하고서 ‘尺澤, 陰陵泉 사’의 배오를 이룸으로써 生痰之源인 脾와 貯痰之器인 肺를 다스리고 痰飮을 구축하고자 한 것입니다.
만일 상기 치법에 오행론을 기계적으로 적용시킨다면 金生水를 해야 하는 시점에 水穴을 사한다는 모순이 발생하고 마는 것이죠. 실제 사암이 제시한 치법들의 상당수는 이런 식으로 병증의 병기에 관련되는 장부 간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고려하여 정·승격을 변용 또는 병용함으로써 기계적인 오행론의 틀을 벗어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예를 들자면 喜氣가 지나쳐서 발생한 氣緩의 병증의 치법으로 ‘太白 溫;三里 凉’이 제시되었는데 여기서 溫은 補, 凉은 瀉의 의미로 해석됩니다.
太白과 三里는 모두 土穴인데 하나는 보하고 하나는 사했습니다. 이 치법은 中氣의 운화를 통해 氣機승강을 주관하는 脾經과 胃經을 동시에 다스리고자 한 치법입니다.
즉 過喜의 상태에서 氣緩하게 되면 陽神은 浮越하고 陰精은 下脫하는 上實下虛의 양상이 초래되므로 陰經인 脾經은 보하고 陽經인 胃經은 사하여 陽神의 浮越을 다스리고 氣機승강을 정상화하고자 한 사암의 뛰어난 혜안이 돋보이는 치법입니다.
이를 위해 脾胃의 오행 속성과 일치하는 太白과 三里를 취한 것일 뿐 더 이상의 상생상극론이 적용될 여지는 없습니다. (이 부분은 글쓴이의 해석입니다.)
이외에도 오행론의 도식적 틀을 벗어난 치법들은 매우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사암은 오행론을 기계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각각의 병증에 대해 병기에 입각한 적절 모델을 구성하고 적절한 변통을 허용하는 치법을 구성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상과 이론 간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 고찰이 필요합니다. 이는 특히 한의학에서 수용하는 음양오행론이라는 것이 자연계나 인체에서 발현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적 개념인지, 理라고 하는 자연계의 추상적 질서의 실제를 총체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이론 체계인지 대한 논의로까지 확대될 문제일 것입니다.
여기서 이에 대한 원론적 논의를 진행할 수는 없지만 음양오행론에 대한 입장차와 정도적 수용 여부가 실제 사암침법의 체계를 수용하는 측면에서 상당한 해석적 차이를 만들게 됩니다.
일단 글쓴이는 전자의 입장을 취한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 送穴과 受穴(1) ■
특정 경맥에 소속된 오수혈은 해당 경맥의 생·병리 체계 내에서 그 속성이 규정, 이해되어 왔습니다.
침구학의 형성기에는 『內經』에서 제시한 각 경맥의 是動病과 所生病이 해당 경맥내 오수혈의 혈성과 주치로 이해되었고 경험이나 임상에 입각해서 파악된 각 혈들의 주치적 특이성들이 시대적으로 차곡차곡 축적이 되어 지금에 이른 것이지요.
하지만 사암침법에서는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차원에서 오수혈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 즉 오수혈이 단지 자기가 속한 해당 경맥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 경맥간의 經氣를 상호 연계, 소통시키는 연결고리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수혈은 자기가 배속되어 있는 自經만이 아니라 他經에도 기능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은 오수혈들의 배합을 통해 기술적으로 특정 경맥들 간의 연계를 강화 또는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으로도 확대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수혈중 특정 경맥에서 다른 경맥으로 經氣를 보내는 혈을 ‘送穴’이라 하고 다른 경맥의 經氣를 받아들이는 혈을 ‘受穴’이라고 합니다.
이는 원래 8체질침법을 창안한 권도원 선생에 의해 확립된 개념으로서 원래 사암침법에서 送穴과 受穴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전례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送穴과 受穴이라는 개념은 사암침법의 정격과 승격만이 아니라 사암이 창안한 다양한 변용방들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오수혈에서 送穴과 受穴을 규정하는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送穴은 오수혈 가운데 그 오행적 속성이 해당 경맥의 오행의 속성과 일치하는 혈입니다.
즉 이 送穴이 해당 경맥의 經氣를 다른 경맥으로 보내는 통로가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오수혈 가운데 送穴을 제외한 나머지 4개의 혈들은 자연히 다른 경맥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受穴이 됩니다.
따라서 하나의 경맥에는 1개의 送穴과 4개의 受穴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肝經을 예로 든다면 肝은 오행상 木에 해당하므로 오수혈중 木穴인 大敦은 送穴이 되어 肝經의 기운을 다른 경맥으로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네 혈들인 行間, 太衝, 中封, 曲泉은 다른 경맥의 기운을 肝經으로 받아들이는 통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를 간단히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大敦은 肝經(木)의 기운을 나머지 陰經으로 보내는 통로
* 行間은 心經(火)의 기운을 肝經으로 받아들이는 통로
* 太衝은 脾經(土)의 기운을 肝經으로 받아들이는 통로
* 中封은 肺經(金)의 기운을 肝經으로 받아들이는 통로
* 曲泉은 腎經(水)의 기운을 肝經으로 받아들이는 통로
보통 送穴은 다른 경맥에서 오행상 같은 속성의 혈들을 受穴로 삼아 두 경맥이 기능적으로 연계가 되는데 이때 陰經은 陰經끼리 陽經은 陽經끼리 연계를 맺습니다. 각 경맥의 送穴은 다음과 같습니다. <표 참조>
陰經에서 脾經의 예를 들자면 太白을 送穴로 삼아 神門을 통해서 心經과, 太淵을 통해서 肺經과, 太衝을 통해서 肝經과, 太谿를 통해서 腎經과 소통하게 됩니다.
陽經에서 胃經의 예를 들자면 足三里를 送穴로 삼아 小海를 통해서 小腸經과, 曲池를 통해서 大腸經과, 陽陵泉을 통해서 膽經과, 委中을 통해서 膀胱經과 소통하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送·受穴의 배합을 통해 경맥간의 벡터(vector)가 형성된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送·受穴의 보사는 경맥간의 연계를 기술적으로 강화시키거나 약화, 차단시키는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특정 경맥의 送穴을 보하고 이와 연계시키려는 경맥의 受穴을 함께 보하는 것은 두 경맥의 생리적, 기능적 연계를 강화시키는 방식이 되는 것이고 반대로 특정 경맥의 送穴을 사하고 다른 경맥의 受穴을 함께 사하는 것은 이들의 연계를 약화, 차단시키는 방식이 된다는 것이죠.
사암침법에서 치법의 근간을 이루는 정격과 승격은 분명히 오행의 상생과 상극 관계를 적용하여 구성된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사암침법 운용의 핵심은 사실 送·受穴의 배합을 통해 경맥이나 장부간의 연계 관계를 조절하는 데 있으며 그 수단으로서 보사가 적용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모든 정격과 승격이 보사를 통한 전형적인 送穴과 受穴의 배합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임상에서는 반드시 送穴과 受穴간의 배합만이 기계적으로 운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동일한 오행적 속성을 지닌 受穴들간에도 배합이 구성되어 해당 경맥들 간의 經氣를 연계시키커나 차단시키는 방법이 다양하게 응용됩니다.
사암침법의 다양한 변용들이 실제 이러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장의 실전 사암침법 강좌⑧
■ 送穴과 受穴(2) ■
지난 글에서는 오수혈이 각 경맥 간의 經氣를 상호 연계, 소통시키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送穴과 受穴이 규정되는 방식을 살펴보았습니다.
送穴과 受穴의 배치를 통해 오수혈은 자기가 배속되어 있는 自經만이 아니라 他經에도 기능적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되고 사암침법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암침법에서 많은 빈도로 운용되는 脾正格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脾正格은 ‘少府, 大都 보; 大敦, 隱白 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脾가 土에 해당하므로 “虛則補其母”의 원칙에 입각하여 心經의 火穴인 少府와 자경인 脾經의 大都를 보하고, 土를 극하는 木을 제어하기 위해 肝經의 木穴인 大敦과 자경인 脾經의 隱白을 사하도록 구성된 것이 脾正格입니다.
이와 같이 脾正格은 기본적인 오행의 상생상극론에 입각하여 구성이 되었고 정격이 해당 경맥이나 장부의 기운을 보한다는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脾虛에 대한 대처방으로 운용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脾正格의 구성을 送穴과 受穴의 관점에서 해석해 보자면 우리는 脾正格이라는 치법이 지향하는 바와 임상상의 적용 범위를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少府, 大都 보’의 배오는 기본적으로 ‘益火生土’의 기전으로 脾의 기능을 강화시키기고 脾虛에서 기인한 제반 陰證의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를 送穴과 受穴의 배오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火의 주동경으로서 升散의 기능을 발휘하는 心經의 少府를 送穴로 삼아 脾經의 大都를 배오한다는 것은 氣의 상승을 총괄하는 ‘脾主升’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방식으로서 규정될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少府, 大都 보’의 배오는 脾의 升氣 작용에서 비롯되는 淸陽의 上達에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素問·陰陽應象大論』에서는 “淸陽出上竅, 濁陰出下竅”, “陰味出下竅, 陽氣出上竅”라 하여 淸陽이 상승하여 上竅에 이르러야 오관이 정상적 기능을 발휘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少府, 大都 보’의 배오는 두면부로 淸陽이 상승하지 못하고 발생하는 淸陽不達의 상황이나 그에서 비롯된 오관의 기능 이상을 다스리기 위해 운용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는 『素問·玉機眞藏論』에서 “其(脾)不及, 則令九竅不通, 名曰重强”이라 한 내용과도 상통합니다.
‘大敦, 隱白 사’의 배오는 肝木의 送穴인 大敦에 脾經의 隱白을 受穴로 삼은 것입니다. 이 배오는 결과적으로 肝-脾經 간의 연계고리를 약화시켜 肝氣의 橫逆에 의한 脾氣의 약화를 막고 肝脾不和의 상태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脾의 升氣 작용에 의해 條達之性을 지닌 肝氣가 상승, 운행하게 되어야 정상적 疏泄 작용이 발휘되므로 脾氣가 상승하지 못하면 肝鬱이 초래된다는 측면에서 大敦과 隱白의 배오는 開達之性을 지닌 肝의 疏泄之氣가 억눌린 상황을 개선시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脾正格은 脾의 升氣 작용의 이상에서 비롯된 淸陽不達이나 下陷의 상황과 肝脾不和를 다스리는 데 주요한 작용을 발휘함을 알 수 있으며 脾正格이 막연히 脾虛에 적용된다는 도식적 이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脾虛의 상황이더라도 肝脾不和의 병기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 상황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며 오행의 상극 관계로 보더라도 木克土가 아닌 水侮土의 병기가 주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러한 상황에서 大敦, 隱白을 사하는 脾正格의 원형을 그대로 운용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脾虛의 상황에서 水濕의 정류가 주가 되면 脾熱補에 해당하는 ‘少府, 大都 보; 陰谷, 陰陵泉 사’를 운용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이번에는 肺勝格을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肺勝格은 ‘少府, 魚際 보; 陰谷, 尺澤 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少府, 魚際 보’는 脾正格에서처럼 心經의 火穴인 少府를 送穴로 삼아 肺經의 魚際를 受穴로 취하였습니다. 이는 脈을 통한 氣의 운행을 총체적으로 주관하는 肺와 혈행을 주관하는 心의 火穴을 배오한 것으로 心肺에서 발하는 宗氣의 운행을 고양시키는 구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陰谷, 尺澤 사’는 腎水의 送穴인 陰谷에 尺澤을 受穴로 삼은 배오입니다. 陰谷은 특히 水의 운행을 총제적으로 주관하는 腎氣의 이상에서 유발된 水飮의 정류나 범람을 다스리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陰谷을 腎水의 送穴로 삼아 다른 경맥의 水穴과 배오하여 이를 사법으로 운용하면 특정 경맥이 작용하는 영역으로 水飮이 범람하여 발생한 병증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결국 ‘陰谷, 尺澤 사’는 腎主水 기능의 부전과 肺의 宣發, 肅降 기능 이상으로 水飮이 上焦의 영역으로 범람하거나 정류한 상황을 다스리는 데 주요한 역할을 발휘함을 알 수 있습니다.
『靈樞·本藏』에서 “肺大則多飮, 善病胸痺·喉痺·逆氣”라 하였듯이 水飮의 정류는 肺實의 상황을 초래하게 되고 특히 흉격 상부에서 胸痺를 비롯한 다양한 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 가장 적절한 치법이 肺勝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肺勝格은 단순히 肺實의 상황에 모두 적용되는 치법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최소한 水飮의 정류 소견이 있으며 이로 인해 肺의 宣發, 肅降 기능에 부하가 걸려 있는 상황이 肺勝格의 적응증이 되는 것입니다.
한편 ‘陰谷, 尺澤 사’의 배오는 다른 종류의 치법과도 병용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心虛의 상황에 ‘大敦, 少衝 보; 陰谷, 少海 사’로 구성된 心正格을 운용할 때 水飮의 정류가 肺에 압박을 주어 氣短이나 호흡곤란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陰谷, 少海 사’를 ‘陰谷, 尺澤 사’로 치환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한편 肺勝格을 운용하면서도 肺實을 유발시킨 痰飮이 中焦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生痰之源인 脾를 다스리기 위해 ‘陰谷, 尺澤 사’ 대신 ‘陰陵泉, 尺澤 사’를 운용할 수도 있는 것이죠.
사암이 제시한 치법들에는 특정 정·승격을 기본 모델로 삼고서 送·受穴의 배오를 통해 다양한 변용방을 운용한 예가 많습니다.
이는 병증이 기본적으로 특정 장부나 경락의 허실 상황으로 규정될 수는 있으나 실제 발현되는 병증의 양상이나 그 병기는 획일적이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임상상을 정형화된 치법의 틀안에서만 대처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사암치법이 보여주는 ‘隨證治之’의 방법이라 할 수 있겠지요
■ 경락의 구분 ■
『素問·天元紀大論』에는 “陰陽之氣, 各有多少, 故曰三陰三陽也. 形有盛衰謂五行之治, 各有太過不及也.”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에 의하면 三陰三陽과 오행은 각각 氣와 形의 측면으로 환원됩니다.
그런데 인체에서 三陰三陽은 경락과 연계되고 오행은 장부와 연계된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形을 지닌 장부는 三陰三陽으로 표상되는 氣를 담고 있는 그릇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足太陰脾經을 예로 들자면 脾(土)라는 그릇 안에 太陰(濕土)이라는 내용물이 담겨 있는 것이고, 手太陰肺經은 肺(金)라는 그릇 안에 太陰(濕土)이라는 내용물이 담겨 있는 것이 됩니다.
따라서 경락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릇과 내용물, 즉 오행과 연계되는 形의 영역인 장상론적 측면과 三陰三陽과 연계되는 六氣적 측면을 총괄한 유기적 시선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경락은 표리론에 입각하여 臟에 배속되는 陰經과 腑에 배속되는 陽經으로 구분됩니다.
하지만 경락을 陰經과 陽經으로서가 아니라 三陰三陽과 그 본기인 六氣의 속성이 같은 것끼리 묶어 구분하면 아래 <표1>과 같은 상응 관계가 생기는데 이로 보자면 三陰三陽의 本氣가 동일한 경락은 同類經으로서 기능상 상통한다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한편 三陰三陽의 本氣가 동일한 두 개의 同類經은 장부에 배치된 오행의 속성과 본기의 속성이 같은 경락과 그렇지 않은 경락으로 나누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足太陰脾經은 太陰의 본기인 濕土와 形氣인 脾土의 속성이 土氣로서 일치하지만 手太陰肺經은 본기가 濕土이나 形氣는 肺金으로서 서로 일치하지 않습니다.
이는 동일한 내용물이 다른 그릇 안에 담겨있는 형국으로 비유될 수 있는 것이지요.
일단 足太陰脾經의 경우처럼 三陰三陽의 본기와 形氣인 오행의 속성이 일치하는 경락을 금오 김홍경 선생은 오운육기론에서 大運과 司天之氣의 오행적 속성이 일치하는 해에 부여하는 표현인 ‘天符’를 취하여 ‘天符경락’이라 명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경락은 그에 대비하여 ‘非天符경락’이라 하였습니다.
이런 표현 이전에 이미 淸代의 의가인 黃元御는 天符경락에 해당하는 경우를 ‘司化者’라 하였고 非天符경락에 해당하는 경우를 ‘從化者’라 하였습니다.
‘司化’란 氣化를 주도한다는 의미이고 ‘從化’란 氣化를 주도하지 못하고 司化者에 이끌린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司化者인 天符경락과 從化者인 非天符경락은 각각 6개입니다. <표2 참조>
天符경락은 단일 기운이 주도하고 있으므로 임의로 ‘純’하다고 표현하였습니다. 이에 반해 非天符경락은 三陰三陽의 本氣와 오행의 形氣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임의로 經氣가 ‘雜’하다고 표현하였습니다.
한편 天符경락은 司化者이므로 從化者인 非天符경락에 비해서 당연히 氣化의 주도권을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脾經과 胃經의 예를 들자면 둘 다 오행상 동일한 土에 배속되지만 脾經이 司化者이므로 從化者인 胃經보다 中氣 운행의 주도권을 지니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기기 승강의 문제에서도 脾의 升氣 작용이 胃의 降氣 작용을 주도하므로 脾가 기기 승강을 총괄한다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天符경락과 非天符경락에 입각한 경락의 분류는 장부와 연계되는 陰經과 陽經의 분류 체계에서 다루지 못했던 경락의 속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이해의 틀을 제공합니다.
手陽明大腸經의 예를 들자면 그 생리적, 병리적 속성에 대한 논의가 보통 경락의 유주나 장상론적인 측면에 입각하여 이루어지지만 大腸經이 (燥)金의 天符경락이며 司化者라는 측면에서 그 특성을 이해한다면 大腸經은 몸의 전체적인 燥濕을 조절하여 濕(熱)의 과잉이나 진액의 성쇠와 관련된 병증을 다스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락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특히 장상론에서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했던 腑와 연계된 경락이 지닌 기능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 사암침법과 五輸穴(1) ■
井滎輸經合으로 이어지는 오수혈의 구조는 원래 經氣의 흐름을 물의 흐름에 비유한 표현입니다.
일단 井穴이 물의 발원지[源泉]로 이미지화되어 經氣의 시발처로서 규정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흐름은 사지의 말단에서 체간이나 두면부를 향해 井滎輸經合의 배치 순서로 이어지는 것으로 인식되어 出, 溜, 注, 行, 入하게 된다는 말로 표현되었습니다.
강이 상류에서 하류로 흐를수록 강폭도 넓어지고 깊이도 깊어지듯이 당연히 經氣도 체간부로 향할수록 그런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원초적으로 오수혈의 체계는 사지에서 체간부로 이어지는 經氣의 깊이나 작용을 표현한데서 비롯된 것일 뿐 오행론을 반영한 것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즉 굳이 오수혈이 아닌 육수혈이나 그 이상의 체계도 가능할 수 있었다는 것이죠. 설사 오수혈이라는 체계가 오행론적 사고가 개입된 결과라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오행적 속성이나 상생·상극론을 반영한다고 규정짓기도 어렵습니다.
사실 『內經』에서 오수혈의 속성은 오행으로 분화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동일 경맥 내에 배속된 오수혈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經氣를 조정하는 통로이므로 해당 경맥의 병후(특히 是動病)에 동일한 주치 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러한 경우 오수혈은 병정, 병위 등에 따라 운용상의 선택적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므로 병증의 양태에 따라 그 淺深을 구분하여 오수혈을 임의적으로 운용하면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 결과 오수혈의 활용은 주로 循經 취혈시 거점혈의 측면에서 병위가 얕은 경우 井滎穴 위주로, 병증이 진행되어 장부에 이르거나 병위가 깊은 경우는 輸·經·合穴 위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일부 수혈 주치상 부각되는 특정 병증에 대한 특이성이 운용시 참고 대상이 되고 축적된 임상적 경험상이 오수혈에 반영이 된 것이죠.
오수혈에 오행의 속성을 배치한 건 『難經』에서 비롯됩니다.
『難經·63難』에서 오수혈이 井穴에서부터 시원[出]하는 것이 井穴이 東方春과 甲木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井者, 東方春也, 萬物始生.”] 하였습니다.
즉 春은 木氣로서 始生之氣인데 사방 중에 동방이 始方이며 諸海之源은 泉(井)이므로 陰經의 井穴이 일차적으로 木에 배속되고서 木生火, 火生土, 土生金, 金生水의 상생 원리가 나머지 滎·輸·經·合穴에 적용됩니다.
한편 동방의 상대방은 서방의 金이므로 陽經에서는 井穴을 金으로 삼고 金生水, 水生木, 木生火, 火生土하는 상생 원리가 나머지 滎·輸·經·合穴에 적용됩니다. 그 결과 井滎輸經合의 전개와 오행의 상생 원리가 陰經에서는 木火土金水로, 陽經에서는 金水木火土로 부합됩니다.
한편 오수혈의 오행배치에 관한 더욱 정교한 논리는 『難經·64難』에 근거하는데 陽經과 陰經에서 오수혈의 오행 배치가 일치하지 않는 점을 ‘剛柔之事’의 내용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즉 陽經이 剛이 되고 陰經은 柔가 되는데 이러한 구조에서는 陽經의 속성이 陰經의 속성을 相剋하도록 오수혈이 배치됩니다. 陰經의 오수혈에 五陰干(乙丁己辛癸)을, 陽經의 오수혈에 五陽干(甲丙戊庚壬)을 배속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陰經의 井穴은 乙木, 陽經의 井穴은 庚金
* 陰經의 滎穴은 丁火, 陽經의 滎穴은 壬水
* 陰經의 輸穴은 己土, 陽經의 輸穴은 甲木
* 陰經의 經穴은 辛金, 陽經의 經穴은 丙火
* 陰經의 合穴은 癸水, 陽經의 合穴은 戊土
결과적으로 陽經과 陰經의 오수혈이 각각 金-木, 水-火, 木-土, 火-金, 土-水로 배치되어 剛한 陽經이 柔한 陰經을 제어하는 구조가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배치는 사지와 체간에서 陰經과 陽經이 기본적으로 상호 대대적인 표리 관계를 이루고 있으며 해당 경맥이 배치되는 經筋이 표리간에 상호 길항관계를 지니고 있음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합리적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그리고 오수혈의 十干 배속을 통해 陰經과 陽經의 오수혈간에 乙庚(合化金), 丁壬(合化木), 甲己(合化土), 丙辛(合化火), 戊癸(合化水)로 이어지는 부부오행이 이루어지는 결과 陰經과 陽經의 오수혈의 오행배속 차이는 그 합리성이 더욱 뒷받침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難經·66難』에서 “井主心下滿, 滎主身熱, 兪主體重節痛, 經主喘咳寒熱, 合主逆氣而泄”이라 한 오수혈 각각의 주치혈성도 보통 오수혈과 五臟의 오행적 속성을 통해 설명되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식의 배치와 설명은 결과론적인 논리라고도 볼 수 있으나 음양오행의 원리주의적 입장에서 보자면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수혈에서의 오행의 배치가 임상상을 반영하는 것인지 단순한 상징적 의미에 지나지 않는지의 문제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특히 음양오행론에 대한 회의적 관점을 지닌 입장에서는 경락을 운용함에 중요한 것은 음양 분화 이전의 태극으로서의 氣를 조절해주는 것일 뿐 음양과 오행, 육기 등의 사변적 요소가 침구학에 개입할 여지는 궁극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합니다.
이러한 관점 때문에 『難經』에 기반하고 오수혈의 오행적 속성에 입각하여 침을 운용하는 사암침법이나 동일 계열의 침법에 대해서 항상 비판적 시선이 존재하였습니다.
사실 이에 대한 논의는 결국 음양오행론이 현상 너머에 존재하는 질서를 실재적으로(또는 그에 가깝게) 반영하는 것인지 관념적으로 설정한 질서 체계를 언어적으로 표현한 유희에 머무는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 측면까지 파고 들어가야 할 문제로서 결론을 짓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단 사암침법이 기본적으로 『難經』에 기반한 오수혈의 오행 체계를 수용하고 특히 정격과 승격을 구성하면서 오행의 상생상극론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사암침법과 오행론과의 관련성은 깊을 수밖에 없으며 많은 경우에 오수혈의 속성을 오행론적으로 해석하여 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송·수혈론의 관점이나 병위론적 측면에 입각하여 사암침법을 해석하고 다양한 병증 모델에 대처하는 사암침법의 변용방들을 보자면 사암침법에서 오행론이 실제 도식적으로 운용되지는 않았다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 사암침법과 五輸穴(2) ■
이전에 12경락을 司化者인 天符경락 6개와 從化者인 非天符경락 6개로 구분하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形氣에 해당하는 오행의 속성과 三陰三陽과 연계되는 本氣인 육기의 속성이 일치하는 경락을 天符경락이라 한다고 하였는데 天符경락의 오수혈 중에 또 그 오행적 속성이 일치하는 穴들이 있으니 김홍경 선생은 이를 天符穴이라 칭하였습니다.
天符경락이 6개이니 天符穴 역시 6개가 존재합니다. 이는 다음<표-1>과 같습니다.
이들 天符穴은 오행적으로 한 종류의 속성만을 대표하므로 원칙적으로 그 성질이 ‘純’하고 보사를 통한 작용이 매우 강할 것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太白은 土의 天符穴이므로 이를 보하면 濕土의 주동경인 脾經을 일깨워 진액 부족에서 유래된 燥證의 상황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太白을 사하면 脾經을 다스려 濕鬱에 의한 濕土之氣의 과잉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君火의 天符穴인 少府를 보하면 기본적으로 陽虛로 표현되는 제반 陰證에 널리 운용이 가능하므로 淸陽의 부진에서 비롯된 神志 이상, 오관계의 병증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少府를 사하면 氣의 울체에서 유래된 울열을 해소하여 제반 열증에 광범위하게 대처가 가능합니다.
商陽은 일반적으로 大腸經의 井穴이라는 측면에서 제한된 범주에서 운용되지만 燥金의 天符穴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자면 濕의 과잉에서 유발된 濕鬱의 상황에 광범위하게 운용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濕鬱에서 비롯된 관절계의 부종이나 통증, 身重, 食鬱 등에 商陽을 보법으로 취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濕土의 天符穴인 太白을 사하는 방법을 동시에 병용할 수 있는 것이죠. 즉 商陽과 太白은 인체의 燥濕을 조절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하는 혈로서 평가될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경우에 따라 天符穴만을 운용하여 정격이나 승격을 통해 특정 경락이나 장부를 조절하는 것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정격이나 승격의 작용은 여러 혈들 간의 복합 작용을 통해 발현되지만 天符穴이 나타내는 작용은 단순하고 명쾌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天符穴들은 기본적으로 送穴에 해당하므로 단독적으로 운용할 경우 그 작용은 다른 경락에 전방위적으로 미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少府는 君火의 天符穴이므로 이를 단독적으로 운용할 경우 그 작용이 다른 陰經에 미칠 수 있으며 특정 경맥의 火穴을 受穴로서 함께 취한다면 그 작용이 배합된 경맥으로 집중된다는 것이죠.
少府만을 단독적으로 보한다면 淸陽부진이나 陽虛로 유발된 병증에 광범위하게 운용이 가능하지만 少府와 大都를 함께 취하면 그 작용이 脾經으로 집중되어 脾陽부진이나 脾氣下陷의 상황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죠.
한편 기본적으로 정격과 승격이 送穴로서의 天符穴이 배치된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天符穴의 속성을 파악하는 것은 정격과 승격의 명확한 운용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天符穴의 보사를 오행의 특정 기운을 직접 넣는다거나 뺀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합니다. 인체에서 오행의 속성은 장부간의 관계를 통해 기능적으로 발현되는 것이지 실체적으로 존재한다고 규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太白을 보하는 것이 濕土之氣를 보하는 양상으로 발현되는 것은 脾氣의 각성을 통한 결과로서 해석되어야지 濕土之氣가 직접 부여, 보충되기 때문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正氣로서의 濕土之氣의 조절은 脾氣의 각성을 통한 津液의 정상적 輸布의 문제이므로 太白의 보사에 의해 직접적으로 조절된다고 보는 것은 인체의 생리와 병리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는 것입니다.
한편 天符穴이 天符경락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非天符要穴은 從化者인 非天符경락과 관련이 있는 혈입니다. 이 역시 김홍경 선생이 밝힌 것인데 非天符要穴은 非天符경락의 表裏경에 해당하는 天符경락의 오수혈 가운데 非天符경락의 本氣인 육기의 속성과 일치하는 혈로서 6개가 존재합니다.
肺經을 예로 들자면 肺經의 表裏에 해당하는 天符경락은 大腸經인데 그 오수혈의 오행적 속성상 手太陰肺經의 本氣인 濕土의 속성과 일치하는 혈은 曲池입니다. 曲池는 이러한 측면에서 大腸經의 혈이면서도 肺經을 조절할 수 있는 혈로서 해석됩니다. 따라서 非天符要穴은 표리간의 경락을 연계시켜주는, 原絡배혈 이외의 다른 수단으로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非天符要穴의 원리는 다음<표-2>과 같습니다. 胃經을 예로 들어보면 土라는 形안에 燥金이라는 氣가 담겨 있는 형국입니다. 따라서 土의 天符경락에 해당하는 脾經의 오수혈중 金穴인 商丘가 胃經의 非天符要穴이 되는 것입니다. 나머지도 같은 원리로 추론하면 됩니다
사암침법 강좌(12)
■ 사암침법에 대한 비판 ■
사암침법이 많은 한의사들에게 임상적으로 뛰어난 침법으로 각인되어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측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사암침법에 대한 주요 비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① 사암침법이 기본적으로 오행의 상생과 상극이라는 순환논리의 틀에 입각하여 구성되었다는 점이 가장 주된 비판의 요점일 것입니다.
오행론 자체에 회의적인 관점을 지닌 입장에서는 사암침법이 상생상극론 특유의 끝도 없는 순환논리에 기반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을 뿐더러 사암이 제시한 다양한 치법들을 설명하는 방편들이 오행론을 이용한 합목적적 결과론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사암침법이 그 구성 자체부터 모순에 차 있을 수밖에 없다는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사실입니다.
일단 오행론의 합리성과 실제적 유용성에 관한 논의를 떠나 이에 대한 비판은 사암침법이 제시하는 치법의 구성을 送穴과 受穴의 배치에 입각한 경락간의 연계 차원에서 해석해 들어간다면 많은 부분 극복될 수 있다고 봅니다.
肺正格의 예를 들어 본다면 ‘太白, 太淵 보’의 배합은 원칙적으로는 土生金이라는 상생의 원칙에 입각하여 구성된 것이나 이는 太陰經의 原穴간의 배합이므로 일차적으로는 內位에 해당하는 太陰의 병위에 작용하며 太陰經에 연계되는 脾와 肺의 연계를 강화시켜주는 구성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太白이 土의 送穴이므로 이를 太淵과 배혈하면 장상론적으로는 “脾氣散精, 上歸于肺”의 기전을 정상화시키는 것을 유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太白과 太淵을 동시에 사하면 脾와 肺의 연계를 약화시키는 작용을 유도한다고 볼 수 있는데 실제 이는 痰涎의 생성을 억제시켜 痰에 의해 유발되는 현훈을 다스리는 치법으로 운용됩니다(痰眩方: 少府, 魚際 보; 太白, 太淵 사).
실제 사암이 특정 병증에 제시한 치법의 상당수가 정격이나 승격의 기본적 틀을 벗어난 변형들이나 오행의 상생상극 모델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배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해석적 도구로서 送·受穴론은 매우 유용한 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② 정격과 승격을 운용해야 하는 경우의 병증 모델이 장상론에 입각한 허실론에 치우쳐 있다 보니 본연의 경맥 병후에 대한 고찰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이 지적됩니다.
실제 사암침법을 운용하면서 장상론상의 허실론을 경락론에 그대로 기계적으로 대입시켜 특정 장부의 허실의 상황에 대해 그와 연계되는 경맥의 정·승격을 운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장상론상 腎虛의 상황이라면 보통 腎正格을 운용하는데 과연 모든 腎虛의 상황이 腎正格에 유효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검증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한 腎虛를 腎陽虛와 腎陰虛로 구분하여 대처하는 변증론치적 입장에서 腎虛의 상황에 腎正格이 유의성을 보인다 하더라도 腎正格을 腎陽虛와 腎陰虛의 병기 중 어느 편에 운용을 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가 파생됩니다.
그리고 腎은 보법만 있을 뿐 사법은 없다는 논리를 적용하여 腎勝格 무용론을 제기한 경우도 있습니다.
일단 현금의 경맥론에 장상론이 깊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장부와 경맥에 대한 논의가 별개로 진행되어 오다가 일정 시기에 이르러 통합된 이상 장상론에 입각한 경혈의 운용은 경맥 병증 파악과 경혈 운용 체계의 본연을 곡해해버릴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이 점은 『內經』을 비롯한 경맥론 형성시 초기의 서적들에 수록된 경맥 징후들을 면밀하게 고찰해가며 해결해야 할 것으로서 사암침법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③ 『素問·陰陽應象大論』에서는 침을 놓는 요체가 “從陰引陽, 從陽引陰”이라 하고서 “陽病治陰, 陰病治陽” 하라 하였습니다.
이는 병이 陽(分)에 있을 경우 陰(分)을 다스리고 병이 陰(分)에 있을 경우 陽(分)을 다스리라는 원칙으로서 陰經과 陽經의 표리관계를 이용하여 침을 시술하는 치료의 원칙이 됩니다.
그러나 사암침법에서 정·승격을 구성할 때 陰經은 陰經의 경혈들로만, 陽經은 陽經의 경혈들로만 送·受穴 관계가 구성되기 때문에 표리 관계를 이용한 치법을 운용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사암이 경우에 따라 陽經과 陰經의 정·승격을 병용하거나 陰經의 혈들과 陽經의 혈들을 병용하는 치법을 제기하긴 하였지만(瘀血方: 太白, 太淵 보; 曲池 사) 표리 관계를 이용한 경우는 실제 드문 편입니다. 일반 침구론에서 陰經과 陽經간의 표리 관계에 입각한 치법이 많이 운용된다는 차원에서 보자면 사암침법은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④ 정·승격은 自經의 혈 2개에 他經의 혈 2개가 배합되어 3개의 경락이 관련되는 구조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병변과 직접 관련되는 경락을 조절하기 위해 자경이 아닌 타경이 2개나 관계되다 보니 오히려 이러한 배치가 주동경의 經氣에 간섭 효과를 일으키고 실질적인 효능을 발휘하는 데 제한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있다. 즉 병변과 직접 관련되는 주동경의 혈(들)만 취하면 될 것인데 다른 경맥의 혈을 취하다 보니 효과가 오히려 분산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판은 『內經』을 위시로 한 침법이 대부분 병변과 관련된 주동경이나 상하 표리경의 혈을 최소한도 내에서 취한다는 점에서 보았을 때 매우 적확한 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복수의 경맥의 경혈들을 배혈하는 것이 과연 주동경에 대해 간섭에 의한 상쇄 효과만을 유발하느냐는 것에 대해서는 깊은 고찰이 필요합니다.
한편 사암침법에서 정·승격은 항상 고정된 형태로만 운용되는 것이 아니라 타경 보사만을 운용하여 간접적으로 주동경의 經氣를 다스리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送·受穴 배합을 변화시켜 經氣의 작용 범위를 바꾸기도 하는 등 병증에 따라 다양한 변형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치들은 주동경뿐만 아니라 병증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경맥의 이상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로서 병증의 상항에 따라 특정 경맥의 경혈을 선택적으로 포함시키거나 배제하는 임의적 대처가 가능한 것입니다.
따라서 고정된 형태의 정·승격의 내용만을 대상으로 삼아 사암침법의 운용 방식을 재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 肺正格의 의미 ■
宗氣는 심장과 동맥의 박동을 가능하게 하는 추동력으로서 인체에서 파악된 氣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이며 생명 유지에 가장 중요한 작용을 하는 氣의 측면을 표현한 것입니다. 따라서 宗氣를 眞氣라고도 표현합니다. 『靈樞·邪客』에서 “故宗氣積于胸中, 出于喉嚨, 以貫心脈, 而行呼吸焉”이라 하였듯이 흉중[膻中]에 쌓인 宗氣는 일차적으로 호흡과 맥동을 가능하게 하고 血脈을 통해 營衛를 흐르게 합니다.
宗氣는 심박동을 통해 외부에 반영되며 그 추동력에 의해 경동맥을 비롯한 복대동맥, 겨드랑동맥, 대퇴동맥, 요골동맥, 발등동맥 등을 통한 박동이 감지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宗氣에 의해 호흡이 가능하다고 한 점은 한의학이 호흡과 맥동을 동일한 위상에서 해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편 宗氣는 흉중에서 작용하여 肺를 통해 상초에서 나오지만 근본적으로는 중초의 水穀之氣에서 발원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는 “脾氣散精, 上歸于肺”의 기전에 의해 營衛之氣가 중초에서 발원한다는 관점과 동일한 것으로서 經氣의 본질인 營衛는 宗氣의 추동력으로 운행된다는 인식으로 이어집니다.
肺는 心과 함께 흉부에 위치하여 宗氣 운행의 출발점이 되므로 肺氣의 宣通은 衛氣뿐만 아니라 營血 운행의 전제 조건이 됩니다. 『素問·經脈別論』에서는 “食氣入胃, 濁氣歸心, 淫精於脈. 脈氣流經, 經氣歸於肺, 肺朝百脈, 輸精於皮毛”라 하였습니다.
脈은 營이 운행하는 곳으로 營이 血로 화하여 脈中인 經隧之中을 통해 흐릅니다. 그리고 이 운행은 肺가 營衛之氣의 운행을 주관하여 일차적으로 手太陰經에서 비롯되므로 ‘肺朝百脈’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입니다. 따라서 黃元御가 宗氣를 “肺中之大氣, 一身諸氣之宗也”라 한 것이나 張錫純이 宗氣를 ‘胸中大氣’라 하여 생명의 종주가 된다고 한 것은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실제적인 심박동을 비롯한 주요 동맥에서 드러나는 맥동을 宗氣의 작용으로 간주하고서도 이를 心이 아닌 肺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心主血脈론보다 肺朝百脈론을 우위에 내세운 것은 매우 특이한 일입니다. 결과적으로 宗氣는 地氣로 표현되는 水穀之精과 天氣로 표현되는 呼吸之氣가 결부되어 脈을 통해 함께 작용하는 것을 포괄한 개념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肺의 주요 생리적 측면은 宣發과 肅降으로 표현됩니다. 肺는 호흡을 통해 내외로 氣의 소통을 주관하고 체내에서는 營衛之氣의 宣通을 주관합니다. 외부로 향하는 宣發 기능에 의해 表인 피모에 氣와 津液이 유통하게 되고, 내부를 향하는 肅降 기능에 의해 淸氣가 수렴됩니다.
한편 肺는 上焦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여 ‘華蓋’라 표현됩니다. 오장육부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는 것은 위치적으로 기능상 포텐셜(potential)로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肺苦氣上逆”이라 하였듯이 肺의 병증은 궁극적으로 肺氣가 정상적으로 肅降하지 못한 氣의 상역증으로 귀결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을 입각하여 肺正格의 구성과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肺正格: 太白, 太淵 보; 少府, 魚際 사
‘土生金’이라는 측면에서 太白, 太淵을 보한 것이지만 脾經의 원혈인 太白과 肺經의 원혈인 太淵의 배오는 脾-肺 간의 연계를 통해 脾精을 肺로 상달시켜 氣와 津液을 산생하는 작용을 강화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素問·經脈別論』에서는 脾와 肺의 기능적 연계에 대해 “飮入于胃, 游溢精氣, 上輸于脾, 脾氣散精, 上歸于肺, 通調水道, 下輸膀胱, 水精四布, 五經幷行”이라 표현하였습니다. 肺氣의 정상적 선통을 통해 氣의 宣發 작용이 강화되면 營衛의 소통이 원활해지는데 이는 太淵이 八會穴 중 脈會穴로서 작용하는 근거로 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한편 氣가 울체되면 열로 화하기 쉽습니다. 특히 肺金이 열을 받게 되면 ‘火克金’의 기전에 의해 肺는 더욱 쇠해지고 津液이 소모되어 燥熱이 가중됩니다.
『醫門法律』에서는 “寒冷所傷不過裏束其外, 火熱所傷則更消爍其中, 所以爲害倍烈也. 然火熱傷肺, 以致諸氣膹鬱, 諸痿喘嘔而成燥病”이라 하였습니다. 따라서 ‘少府, 魚際 사’는 화열에 의해 肺氣의 膹鬱이 초래되거나 燥熱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작용을 발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을 종합하여 肺正格의 작용을 정리해 보자면 肺正格은 일차적으로 표부와 上焦에서 氣의 膹鬱을 해소하기 위해 운용됩니다. “諸氣분鬱, 皆屬於肺”라 하였듯이 내인이든 외인이든 肺의 宣通 작용이 발휘되지 못하면 氣의 울결을 초래하게 됩니다. 그 결과 울열이 생기거나 津液이 변조되어 痰飮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本經疏證』에서는 上焦에 陽이 실하고 陰이 허하면 氣가 생기지 못하고 氣가 생기지 않으면 열이 막혀서 濕이 생긴다고 하였는데 肺正格은 이런 기전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外感에 의한 ‘風寒束表’의 상황은 肺氣의 不暢을 초래하고 울열을 유발할 수 있는데 肺正格이 이런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肺正格은 당연히 호흡기계 병증시 급·만성을 가리지 않고 일차적으로 운용을 고려해야 하는 치법입니다.
肺는 膀胱과는 상통 관계를 이루고 大腸과는 표리 관계를 이루므로 下竅를 통한 대소변의 배출에도 중요한 관련을 지니고 있습니다. 肺의 肅降 작용이 이루어져야 하초로 氣血과 津液의 정상적 공급과 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肺正格은 肅降 기능의 정상화를 통해 대소변의 원활한 배출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肺正格은 宗氣의 추동력을 강화시켜 하행하는 것을 돕습니다. 肺에서 출발한 宗氣는 하행하여 氣街로 주입되고 하지를 통과하여 발끝까지 이르게 됩니다.
따라서 宗氣의 하행이 원활하지 못하면 『靈樞·刺節眞邪』에서 “故厥在于足, 宗氣不下, 脈中之血, 凝而留止”라 하였듯이 하지의 말단의 순환장애 관련 병증이나 퇴행성 병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素問·通評虛實論』에서 “氣虛者, 肺虛也; 氣逆者, 足寒也”라 하였는데 여기서 氣虛란 宗氣의 추동력이 약화된 상태를 의미하므로 결국 宗氣의 운행을 주관하는 肺虛로 파악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素問·臟氣法時論』에서 肺의 병증으로 “尻·陰股·膝·髀·腨·胻·足皆痛”이 언급된 것은 宗氣가 하행하지 못한 병리적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하지의 순환장애에 의한 냉증이나 기능 약화, 관절계의 퇴행성 병변 등에 肺正格이 광범위하게 운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肺正格의 ‘少府 사’는 心火를 하강시키는 작용을 발휘하여 足寒을 개선시키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합니다.
■ 肺勝格(1) ■
『靈樞·決氣』에서는 “上焦開發, 宣五穀味, 熏膚充身澤毛, 若霧露之漑, 是謂氣”이라 하고 이어 “腠理發泄, 汗出溱溱, 是謂津”이라 하였습니다. 上焦를 ‘開發’시키는 것은 宗氣입니다. 이는 津이 水穀之氣에서 화한 것이며 그 기능이 (宗)氣의 연장선에서 발휘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津은 “脾氣散精, 上歸于肺”하는 과정을 통해 중초에서 생성된 후 상초로 유통되고 肺의 宣發, 肅降하는 작용을 통해 전신에 흩어지며 공급됩니다. 津은 陽에 속하여 비교적 맑고 유동성이 큰 것으로 주로 衛氣와 함께 체표에 운행하여 皮膚, 肌肉을 온양, 자윤시킵니다. 따라서 津은 陽氣가 화한 水의 한 측면입니다. 이 때문에 張景岳은 津을 ‘陽之液’이며 ‘液之淸’이라 하였다.
『靈樞·經脈』에서는 手陽明大腸經의 所生病을 언급하면서 “是主津(液)所生病者……”라 하였습니다. 大腸은 津의 선통을 추동하는 肺와 表裏 관계를 이룹니다. 그리고 糟粕을 배출시키며 수분을 흡수하여 津의 재흡수와 선통에 관여합니다.
『靈樞·決氣』에서는 “穀入氣滿, 淖澤注于骨, 骨屬屈伸洩澤, 補益腦髓, 皮膚潤澤, 是爲液”이라 하였습니다. 液은 陰에 속하여 津과 대비되어 탁하고 점조한 것으로 관절, 뇌수, 七竅 등을 자양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따라서 張景岳은 液을 ‘陰之津’이며 ‘津之濁’이라 하였습니다.
『靈樞·經脈』에서는 手太陽小腸經의 所生病을 언급하면서 “是主液所生病者……”라 하였습니다. 小腸은 受盛之官으로서 水穀을 氣化시키고 이를 통해 輕淸한 陽氣와 重濁한 營血이 생성됩니다. 液은 營血과 같은 성상을 지니고 그 전구물질이 되어 기능적으로 연계됩니다. 따라서 小腸은 脾와 함께 營血의 생성과 유통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李東垣이 “大腸主津, 小腸主液, 大腸小腸受胃之榮氣, 乃能行津液於上焦, 灌漑皮毛, 充實腠理”이라 하였듯이 津液은 일차적으로 중초에서 기원하고 상초로 유통되면서 그 기능을 발휘합니다. 따라서 이를 주관하는 中氣 운행의 이상은 津液의 불통과 변성을 초래하게 되는데 그 병리적 산물을 痰飮이라 규정합니다. 결국 정상적으로 津液으로 화하지 못한 유동물들이 痰飮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는 주로 ‘陽化氣’ 기능의 이상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총괄하자면 痰飮은 氣와 水液의 대사과정 이후 산생되는 濁陰을 총체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처리되지 않을 경우 병리적으로 작용하는 추상적, 구체적 물질을 광범위하게 의미합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痰은 성질이 중탁하고 점조한 것으로, 飮은 맑은 것으로 이해되었고 飮은 水와도 그 의미가 연결됩니다.
『東醫寶鑑』에서는 “飮者, 因飮水不散而爲病; 痰者, 因火炎熏灼而成疾. 故痰形稠濁, 飮色淸.”이라 하였습니다.
『金匱要略』에서는 飮病을 병증이나 병위에 따라 留飮, 癖飮, 痰飮, 溢飮, 流飮, 懸飮, 支飮, 伏飮으로 구분하였는데 飮에 의한 병증은 기본적으로 陰證에 해당하므로 『臨證指南醫案』에서는 “陰盛陽虛, 則水氣溢而爲飮.”이라 하였습니다.
『本經疏證』에서는 “水와 飮은 형질이 있지만 濕은 형질이 없다”는 전제에서 형질에 입각하여 “濕은 널리 퍼져있는 안개나 이슬 같은 氣이고, 飮은 그릇 안에 담겨있는 것이며, 水는 가득 차서 사방으로 넘치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飮과 水는 성상은 기본적으로 동일합니다.
그러나 『本經疏證』에서는 飮은 水처럼 경계도 없이 아무 곳에나 넘치지[橫溢] 않고 반드시 장부에 붙어서 병증을 유발한다고 하였습니다. 飮에 의해 유발된 병증은 주로 고착성을 띠는 반면, 水에 의한 경우는 병증이 나타나는 범위가 일정하지 않거나 광범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本經疏證』에서는 “형질이 있는 것은 생함으로 말미암아 변화한 것[由生而化]이고 형질이 없는 것은 변화로 말미암아 생하는 것[由化而生]이다. 化는 변하는 것이며 生은 일으키는 것[化者化之, 生者發之]이므로 치료가 본래 다르다”고 하였습니다.
이를 총괄하자면 濕은 氣化의 부산물중 형질이 없는 것으로 증기와 같은 상태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濕에 의한 병증은 정상적인 氣化 과정의 회복을 통해 ‘化濕’을 유도해야 합니다.痰과 (水)飮은 비정상적 氣化의 부산물로서 津液의 병리적 상태입니다.
증기가 맺혀 물방울이 되듯 형질이 있고 고착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이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氣化 과정의 회복과 함께 병리적 형질에 대한 축출[祛痰, 逐飮, 逐水]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肺勝格의 구성과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肺勝格: 少府, 魚際 보; 陰谷, 尺澤 사
‘少府, 魚際 보’는 호흡을 주관하는 肺와 혈행을 주관하는 心의 火穴을 배혈한 것으로 心肺에서 발하는 宗氣의 작용을 고양시키는 구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초에 淸陽을 상달시키며 胸中의 陽氣를 선통시키는 작용을 발휘합니다. ‘陽化氣’하므로 흉격간에 濁陰이나 痰濁이 정체되는 것을 막습니다. 『千金方』에서는 魚際가 “痺走胸背, 不得息”을 다스릴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陰谷, 尺澤 사’에서 腎水의 送穴인 陰谷은 다른 경락의 水穴과 배혈하여 水飮을 구축하는 효능을 발휘하고, 尺澤은 肺의 선발, 숙강 기능 이상으로 水飮이 정류하고 범람하는 것을 다스립니다.
이 배합은 주로 상초의 水飮을 다스리지만 肺氣의 운행 불리에서 기인한 水飮證에 부위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尺澤의 주치로 『鍼灸甲乙經』에 “心膨痛, 心痛卒欬逆”, 『千金方』에 “短氣, 脇痛, 心煩”이 언급된 것이 이러한 측면을 반영합니다. 한편 경우에 따라 陰谷 대신 陰陵泉을 취하여 太陰經의 혈들만의 배합을 운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총괄하면 肺勝格의 기본 운용 목표는 痰飮, 水飮의 정류를 개선시키는 것인데 肺勝格은 肺熱補의 구성과 동일하게 補火瀉水하도록 구성되어 있으므로 주로 水飮의 정류에 의한 陰證을 다스립니다.
『傷寒明理論』에서는 “表寒也·裏寒也, 協水飮則必動肺, 以形寒寒飮則傷肺故也”라 하여 내외의 寒氣와 水飮에 의해 肺가 쉽게 상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少府, 魚際 보’는 胸中陽氣를 고양하여 肺氣를 선통시키고 陰證을 다스립니다.
『靈樞·本藏』에서 “肺大則多飮, 善病胸痺·喉痺·逆氣”라 하였듯이 肺氣가 선통되지 않으면 상초와 흉격에 水飮이 정류하거나 범람하게 되는데 ‘陰谷, 尺澤 사’가 이를 다스립니다. 肺는 ‘水之上源’이자 ‘貯痰之器’이므로 水를 총괄하는 腎의 이상으로 水飮이 범람하면 그 이상 징후가 肺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陰谷, 尺澤 사’는 肺寒의 상황을 개선시키면서 특히 肺와 腎 기능의 실조에서 유발된 水飮의 과잉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강좌(15)
■ 肺勝格(2) ■
지난 시간에 이어 肺勝格의 효능에 대해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肺勝格은 肺熱補의 구성과 동일하게 補火瀉水하도록 구성되어 있으므로 形寒·寒飮으로 肺가 상한 것을 다스리기에 적합합니다. 따라서 陰盛內寒의 병기를 개선시키고자 할 때도 운용됩니다.
『素問·調經論』에서는 陰分에 邪氣가 성하여 內寒하게 되는[陰盛生內寒] 병기에 대해 “厥氣上逆, 寒氣積於胸中而不寫, 不寫則溫氣去, 寒獨留則血凝泣, 凝則脈不通, 其脈盛大以濇, 故中寒”이라 하였습니다.
“厥氣上逆, 寒氣積於胸中而不寫”란 陰分의 邪氣가 寒邪로 작용하여 흉중에 응체되었음을 의미하는데 그 결과 肺氣의 선통과 숙강 기능을 비롯한 宗氣의 추동력이 제약받게 됩니다.
“溫氣去, 寒獨留則血凝泣, 凝則脈不通”은 宗氣의 추동력이 제약을 받아 혈맥내에서 營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음을 의미하는데 그 결과 내부가 한랭해지며 제반 대사 기능은 침체되고 말초로의 순환장애가 나타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발된 제반 순환장애, 대사장애, 근골격계의 통증성 병변 등을 다스리기 위해 肺勝格이 운용될 수 있는 것이죠. 이는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傷寒明理論』에서 “表寒也·裏寒也, 協水飮則必動肺, 以形寒·寒飮則傷肺故也”라 한 내용과도 연계지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암침법을 운용하시는 분들은 寒邪에 의해 초래된 痛痺의 치법으로 大腸勝格이 제시된 것을 아실 겁니다. 보통 동결건과 같은 한성견비통의 치법으로 많이 운용되고 있고 芝山의 의안에도 관련 기록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大腸勝格 역시 肺勝格과 마찬가지로 補火瀉水하도록 熱補의 구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寒邪에 의해 초래된 병변이나 제반 陰證을 다스린다는 측면에서는 肺勝格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大腸勝格을 구성하고 있는 혈들은 모두 陽經의 혈이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해서는 陰分에서 유래한 병변이나, 초기에는 邪氣가 겉에 머물러 병위가 陽分에 있었던 병증이 陰分으로 진행이 되어간 상황을 다스리기에는 그 작용이 충분히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大腸經과 표리 관계를 이루는 肺經을 다스리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는데 이에 적절한 치법이 肺勝格이라는 것이죠. 따라서 肺勝格은 形寒·寒飮의 상황에서 초래된 근골격계의 통증성 병변에 광범위하게 운용될 수 있으며 특히 陰分에서 유래한 痛痺를 다스리는데 적절한 치법이라는 것입니다.
보통 상초의 흉곽 이상에서 발생한 견비통, 항강, 배통, 흉협통 등에 운용할 기회가 많으며 흔히 환자들이 담 결린다고 호소하는 통증성 병변에 좋은 효능을 보입니다. 이런 경우 순경 취혈의 방식으로 다른 경맥을 취하더라도 肺勝格의 ‘陰谷, 尺澤 사’만을 취하여 병용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한편 개인적으로 병증의 판단과 선혈을 위해 복진을 이용하는 편인데 肺勝格을 운용해야 할 경우는 일반적으로 우측에 복압이 증대되고 天樞를 중심으로 압통이나 경결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는 『難經』에서 肺의 內證으로 “臍右有動氣, 按之牢若痛”이라 한 내용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또한 左肝右肺설과 연계를 지어서도 사암침법에서는 우협통에 肺經을 운용하라 하였으며 肺勝格의 적응증이 기본적으로 氣와 水飮의 병증이므로 우측에 그 이상이 반영될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水飮의 정류에 의해 병증이 완고할수록 징후가 하복부로 뚜렷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만 기본적으로 氣分의 병증이므로 경결이나 구급이 나타나더라도 미만성의 양상을 보입니다.
배꼽 주위의 피하층에서 경계가 불분명한 몽글몽글한 덩어리가 잡히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이는 乾薑증의 복증인 ‘結滯水毒’과도 유사하다고 봅니다. 복진에 능하신 분들께서는 한번 관심을 가지시고 임상적 검증을 해나가기를 바랍니다.
한편 水飮에 의해 유발되는 병증이 다양한 만큼 肺勝格은 변용도 많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치법이 痰眩方입니다.
痰眩方: 少府, 魚際 보; 太白, 太淵 사
“痰盛嘔吐, 頭重不擧”한 痰暈의 치법으로 제시된 것인데 肺正格의 보사를 그대로 뒤집어 놓은 肺勝格(Ⅱ)형입니다. 이 경우 ‘少府, 魚際 보’는 흉격이나 심하의 痰飮으로 울결된 혈기를 퍼뜨려 淸陽을 오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太白, 太淵 사’는 ‘生痰之源’인 脾와 ‘貯痰之器’인 肺간의 연계 고리를 약화시킴으로서 痰飮이 형성되는 기전을 차단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치방은 痰飮에 의해 야기된 어지럼과 그 동반 증상들에 광범위하게 운용됩니다.
편두통이나 그 전조증으로 구역감이 들고 머리가 무거워 들지 못하는 경우, 약물 복용 이후 발생한 어지럼, 전정신경염, 양성돌발성 체위성 어지럼, 메니에르병, 소뇌의 이상에 의한 균형감각 장애, 사고나 타박시 뇌의 손상(뇌진탕)으로 인한 후유증 등이 痰暈과 관련되는 대표적인 병증들이죠.
일대일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半夏白朮天麻湯을 운용해야 하는 두통이나 어지럼에 일차적으로 운용을 고려할 수 있는 치방이라고 생각하셔도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한편 간질[癲癎]도 痰暈의 범주로 보기도 합니다.
『醫學綱目』에서는 癲癎은 頭眩을 주증으로 한다고 하고 “痰在膈間則眩微不仆; 痰溢膈上, 則眩甚仆倒於地而不知人, 名之曰癲癎”이라 하였습니다.
痰眩方을 운용한 芝山의 치험례는 癲癎을 앓은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내용입니다.
『사암침구정전』의 저자인 정호영 씨는 痰眩方이 癲狂과 현훈의 치료법으로 상당히 치료율이 높다고 하였고 보통 3회 이내에 뚜렷한 반응이 오고 10~15회로 완치되는 경우가 많으며 철저한 사암침의 보사론에 따라 치료를 시행할 경우 임상에서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간대성 경련을 동반하는 전신 발작의 치료 효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요즘에야 간질 발작을 호소하여 한의원을 내원하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다 보니 간질을 목표로 운용할 기회는 많지 않지만 부분 발작이나 간질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 이에 근거하여 痰眩方을 운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과거 일산화탄소나 유해가스에 의한 중독, 산소부족, 정신적 충격 등에 의해 유발된 갑작스러운 의식상실을 客忤, 鬼擊, 飛戶라 하였는데 少府, 魚際를 보하는 痰眩方이 이런 경우에도 운용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강좌(16)
■ 肺勝格의 변용 ■
痰飮이나 水飮에 의한 병증이 무척 많다보니 肺勝格은 매우 다양한 용도로 운용되며 변용방들도 다양합니다. 이를 살펴보겠습니다.
가. 氣鬱方
氣鬱方 : 少府, 魚際 보; 經渠, 三里 사
▲사암이 “氣鬱散之, 實也”라 하여 제시한 치법으로 肺勝格의 변용입니다.
肺經의 金穴인 經渠를 사한 것은 胸陽의 약화로 肺氣의 선통에 부하가 걸린 것을 직접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胃氣가 상역하면 肺氣가 정상적으로 숙강하지 못하므로 三里를 사하여 이를 다스리고자 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胸陽를 고양시키고 肺의 부하를 덜어 肺氣의 숙강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고안된 치법으로 보자면 만성기관지염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에 운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호흡기계 질환에서 유래한 흉협통에도 운용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 치방은 肺脹을 다스리는 金鬱方(少府, 魚際 보; 經渠, 復溜 사)과도 유사한데 전반적으로 효능은 유사하다고 봅니다.
▲우울이나 불안장애시 발생하는 胸陽不振의 호흡곤란 상황에도 운용할 수 있습니다.
나. 鬱痰方
鬱痰方 : 太白, 太淵 보; 陰谷, 尺澤 사
▲肺正格과 肺勝格을 병용한 치법입니다. ‘太白, 太淵 보’는 肺氣의 울결로 진액이 痰으로 화하는 것을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陰谷, 尺澤 사’는 滌痰의 효능을 유도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痰이 물러가면 울열도 자연히 해소됩니다.
밥그릇에 말라붙은 밥찌꺼기를 떼기 위해서는 먼저 그릇을 물에 불려놓듯이 이 배합은 肺에 진액을 불어넣어 痰이 배출되기 쉽게 해주고 ‘陰谷, 尺澤 사’를 통해 痰의 직접적인 배출을 유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丹溪心法』에서는 鬱痰에 대해 “老痰이나 燥痰과 같으며 火痰이 心·肺의 사이에 울체된 것이 오래되어” 생긴 것이라 했습니다.
肺氣不暢에서 기인한 울열이 진액을 痰으로 화하게 하고 이것이 완고해지면 鬱痰이 되는 것입니다. 鬱痰은 완고한 痰涎으로서 빛깔이 어둡고 갖풀처럼 걸쭉해져 잘 뱉어지지 않습니다.
기침을 오래 동안 앓는 경우나 노인들에게서 잘 나타나는데 가래가 거의 없는 乾咳의 상황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鬱痰의 정체로 “胸滿, 多毛焦而色白, 面如枯骨, 咽乾·口燥, 咳嗽·喘促” 등이 나타난다고 하였습니다.
痰이 흉부에 정체해 있으므로 胸滿, 咳嗽·喘促하는 것이고 진액이 응결하여 痰이 되었으므로 咽乾·口燥하며 毛焦而色白, 面如枯骨하게 되는 것이죠. 이 경우 대소변의 소통도 좋지 않게 됩니다.
▲肺의 울열을 해소하고 그에서 유발된 燥熱을 다스리고자 한다면 肺正格을 운용하고 滌痰에 중점을 둔다면 鬱痰方을 운용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한편 鬱痰方은 점조한 분비물이 배출되는 만성 비염이나 부비동염에도 운용할 수 있습니다.
다. 濕痰方
濕痰方 : 尺澤, 陰陵泉 보; 太白, 太淵 사
▲脾는 生痰之源이며 肺는 貯痰之器이므로 脾經과 肺經의 조절을 통해 痰證에 대처하는 방법으로서 太陰經의 혈들로만 구성되었습니다.
『醫宗必讀』에서 脾는 濕土로서 “喜溫燥而惡寒潤” 하지만 肺는 燥金으로서 “喜량潤而惡溫燥”한다 하고 痰飮의 병증시 脾에는 蒼朮, 白朮, 南星, 半夏가 요약이 되고 肺에는 貝母, 知母, 天門冬, 麥門冬, 地黃, 桔梗이 요약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濕痰方은 이 원칙에 입각해 구성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喜溫燥而惡寒潤”하는 脾를 다스리기 위해 太白, 太淵을 사하였고 “喜량潤而惡溫燥”하는 肺를 다스리기 위해 尺澤, 陰陵泉을 보한 것입니다.
太白, 太淵을 사한 것은 지난 시간 언급한 痰眩方에서처럼 脾와 肺의 연계를 약화시켜 痰의 생성을 제어하기 위한 방법으로 해석됩니다. 土穴을 사한 것으로 보아도 濕에서 유래된 痰을 다스리기 위한 방법임을 알 수 있습니다.
‘尺澤, 陰陵泉 보’는 肺寒補를 변용한 것입니다. 사암이 하치통을 肺火에 의한 것이라 하여 尺澤, 陰陵泉을 보한 예로 보자면 이는 진액을 훈증하여 痰으로 화하게 하는 ‘伏火’를 제어하고 진액을 보전하기 위한 방법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이 치법은 『要訣』에서 제시한 肺寒補(陰谷, 尺澤 보; 太白, 太淵 사)와 같은 구조입니다. 火穴을 직접 사하지 않고 水穴만을 보하는 것으로 보아 적응증에서 열의 징후는 가볍거나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醫宗必讀』에서는 痰이 脾에 있는 것을 濕痰이라 하고 그 증세로 “脈緩, 面黃, 嗜臥不收, 腹脹食滯, 其痰滑而易出”을 언급하였습니다. 이는 濕鬱, 濕勝에 의해 유발되는 전형적인 증세들입니다.
이재원 선생은 이를 인용하여 濕痰方의 적응증으로 언급하였으나 상기 증세들은 일반적으로 脾正格이나 脾勝格, 胃正格 등의 적응증에도 해당합니다.
따라서 상기 증세들만을 근거삼아 濕痰方을 운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단 濕痰方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濕痰에 의한 전형적인 증세들 이외에도 이와 결부된 伏火의 징후들을 확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 肺正格의 변용 ■
肺正格 역시 여러 개의 변용방들이 제시되어 다양한 병증에 운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임상에서 운용되는 빈도수도 높습니다. 이번 회에는 중요한 두 가지 치법을 살펴보겠습니다.
가. (肺系)瘀血方
太白, 太淵 보; 曲池, (外關) 사
* ‘太白, 太淵 보’는 肺正格의 일부입니다. ‘肺朝百脈’하고 營(血)의 운행은 肺氣의 운행에서 비롯되므로 肺氣의 운행불리는 혈의 운행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즉 肺氣의 선통에 의한 宗氣의 운행은 營(血) 순환의 전제 조건이 됩니다. 따라서 肺正格의 변용으로 血證에 대처한다는 것은 宗氣를 추동시켜 脈中에서 영혈의 흐름을 정상화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어혈은 혈이 맑지 않아서 凝滯不行하는 脈의 병입니다. ‘氣爲血師’라 하였듯이 ‘太白, 太淵 보’의 배합은 肺氣를 선통시켜 營(血)을 운행시키는 한편 潤하는 작용을 통해 굳은 것을 부드럽게 해주어 결과적으로 혈맥의 운행을 원활하게 하는 방법으로 운용될 수 있습니다.
* 曲池를 사하여 太陰經과 표리를 이루는 陽明經을 제어하였습니다. 사암침법에서 표리관계를 이용한 몇 안 되는 치법으로서 陽明經을 제어하여 太陰經의 순환을 강화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曲池는 肺經의 非天符要穴입니다.
어혈의 치료원칙은 活血袪瘀生新이므로 결과적으로 潤燥작용을 통해 活血을 돕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外關은 관용적으로 많이 사용되나 출처가 불명하며 瘀血方에 필수적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 瘀血方이 어혈증을 대상으로 운용되는 만큼 그 적응증도 매우 다양합니다.
⇒ 근골격계 질환 : 타박이나 외상으로 인한 손상, 기능장애 등 과거의 육체적 손상 여부가 중요한 정황 근거가 됩니다. 다만 이러한 경력만으로 어혈증을 진단하는 정황근거일 뿐 확진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특히 타박이나 관절 염좌의 초기에는 체액이 정류하고 부종이 발생하는 濕鬱이 주가 되기도 하므로 이 경우 일괄적으로 어혈증으로 규정지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순환기계 질환 : 宗氣 추동력 저하에서 유발되는 말초 순환계의 장애에도 운용될 수 있습니다.
⇒ 생식기계 질환 : 여성의 골반강내 병증에도 많이 운용됩니다. 그러나 골반강내 병변은 肝鬱의 병기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肝經을 다스려야할 때와 구분해야 합니다.
⇒ 출혈성 질환 : 혈맥에서 벗어나 있는 혈은 어혈이 됩니다. 사암은 咳血증의 치법으로 瘀血方을 제시하였습니다.
* 한편 어혈이 정류하게 되면 복진상 臍傍痛, 少腹急結, 少腹滿과 같이 주로 배꼽 주위나 하복부에서 저항, 압통, 종괴 등이 나타납니다. 이를 목표 삼아 (肺系)瘀血方을 운용할 수도 있지만 어혈증은 肝鬱에서 기인하는 경우도 많으며 그 이상이 골반강인 하복부에서 반영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瘀血方은 구성상 宗氣의 순행을 주도하는 肺經을 통해 어혈을 다스리도록 되어 있으므로 엄밀하게 보자면 肝鬱이나 積熱로 유발된 어혈증을 다스리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大黃牧丹皮湯, 抵當湯, 桃核承氣湯證과 같은 大黃증을 수반하는 경우에도 (肺系)瘀血方의 작용은 약하거나 미미한 것으로 보입니다.
* 글쓴이의 소견으로는 宗氣의 추동력 이상에서 기인하는 어혈증은 주로 동맥 순환의 부전과 관련된 병증이 많으며 그 이상은 주로 대동맥이나 그 분지가 복부를 관통하는 부위에서 반영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難經』에서 肺病의 內證으로 “臍右有動氣, 按之牢若痛”이라 하였으므로 제반 어혈의 징후를 나타내면서 배꼽의 오른쪽에서 저항, 압통, 종괴 등이 나타나는 경우에 (肺系)瘀血方을 운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나. 酒痰方
太白, 太淵 보; 大敦, 隱白 사
* “음식이 소화가 안되며 또는 술 마신 후에 차를 많이 마셨거나 술 마신 다음날 식욕이 없고 신물을 토하는” 酒痰證의 치법으로 제시되었는데 실제는 肺正格과 脾正格의 병용입니다.
『明醫雜著』에서 “若老痰, 飮酒之人多有之, 酒氣上升爲火, 肺與胃脘皆受火邪, 故鬱結而成”이라 하였듯이 술에 의해 유발된 화는 肺에서 정상적인 진액의 생성을 방해하고 담을 조장합니다.
따라서 肺正格을 기본으로 삼아 脾精이 肺로 상승하여 진액이 정상적으로 산생될 수 있도록 유도하였습니다. 그리고 脾正格의 ‘大敦, 隱白 사’를 취하여 술에 의해 脾氣의 손상과 그에서 유발된 木鬱의 상태를 개선시키고자 하였습니다.
* 酒痰方은 일단 음주후 숙취로 인한 두통, 頸項强, 속쓰림, 메스꺼움, 구역, 大便不爽, 泄痢下重, 치질 등에 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잦은 음주로 인한 만성 질환에도 운용됩니다.
* 酒痰方은 코의 혈관이 확장되어 붉게 된 증후인 準齄에도 운용됩니다. 準齄는 보통 혈열이 오랫동안 肺에 들어가 발생한 것이라 하는데 일반적으로 음주나 습열지물의 섭취에 의해 유발됩니다.
그러나 이에 의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코나 얼굴에서 나타나는 혈관 확장증이나 비강내의 충혈이 심한 코막힘에도 운용할 수 있습니다. 코는 肺之竅이면서도 얼굴 중앙에 위치하여 脾에도 배속되기 때문에 肺正格과 脾正格의 병용인 酒痰方은 코의 병증을 다스리기에 적절함을 알 수 있습니다.
* 한편 黃元御는 『素問縣解』에서 “入五藏則脾土下陷, 肝木抑遏, 少腹滿閉塞, 下爲飧泄, 久爲腸澼不斂也”라 하였는데 이는 과민성대장 증후군의 병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에 근거하면 脾氣를 상승시켜 肝氣의 울체를 해소하는 것이 치법이 되는데 酒痰方은 구성상 이를 다스리기에도 적합합니다
■ 大腸正格 ■ ■ 大腸正格과 項上(耳下)結核 ■ ■ 척주의 병증에 대한 陽明經과 太陰經의 운용 ■ ■ 大腸勝格과 痛痺 ■ ■ 脾正格의 운용 ■ ■ 脾勝格의 운용 ■ ■ 脾熱補와 水飮 ■ ■ 胃正格의 운용 ■ ■ 胃勝格과 관련 치법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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