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에 효과 큰 약물 비법
치질은 침과 약으로 근본 치료 할 수 있다 |
민용기/ 龜潭醫林 항문질환의 대명사는 역시 치질을 꼽을 수가 있다. 기타 치루와 탈항 등도 고질적인 항문질환이라 하겠다. 이 치질을 치료함에 있어 보통 의자(醫者)나 환자는 치핵을 제거하기만 하면 치료되는 줄로 생각하는데, 그것은 커다란 착각이라 하겠다. 항문은 대장의 연장 속에 있는 직장의 일부분이다. 대장은 대변의 형성과 저장은 물론 수분의 일부를 흡수하는 기관이다. 대장경은 양명조금(陽明燥金)이라 하여 그 경기(經氣=에너지)는 인체(人体)의 수기(水氣)와 습기(濕氣)를 강력히 흡수하고 말려버리는 힘을 갖고 있다. 마치 가을 땡볕과 같은 에너지가 발산되는 경락(經絡)이 대장경이다. 날씨가 궂으면 몸이 무겁거나, 습진 등 몸이 질퍽거리는 경우 보(補)해주면 엄청난 효과를 초래하는 경락이 대장경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변(大便)을 형성시키는 데 양의(洋醫)들은 그저 대장의 기능으로만 치부해 버리는데 이는 참으로 한심하고 중대한 오류를 범한 것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인체(人体)는 부분이 아닌 전체(全体)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가동됨을 의자들은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한다. 대변(大便)이 형성되기까지는 첫째 폐의 숙강작용(肅降作用)이 절대적이다. 폐와 대장은 음양의 (陰陽) 부부관계로서 폐가 숙강작용을 하지 못하면 변을 내보낼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늘 배가 더부룩하고, 대장의 탁기(濁氣)로 인해 머리가 맑지 못하고, 피부에 온갖 지저분한 질환들이 발생한다. 둘째 비주운화(脾主運化)와 위(胃)의 강탁작용(降濁作用)이 도와주지 못하면 대장의 기능은 발휘될 수 없다. 비장(脾臟)이 음식을 잘 흡수하여 수분을 토생금(土生金)의 원리에 따라 폐로 올려야 하며 위장(胃臟)은 받아들인 음식을 토생금(土生金)의 원리에 따라 적절히 하강시켜야 대변의 형성이 가능한 것이다. 셋째 간주소설(肝主疏泄)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어야 대장이 제 할일을 할 수 있다. 흔히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라 하여 신경만 쓰면 변비가 생기기도 하고, 설사가 되기도 하고, 배가 살살 아프기도 하는데, 이것은 간기울결 전형적인 증상이다. 이것은 대장 내시경 검사나 C.T 촬영을 한다 해도 밝혀낼 수 없다. 넷째로 신주온후작용(腎主溫煦作用)이다. 즉 신장의 따뜻한 기운이 삼초를 통하여 대장으로 유입되어야 대변이 묽거나 설사가 되지 않고 변이 적절히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 흔히 신설(腎泄=晨泄)이라 하여 새벽만 되면 설사가 나온다든지, 평생 시원하게 대변다운 대변 한번 보지 못하고 지내온 사람들은 대장의 문제가 아니라 신장의 온후작용(溫煦作用), 즉 양기발산작용(陽氣發散作用)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와 같은 변증(辨證)의 직관(直觀)이 결여된다면 평생 내시경검사나 받다가 일생을 그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섯째 대장은 조습(燥濕) 기능을 발휘하여 대변에 형성되어 있는 축축한 기운을 말려 버리고 밖으로 내보내는 연동운동을 한다. 이것이 최종적으로 대변이란 형태로 나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찰한다면 치질이란 질환은 국소적인 항문에만 매달려 치핵을 제거한다고 하여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상기에서 열거한 오장의 한 기능만 망가져도 즉시 대변의 이상은 물론 치질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시안적으로 현상에만 집착하여 그저 항문이나 들여다보면서 치핵만 제거하고 있으니 치질이 재발하고 있는 것이다. ◎극소 치료 국소적인 치료로는 먼저 환자를 엎드리게 하여 항문에 건부항을 20~30분 붙여 놓는다. 그러면 항문이 나팔같이 뒤집혀 나오는데, 부항을 떼고 자세히 살펴보면 치질 뿌리 부분에 푸릇푸릇한 어혈이 보인다. 이 부분을 삼릉침으로 사정없이 쪼아 사혈해주면 악혈(惡血)이 상당히 배출된다. 사혈을 마친 후에 과산화수소나 의료용 염산으로 가볍게 소독해주면 서서히 회복이 된다. 4~5일 내지 일주일 정도 경과 후에 치료가 미진하면 다시 한번 상기 방법으로 재차 치료해두면 아주 극심한 증상이 아니라면 대개는 완치된다. 두 번째 방법으로는 결찰요법이 있다. 이는 환자를 무릎을 꿇게 하고 엎드리게 한 다음 눈으로 확인되는 외치를 핀셋이나 집게로 잡아당겨 뿌리 부분을 명주실로 야무지게 묶어 놓는 방법이다. 그러면 1주일 내외로 치핵이 부식되어 떨어지고 만다. 이때 주의할 점은 혼자 시술하지 말고 보조자가 반드시 옆에서 결찰 부위를 단단히 잡아주어야 한다. 그리고 결찰을 확실히 하기 위해 수술용 바늘에 실을 꿰어 치핵의 중심을 관통시켜 이쪽저쪽으로 실을 2~3번 잡아 돌려 결찰해야 한다. 그러면 확실하게 치료할 수 있다. 결찰요법은 증상에 따라 통증이 수반되는데 4~5일 정도 진통제를 복용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세 번째 방법으로는 염산키니네를 직접 치핵에 주입하여 썩혀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는 참으로 위험한 치료법이라 사용할 만한 일이 못된다. 이 방법으로 항문의 괄약근까지 손상되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필자는 수도 없이 많이 보았다. 후유증도 대단하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약물요법 치질에 사용되는 약물은 수백 가지도 넘는다. 그것을 모두 임상해보고 선별한다는 것은 한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여기에서는 필자의 스승이신 임창모 선생이 30년 이상 써온 비방약 한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약재를 법제하기가 조금 번거롭지만 기가 막힌 효과를 발휘하니 꼭 써보길 바란다. ▶처방 내용 황납(黃蠟) ․ 백반 각 4냥 고슴도치껍질 2마리 분량, 비자 8냥, 노봉방 ․ 조각자 ․ 천산갑 각 2냥, 죽염 5그램, 초오 2그램 ▶법제법 ①황단, 백반 : 같이 넣고 끓인다. 그러면 굳는데, 이를 건져내어 빻도록 한다), ②고슴도치 : 기왓장 위에 놓고 재가 될 때까지 굽는다. 굽는 과정에서 냄새가 고약하게 난다. ③초오 : 감두탕에 살짝 끓인다. 감두탕은 감초와 쥐눈이콩을 같은 분량으로 넣고 끓인 것을 말한다. ▶복용법 및 효능 상기 약재를 분발하여 풀로 오동나무씨 크기의 환을 짓는다. 이를 식전에 20~30알씩 복용한다. 3~4개월간 복용하면 대부분이 완치된다. 필자가 써본 약 중에 먹는 약으로는 최고로 꼽을 수 있다. 치질에는 고슴도치가 명약인데, 단방으로 고슴도치 기름만 구해서 치질에 발라주어도 대단한 효과가 있다. ◎후기 항문(肛門)은 고래(古來)로 혼문(魂門)이라 하여 사람이 숨을 거두면 영혼이 빠져나가는 마지막 곳이라 하였다. 따라서 평소 항문에 힘이 없고 대변이 세거나 탈항 기운이 있거나 밑이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자주 들 때는 생명의 기운(內攻)이 거의 쇠진(衰盡)했음을 인식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치질을 간단하게 국소적인 질병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치질은 전체적인 인체(人体)의 부조화의 결과이다. 나아가서 치질은 육식이나 화학적으로 가공된 서구식의 식생활 등 잘못된 문명의 결과이다. 이런 점을 인식한다면 치질의 예방과 근본 치료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 맥락에서 인체의 기(氣)를 조화롭게 하는 내공(內攻) 훈련 방법으로 각자에게 맞는 전통무술 하나쯤은 연마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필자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국궁(國弓)을 권하고 싶다. 국궁을 하다보면 항문 조이기와 단전호흡이 저절로 수련이 된다. 또 심폐 기능의 강화는 물론 고도의 정신수양까지 함양됨을 체험할 수 있다. 무지막지한 서양의 근육운동에 미쳐버린 현실 속에서 필자의 호소가 가냘프게만 느껴지지만 인연 닿는 독자라면 헤아려줄 것으로 믿는다. 고인이 이르시기를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이라 하였다. 즉 뜻이 있는 자 반드시 이루어진고 하였다. 또 천하무난사 지파유심인(天下無難事 只怕有心人)이라 하였다. 즉 천하에 어려운 일은 없는데, 다만 사람이 마음먹기를 두려워한다고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