症狀別 方劑處方/소화기계

치질

초암 정만순 2017. 11. 22. 18:15


치질



삼신환으로 치질(pilonidal cyst) 치료.


옛날, 본과 1~2학년 정도때 일이었을 거다. 그 당시 호일침 김광호 선생의 책을 열심히 읽었던것 같다. 그 책에 쓰여있기를, 김광호 선생은 동의보감을 닳고 닳을 때까지 또 읽고, 그 뜻을 파악하여 굉장히 실력을 높였다고 쓰여있었다. 그 이야기를 읽고, 열정을 갖고 하면 안될게 없구나, 한의학은 정말 심오하구나 생각하며, 한의학 공부에 대한 나의 동기부여를 더욱 견고히 했었다.


그런데 그 당시, 알고 지내던 외국인 K가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말 못할 병을 앓게 되었다고 나에게 진료를 부탁했다. 캐나다인이었고, 40대 중반, 맵고, 짠 한국 음식을 많이 먹다보니 영어로 Pilonidal Cyst라는 것이 엉덩이 부위에 생겼다는 것이다.

참고하세요 : https://en.wikipedia.org/wiki/Pilonidal_cyst


찾아보니, 일종의 치핵, 치질이었다. 한의학적 범주로 따지면. 알고 있는게 아무것도 없던 나는, 나름 본초 시간에 배웠던 괴각, 괴화, 지유, 등의 치질에 좋은 약도 생각을 했지만, 우선 동의보감을 펴보기로 했다. 김광호 선생의 이야기에 당시 꽂혀서이기도 했다.


동의보감 외형편 치병통치 부분을 펼쳤다. 보아하니, K와 아주 비슷한 상황의 치질에 잘 듣는 약이 있었다. 그것이 삼신환이었다. 승려가 많이 앉아있어서 생기는 치질에 쓴다는 처방이었다. 그런데 마침 K도, 오랜 좌식 생활을 해오던 사람이었다. 이 부분을 보고, 지각, 조각자(하), 오배자(초)의 정말 얼핏 보기엔 전혀 치질과 관계 없어 보이는 처방을 선뜻 조제해 외국인에게 줬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한 일주일 먹으니 싹 나았더란다. 나도 너무 신기했다. 이게 동의보감의 효과구나...

그런데 1kg이나 환약을 지어주어서(당시 학교 탕전실에서 지었는데, 양이 많이 지을 수밖에 없었다.) 또 그 증상이 도지면 먹으라고 티칭해줬다.


그 이후에도, 역시나 한국에 계속 있던 그 외국인은, 좌식 생활과, 매운맛 짠맛 음식으로 인해 Pylonidla Cyst가 몇번 재발했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때마다 그 약을 먹었다. 그리고 증상이 호전되었었다.


동의보감의 심오한 한의학 세계를 다시 한번 체감하는 때였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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