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정
해표제(解表劑)는 주로 육음(六淫)의 사기(邪氣)가 피부의 바깥에 있거나, 폐위(肺衛)에 침입한 증에 쓰이는 약물이다. 외감(外感) 초기에 오한, 발열, 두통, 맥부(脈浮) 등의 증상에 효과적이다. 마진(痲疹), 수종(水腫)의 초기에 표증의 증후가 나타나는 것과 풍습(風濕)이 표(表)에 있는 증상에 이르기까지 모두 쓸 수 있다. 열이 심하고, 가벼운 오한이 나며, 땀이 나거나 갈증이 심한 풍열표증(風熱表證)에는 신량해표(辛凉解表) 약물을 사용하는 반면, 신온해표(辛溫解表) 약물은 풍한표증(風寒表證)에 쓰인다. 반면 투진해표제(透疹解表劑)는 각종 마진(痲疹), 풍진(風疹), 소아 급진(急診), 성홍열, 습진과 같은 사진(疹) 등 각종 진병(疹病)의 초기에 발진이 잘 돋게 도와주는 약물이다. 진병은 초기에 발열 오풍이 있고 몸에 사진이 발생하는 것이 주증(主證)이지만, 각 질병의 발진(發疹) 상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마진(痲疹)은 어금니 근처의 구강 점막에 점막반(粘膜斑)이 출현하고, 발열한 지 3~4일 후에는 귀의 뒷부분에 피진(皮疹)이 나타난다. 풍진(風疹)은 발열표증이 나타나다가 인부(咽部)에서 붉은 점이 나타나고, 발열한 지 1~2일 만에 온 몸에 진점(疹點)이 나타난다. 소아 급진(急診)은 젖먹이 아이에게서 나타나는 것으로 발진하기 전에 갑작스런 고열이 있다가 발진 후 열이 가라앉으면서 진점(疹點)이 온몸으로 퍼지게 된다. 성홍열은 갑작스런 고열과 인후 동통을 동반하며, 화농이 생기고, 입 주위가 창백해진다. 습진은 피부를 긁으면 붉어지다가 작은 수포가 생긴다. 심하게 가렵고, 터지면 누런 진물이 나온다. ◎ 변증(辨證) 병의 증상과 증후를 진단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변증이라고 한다. 투진해표제(透疹解表劑)는 사진투발불출(疹透發不出)로 인한 번뇌조란(煩悶躁亂)이 주증이 되고, 천식과 인후종통(咽喉腫痛)은 차요(次要)의 증상이다. 마진 초기에 진(疹)이 불투(不透)하게 되고, 안으로 열이 심하게 울체되어 바깥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므로 번뇌조란이 나타나게 된다. 대부분 진독(疹毒)은 바깥으로 투달(透達)하게 하는 것이 순리인데, 진병(疹病) 초기에는 사기가 폐위(肺胃)에 있어서 먼저 신량(辛凉)의 약물로 투진(透疹)시켜 사기를 제거한 후 바깥으로 내보내야 한다. 동시에 청열해독 약을 신약(臣藥)으로 삼아 장부의 열사(熱邪)를 가라앉혀서 내려 보내야 한다. 따라서 진병 초기의 주증(主證)에는 승마, 갈근, 우방자, 담죽엽, 박하, 형개 등의 신산투진(辛散透疹)의 약물을 선택하여 군약(君藥)으로 쓴다. 진병의 사기(邪氣)를 투해(透解)시킬 때는 한량(寒凉) 약을 지나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또한 공하법(攻下法)을 함부로 응용해서는 안 되며, 사기가 안으로 들어가 다른 질병으로 변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 입법(立法) 변증이 되면 처방 약물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를 입법이라고 한다. 투진해표(透疹解表)에서의 입법은 투진해표와 청설폐위(淸泄肺衛)다.
◎ 처방(處方) 입법이 되면 군약, 신약, 좌약(佐藥), 사약(使藥)의 배합 원칙에 따라 구체적인 약물과 양을 정하게 된다.
◎ 처방례 죽엽유방탕(竹葉柳蒡湯) 군약 : 서하류(西河柳) 6그램, 담죽엽 1.5그램, 초(炒)우방자 4.5그램 신약 : 박하 3그램, 갈근 4.5그램, 형개 4.5그램, 선퇴 3그램 좌약 : 지모 3그램, 현삼 6그램, 맥문동 9그램 사약 : 감초 3그램 ▶ 복용법 : 원방(元方)의 배합에 비례하고, 병정(病情)을 참작하여 용량을 증감한다. 속의 열이 심할 경우에는 석고(石膏) 6그램과 동미(冬米)를 아주 조금 가(加)한다. 물로 달여 복용한다. ▶ 처방 해설 : 방(方) 중에 서하류의 성미는 감평(甘平)하고, 약성이 폐경(肺經)과 위경(胃經)에 작용하므로 투진의 요약(要藥)이 된다. 담죽엽은 상초(上焦)를 청(淸)하여 번열(煩熱)을 제거하며, 우방자는 풍열을 흩어지게 하여 투진해독시킨다. 형개와 갈근은 주리(理)를 열어 피모(皮毛)를 통해 투진외출(透疹外出)을 돕는다. 지모, 현삼, 맥문동은 번열을 가라앉히고, 진액을 생진(生津)시킨다. 감초는 모든 약물을 조화시키는 효능 외에도 군약과 신약의 신조(辛燥)한 성미를 완화시켜 정기(正氣)가 상하는 것을 예방한다.<참조 : 『한약 처방의 구성 원리』 영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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