症狀別 方劑處方/피부 비만

백납,‘추풍환’과 ‘전풍산’

초암 정만순 2016. 8. 19. 11:29



백납,‘추풍환’과 ‘전풍산’


얼룩덜룩 백납,‘추풍환’과 ‘전풍산’ 쓰면 해결된다


■ 이정ㅣ동서의학연구가


 백납은 피부가 부분적으로 탈색되어 여러 가지 형태의 백색 반점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피부 가려움증 등은 없지만, 피부가 하얗게 변하면서 얼룩덜룩해지므로 미용상 흉하게 된다. 대개 손가락, 발가락, 무릎, 팔꿈치, 눈 주위, 입 주위, 코 주위, 겨드랑이, 손목 안쪽에 잘 생긴다. 심한 경우에는 몸통이나 얼굴, 혹은 머리카락까지 탈색되기도 한다. 유병율은 전체 인구의 0.5~2퍼센트에 이를 정도로 높고, 발생 연령은 20세 전이 5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백납이 생긴 부위는 색이 하얗다는 것 외에는 다른 부분의 피부와 다른 것이 없다. 손으로 만져서도 별다른 이상이 없다. 백납의 흰색 반점 주위에는 오히려 색소가 밀집하여 짙은 갈색을 이루기 때문에 흰색 반점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진행 과정은 조그만 흰색 반점이 생겨서 평생 동안 그대로 있는 경우도 있고,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전신으로 퍼지는 경우도 있다.
전통의학에서는 백납을 백전풍(白?風)이라고 하며, 외부나 내부에서 비롯된 풍(風)을 원인으로 생각한다. 특히 폐의 풍이 원인이라고 본다. 전통의학에서 폐는 피부를 관장하는 장부이고, 흰색을 주관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납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피부만 국한하여 생각하기보다는 폐의 기능을 살리고, 체내에 차 있는 풍을 발산시키는 것에도 역점을 두어야 한다.
풍은 오늘날의 개념으로 보면 독가스에 해당한다. 오늘날은 화학 첨가제로 가공한 식품과 화학 농약으로 재배된 농산물이 만연해 있다. 또 가축과 양식 어류는 화학 성장호르몬제와 화학 항생제가 첨가된 사료로 길러지고 있고, 주거 공간은 화학 건축자재와 화학 페인트로 지어지고 있다. 또한 생활용품은 화학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대기는 화학 중금속 물질에 의해 오염되어 있다. 사정이 이러니 입과 코와 피부를 통해 화학 독소가 무차별적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폐와 피부의 조직이 파괴됨으로써 백납과 같은 질환이 나타나는 것이다.
필자는 지금부터 15년 전쯤 오른쪽 손목과 엄지손가락에 생긴 백납으로 고민하고 있는 50대 남성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대기업의 중역으로 대외적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할 입장에 있었는데,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할 때면 보기 흉해 여간 민망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간 1년 넘게 양방 병원 피부과에 다니면서 화학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고, 처방해 준 화학약을 먹었으나 오히려 환부가 점점 커져 절망감이 크다고 했다. 아는 사람의 소개로 환자를 만나 보니 오른쪽 손목 안쪽과 엄지손가락 안쪽이 하얗게 탈색이 되어 있었고, 손등 쪽으로도 약간 번져 있었다. 백납임이 분명하다고 판단되어 담배와 화학약을 일체 끊을 수 있냐고 물었다. 백납을 고치려면 폐와 피부에 독소가 차는 걸 일단 차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환자는 무슨 일이든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확답을 하였다. 그래서 『동의보감』에 실려 있는 ‘추풍환(追風丸’에 몇 가지 약재를 가미하여 복용시키는 한편, 집안에서 내려오는‘전풍산(癲風散)’이란 외치제(外治劑)를 주어 바르도록 했다. 그 결과 환자는 한 달 후 피부가 본래의 색을 되찾았다며 안면에 웃음이 가득한 채 필자를 찾아왔다. 필자로서도 환자의 병고가 해결되었다는 것 이상으로 더한 보람이 없어 뿌듯한 마음이 들었고, 그 후 자신감을 갖고 여러 명의 백납 환자를 고쳐 주었다.

[백납 치료법]


◎ 추풍환(追風丸)


▶ 처방 내용 : 주염나무열매 1,200그램, 황기 450그램, 백하수오·원방풍·형개수·고삼·백출·창이자 각 160그램
▶ 만드는 법 : 주염나무열매의 씨를 없앤 다음, 사기그릇에 넣고 물로 달여 고약처럼 되게 한다. 그러고 나서 나머지 약재들을 가루 내어 넣고 오동나무씨 크기의 알약을 만든다.
▶ 복용법 : 식후 30분에 50~60환씩 청주(淸酒) 또는 감잎차로 복용한다.
▶ 처방 풀이 : 상기 처방의 주염나무열매는 약성이 폐경(肺經)과 대장경(大腸經)에 작용하여 독소를 없애는 데 효과가 있는 약재이다. 백하수오는 간과 신장을 보하여 정혈(精血)을 불려주고, 원방풍과 형개수는 독기를 발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밖에 고삼은 체내의 불순한 습(濕)을 없애 피부병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 전풍산(癲風散)


▶ 처방 내용 : 부자·천오·초오 각 4그램, 경면주사·웅황 각 2그램 유황 1.2그램 사향 0.8그램
▶ 사용법 : 상기 약재를 분말하여 참기름이나 들기름에 개어 환부에 자주 바른다.
▶ 처방 풀이 : 상기 처방의 부자·천오·초오는 체내의 풍한습(風寒濕)을 없애 피부 말초혈관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데 효능이 있고, 웅황과 유황은 각종 피부병을 치료하는 데 효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