症狀別 方劑處方/피부 비만

종기와 창독, ‘보안만령단’

초암 정만순 2016. 8. 17. 15:57


종기와 창독, ‘보안만령단’



종기와 창독, ‘보안만령단’ 이 항생제보다 효과 탁월 
■ 이정ㅣ동서의학연구가

필자는 몇 해 전에 지인으로부터 귀중한 비방첩을 하나 전해 받았다. 비방첩에 수록된 처방은 모두 열 가지였는데, 출전이 확실한 것이 6개였고, 출전을 알 수 없는 것이 4개였다. 이 처방들을 사용해 본 결과 그 효과가 신속하여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그 중에서 ‘보안만령단(保安萬靈丹)’은 『외과정종(外科正宗)』을 가감하여 나온 처방이 확실했다. 그러나 ‘보령만령단’의 연원은 『외과정종』 이전이었던 모양이다. 왜냐하면 『외과정종』의 저자인 진실공(陳實功) 선생도 이 처방이 전(前) 의서에 수재되었던 것을 창독(瘡毒)의 발산에 사용해 봤던 바, 효험이 뛰어나 이록(移錄)했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방첩에 수록된 처방은 『외과정종』의 방과 약간 다른 점도 있었다. 창출의 양이 원방(原方)의 절반이고, 영사·호마자·부평초·백강잠·백지·독활·우슬·위령선·연교·진범 각 20그램이 가미되어 있었다. 여기에 가미된 약재는 대부분 운동계나 신경계의 마비 및 통증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외과정종』 이전의 사용 방향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비방첩에는 담질(痰疾)에 최고의 효험이 있고, 학슬통이나 제풍질(諸風疾) 등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필자도 처음에는 풍질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에서 시작했는데, 그 후 탄저병(炭疽病)과 종양 등에 투여하여 괄목할 만한 효과를 얻게 되었다. 그 후로는 주로 탄저와 종양의 치료에 사용하게 되었다. 이 처방은 발산을 필요로 하는 창독(瘡毒)에는 발산시키는 효험이 있고, 곪지 않고 종경(腫硬)이 사라지지 않은 무표증(無表證)의 창독에는 그대로 사용하면 신속하게 소멸되었다. 특히 왼쪽 팔과 두 다리, 즉 삼지(三肢)에 발생한 중증의 다발성 근염(筋炎)을 이 처방만으로 3~4일 만에 치료했으며, 초기에 팔에서 발생하여 3년이 경과된 종류(腫瘤)를 5일 만에 해소시켰다. 이밖에도 각종 창독에 사용하여 약효를 나타낸 바가 부지기수다.
그런데 세의(世醫)는 많은 경우 이 ‘보안만령단’을 제풍질에만 사용하는 것으로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 창독에 대한 효과를 등한시하고 있다. 이러한 자세는 ‘보안만령단’의 일면만 알고 일면을 모르는 편견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외과적인 처방을 필요로 하는 의자(醫者)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마음으로 비방첩에 수록된 처방을 공개한다.
『외과정종』에서 기록하고 있는 ‘보안만령단’의 원방은 창출 30그램, 전갈·석곡·당귀·감초·천마·천궁·강활·형개·방풍·마황·세신·천오·초오·하수오 각 4그램, 웅황 2그램으로 이것을 부드럽게 가루 내어 정제한 꿀에 반죽한다. 대개 보약이나 만성 질병에 쓰이는 약들의 조제 방법이다. 이때 감초는 꿀에 적셔서 타지 않을 정도로 불에 볶아 감초의 평한 성질을 더운 기운으로 변화시켜서 써야 한다. 또 천오와 초오는 끓는 물에 우린 다음 껍데기를 제거하고 써야 한다. 이를 탕포거피(湯泡去皮)라고 한다. 상기 재료를 가루 내어 연밀환(練蜜丸)하는데, 이것을 크기에 따라 3개의 환으로 만들거나, 4개 또는 6개의 환으로 만들어서 나이나 병세에 따라 하나씩 복용하도록 하고 있다. 창독이 아직 완전하지 않을 경우에는 즉시 소멸하고, 이미 창독이 완전한 경우에는 아무리 큰 종양이나 고름이더라도 녹이게 된다.
비방첩의 처방이 ‘보안만령단’의 원방에 영사·호마자·부평초·백강잠·백지·독활·우슬·위령선·연교·진범 각 20그램을 가미했다는 것은 전기한 바와 같다. 이것은 풍질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외과정종』의 처방에 비해서 훨씬 우월하다, 처방 중의 천오와 초오가 완전 거독(去毒)이 안되었을 때 환자는 구토를 일으키거나 심번(心煩)을 일으키는 수가 있으니 천오와 초오를 흑두즙(黑豆汁)에다가 하룻밤 재우는 것이 좋다. 또 노인이나 어린이들에게 사용할 때는 주의해야 하며, 임산부에게는 사용하지 아니한다.
여기에는 단편적으로 창독에 대한 ‘보안만령단’의 절효만을 언급했거니와 이보다 더 순수하고 효과적인 처방이 우리 전통의학에는 얼마든지 있다. 우리가 임상에서 모든 외과적인 영역을 화학 항생제 등 양방 처치에만 의존하는 것은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고 녹슬게 하는 위험한 편견이 아닐 수 없다. 인체의 생명력과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화학 항생제의 탈선적 독주를 최소한으로 국한시키기 위해서라도 외과 영역에 있어서 전통의학 치료의 우수성은 재인식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