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제공 : 천산거인
겨울은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을 물론, ‘살’이라고 하면 호랑이처럼 무서워하는 여성들에게 매우 위험한 계절이다. 1년 내내 운동과 식이요법 등 피나는 노력으로 감량에 성공했어도 겨울에 잠깐만 방심하면 체중은 순식간에 불어나기 마련이다. 기본적으로 겨울은 추위로 인해 여름과는 달리 활동량이 줄어들뿐더러, 몸 자체에서 체온 유지를 위해 지방을 더 축적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여성들은 겨울에도 되도록 군것질이나 간식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도 어느 순간 체중계에 올라서 보면 무게가 불어나 있다. 이 같은 현상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람은 혈액순환과 호흡 등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일정한 열량을 소모하게 된다. 이를 기초대사량이라고 한다. 우리가 하루 생활하는 데 필요한 총 칼로리는 남자가 2천5백 킬로칼로리, 여자가 2천 킬로칼로리 정도이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하루 열량의 50~70퍼센트인 1천~1천8백 킬로칼로리가 기초대사량으로 소모된다. 그런데 겨울에는 사람마다 이 기초대사량의 편차가 더욱 커진다. 즉,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추위를 이겨내야 하므로 여름보다 더 많은 열량의 발산이 필요하다. 반면 따뜻한 실내에 있는 사람은 기초대사량이 크게 줄어든다. 군것질을 안 하고 세 끼 식사만 해도 열량이 남아 지방으로 축적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더욱이 겨울에는 밖에 나갈 때 옷을 두껍게 입다 보니 불어나는 체중에 무감각해지기도 한다.
단순히 몸매를 위해서 겨울철 비만을 조심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일단 과체중을 부른 습관이 굳어지면 봄여름이 되어도 쉬 바꾸기 힘들다. 고혈압과 당뇨 등 대다수의 성인병을 ‘생활습관병’이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겨울철에 체중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나면, 다가오는 봄여름에는 별 어려움 없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황해도에서 오랫동안 의업(醫業)을 했던 필자의 조부는 겨울철이 되면 여성들에게 비만 예방을 위해 갈근죽을 해서 먹으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조부에 따르면 갈근죽은 비만 예방분만 아니라, 겨울철 여성의 보약이라고 했다. 갈근죽의 재료는 갈근 600그램, 수수 가루 300그램, 좁쌀 가루 200그램이다. 만드는 방법은 먼저 갈근을 물 10리터에 넣고 3~4시간 푹 달인다. 물이 2리터 정도로 졸게 되면 끈적끈적해진다. 이때 다시 좁쌀과 수수 가루를 넣고 30~40분간 끓인다. 좁쌀과 수수는 가루가 아니라 통으로 넣어도 된다. 걸쭉한 갈근죽이 완성되면 아침저녁으로 20그램 정도씩 떠먹거나 물을 조금 타서 먹는다.
원래 12월에서 1월 사이의 초겨울에 캐는 칡이 일 년 중에서 가장 육질이 풍부하다. 갈근에 대한『본초강목(本草綱目)』의 설명을 보면, ‘갈근은 맛이 달고 성질이 서늘하다. 약성이 위경에 작용하여 땀을 나게 한다. 또한 열을 내리고 빈혈을 낫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하였다. 오늘날 약리실험 결과 뿌리 추출물에 들어 있는 다이드제인과 총플라보노이드 성분이 혈액순환량을 늘리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것이 악성 빈혈을 치료해 주면서 인체의 기초대사량을 늘려 신진대사를 촉진하므로 체내에 축적된 노폐물이 빠지게 된다. 한편으론 갈근의 해열 작용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폭식하는 사람과 얼굴이 쉽게 달아오르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갈근죽에 들어가는 수수는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최고 50퍼센트까지 억제하여 고지혈증을 예방해 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수수는 몸에 축적되어 있는 LDL-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추면서도 정상적으로 생리작용을 하는 HDL-콜레스테롤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좁쌀 또한 혈액순환을 돕는 곡식으로 대장을 이롭게 하여 배변을 촉진시킨다.
이렇듯 여러 재료의 효능으로 볼 때 갈근죽을 꾸준히 먹으면 몸에 축적되어 있는 노폐물이 빠지기에 충분하다. 또 갈근에 풍부한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호르몬을 보충하여 피부의 주름이나 잡티를 없애고 탄력을 높인다. 여성의 생리불순에도 뛰어난 효과가 있어 갈근죽은 여성의 회춘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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