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분순/동서국제의료봉사단원(UN/DPI NGO)
매년 봄철이 되면 어김없이 중국에서 황사가 불어 닥친다. 대기 중에 뿌옇게 낀 황사에 오랫동안 노출되다 보면 호흡기가 상할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요즘은 중국의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황사 속에 각종 화학 중금속물질이 오염되어 있어 그만큼 호흡기가 상할 위험성이 큰 실정이다. 실제로 황사가 불어 닥칠 때 우리나라를 덮친 황사의 먼지량은 평소의 10배가량 육박하고, 이 먼지에 함유되어 있는 망간과 납 등 중금속 화학물질은 폐 기능을 악화시키는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홍윤철 교수 연구팀이 황사 발생 기간인 2004년 3월 23일부터 5월 3일까지 인천 덕적도에 사는 초등학생 43명을 상대로 최대 호기량(呼氣量)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공기 1㎥당 1마이크로그램 증가하면 1분당 최대 호기량이 0.54ℓ 줄어드는 데 비해 망간은 무려 16배나 많은 8.44ℓ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납은 1마이크로그램 증가할 때마다 미세먼지의 약 12배인 6.37ℓ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황사가 호흡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호홉기를 보호하기 위해선 황사가 불어 닥칠 때 황사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폐 기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황사가 불어 닥칠 때 피해를 줄이기 위한 최대의 핵심은 중금속과 미세먼지의 배출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식생활에서 양파와 마늘을 많이 섭취하면 폐 기능 강화는 물론, 양파와 마늘 속에 들어있는 유황 성분이 체내에 쌓여 있는 화학 중금속물질을 해독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또 미역 등 해초류에는 체내의 노폐물과 독소를 흡착하여 배설시키는 효능을 지닌 알긴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해초류를 많이 섭취하면 황사로 인한 미세먼지와 화학 중금속물질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밖에도 배와 도라지 등도 폐 기능 강화에 큰 도움이 되므로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지금부터 30여 년 전 서울 종로에서 한약방을 운영하였던 할배가 일러준 진폐증(塵肺症) 처방인 윤폐산(潤肺散)이다. 할배가 일러줄 당시의 윤폐산은 주로 석탄가루나 먼지 등으로 폐가 굳어지는 증상에 활용하였는데, 황사로 인해 폐 기능이 저하되는 증상에도 사용해도 효과적이라고 본다. 윤폐산을 일러준 할배는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셨지만, 생전에 환자를 보실 때는 처방의 효험이 커 항상 환자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처방의 효험이 크다 보니 환자들은 할배의 처방을 '할배방'이라고 특별히 부르기도 하였다. 할배의 처방이 효험이 큰 이유는 4대째 집안에서 내려오는 비방서 때문인데, 할배는 환자가 오면 약을 짓다가 반드시 한쪽 방에 들어가 서랍을 열고 비방서를 보고 나오곤 하였다. 이 비방서의 처방들은 세대를 거치면서 개선에 개선을 더하여 임상 효과가 큰 비법으로 발전된 것들이었다. 할배가 일러준 처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윤폐산 ▶처방 내용 : 들깨 ․ 행인 ․ 오미자 ․ 길경 ․ 은행 ․ 자완 ․ 선인장 ․ 토복령 40그램, 생강 20그램 ▶법제법 : 들깨와 행인과 은행은 살짝 볶는다. 선인장은 가시를 불에 태워 제거한 다음 말린다. ▶복용법 : 상기 약재를 분말하여 하루 3번 식후에 15그램 정도씩 복용한다. ▶처방 풀이 : 상기 처방은 폐를 윤택하게 하는 데 효능을 지닌 들깨, 행인, 오미자, 길경, 자완 등을 주된 약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폐에 찬 열(熱)을 식혀 폐출혈 등을 막아 주는 데 효능이 있는 선인장과, 중금속 독소를 해독하는 데 효능이 있는 토복령을 가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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